여권 악재 반사이익도 못 누린다…‘3無’ 늪에 빠진 국힘

국민의힘 44.3%, 더불어민주당 38.0%.
6·3 지방선거 일주일 뒤 리얼미터가 무선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조사한 6월 2주차 양당 지지율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첫 지지율 역전에 국민의힘에선 “지금 다시 투표하면 우리 당이 이길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5주 뒤인 7월 3주차 조사에서 양당 지지율은 민주당 43.1%, 국민의힘 40.0%로 다시 뒤집혔다. 이 기간 민주당의 차기 당권 경쟁이 내분 양상으로 전개되고, 주가·부동산 논란이 불거지는 등 정부·여당이 삼중고를 겪은 걸 고려하면, 국민의힘은 전혀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유리한 여건 속에서도 반등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배경엔 ▶위기의식 ▶리더십 ▶대안 실종이라는 고질적인 ‘3무(無)’ 상태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지방선거는 일부 선전했더라도 냉정하게 보면 국민의힘이 패배한 선거인데, 그 누구도 인정하지도, 책임지지도 않았다”며 “선거에 졌다는 위기의식이 사라지니, 반등해야 한다는 절박함마저도 사라진 게 국민의힘의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민의힘은 지난달 21일 당이 지방선거에서 선전하고, 장동혁 대표가 혼신의 힘을 다해 선거 운동에 임했다는 취지의 분석 보고서를 냈다. 광역단체장 16개 중 12개를 민주당에 내준 패인에 대한 원인 분석은 없었다. 선거 직후 초·재선 모임인 ‘대안과 미래’와 친한계 등 일각에서 제기했던 장 대표 사퇴론도 최근 쑥 들어갔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위기의식은커녕 ‘이대로만 버티면 2028년 총선에선 우리가 이길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이 당내에 퍼져있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당을 재정비할 확실한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 대표는 지난달 5일 참정권 침해 규탄 시위에 참여한 이래 입원 등을 제외하면 매일같이 모자를 눌러쓴 채 서울 올림픽공원을 찾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구심점이 돼야 할 장 대표가 의원들과 거의 담을 쌓다시피 하며 ‘나 홀로 장외정치’를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고 원내 투쟁이 제대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2차 종합특검’ 연장 법안 추진에 필리버스터로 맞섰지만 24시간 만인 21일 강제 종료됐다. 오는 23일에는 ‘선관위 해체,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를 외치며 당 인사들이 국회 잔디마당에서 얼음 위에 올라가는 퍼포먼스를 연다. 하지만 대부분 추가 동력을 얻기 힘든 단발성이다. 수도권 의원은 “한마디로 장외투쟁, 원내 투쟁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고 했다.

위기의식·리더십 부재는 자연스럽게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무능한 야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올해 부동산·경제·사회·안보 등 주요 분야를 통틀어 국민의힘이 보수 정당으로서 대중에게 확실하게 어필하는 정책·법안을 하나라도 낸 적 있나”라고 반문했다.
실제 국민의힘이 과거 보수 진영이 내건 ‘경제민주화’처럼 정국을 리드할 핵심 어젠다를 좀처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나마 최근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 속에 국민의힘에서 ‘보완수사권 유지’를 골자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 발의했지만, 의석수 한계로 본회의 문턱을 넘을 가능성은 작다.
대안과 정책이 사라진 국민의힘의 빈자리를 대신 채우는 건 ‘윤리위 징계’처럼 분열을 자극하고, 강성 지지층에 기댄 갈등 정치다. 22일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다시 회의를 열어 의원 수십명이 연루된 징계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당내에선 “지금이 공포 정치할 때냐”(중진 의원)라는 볼멘소리가 번지고 있다.

과거 위기에 직면한 야당들은 달랐다. 때로는 처절한 반성으로, 때로는 확실한 변화로 국면 돌파에 성공하기도 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역풍 속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천막당사’ 승부수로 그해 총선에서 121석을 얻으며 ‘폐당 위기’를 극복했다. 민주당도 진보 진영이 코너에 몰린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포용적 성장을 강조하는 ‘뉴민주당 플랜’을 통해 중도 확장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여당의 실책만 기다린 채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살피는 보수 정당의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선우 전북대 교수는 “과거 보수의 혁신은 ‘경제민주화’처럼 중도를 바라보고, 진보의 장점도 가져오는 유연성에서 비롯됐다”며 “반사 이익을 노리고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전략 만으론 반등은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재묵 교수는 “3무 정당을 탈피하는 게 제1과제”라고 지적했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포르쉐·BMW 사준 아내, 남녀 3명과 손발 묶여 숨졌다…왜 | 중앙일보
- “하닉 팔라”“삼전 더 샀다”…투자 고수 4인 입모은 ‘대박 종목’ [코스피 긴급진단] | 중앙
- “김건희 여사, 제니 닮았죠?”…尹 뒤집힌 블랙핑크 사건 전말 | 중앙일보
- “성적 수치심 느꼈다” 여자 프로배구 회식 악몽…전 코치 결국 | 중앙일보
- 입대 전 미성년자와 성관계한 군인…“성적 만족 위해 관계” 결국 | 중앙일보
- 삼전닉스 전망 갈린 고수 4인…“이건 모아가라” 입모은 종목 | 중앙일보
- 장기전세 끝나도 “못 나가”…버티기에 무너진 임대정책 | 중앙일보
- “금쪽이 세로, 아직 혼자니?”…전국 발칵 뒤집은 탈출 스타 근황 | 중앙일보
- “피해라!” 이륙 직후 불꽃…172명 탄 티웨이항공기 아찔 소동 | 중앙일보
- ‘싸움 각서’ 쓰고 싸우다 사망…아파트 동대표 폭행치사 무죄, 왜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