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320만원어치 티켓, 45만원에 셀프구매?…수상한 그 공연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인 경기아트센터에서 공연 유료 관객 수를 부풀리려 티켓을 헐값에 대량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관련 제보를 접수한 경기도 감사위원회는 다음 주 중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문제가 된 공연은 아트센터 소속 경기도무용단이 이달 3~4일 진행한 ‘귀귀내력’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김상회 경기아트센터 사장과 김경숙 무용단장은 좌석 등급에 따라 2만~4만원에 달하는 3일 자 공연 유료 티켓을 ‘문화복지’ 권종으로 변경해 각각 150장·300장씩 구매했다. 문화복지 티켓은 할인된 가격으로 아트센터 측이 사들인 권종 분류다.
권종 변경을 통해 티켓당 가격은 1000원으로 낮아졌고, 이들이 구매한 티켓 가격은 총 45만원으로 집계됐다. 별도 할인이 적용되지 않은 금액으로 계산했을 때의 총 금액은 1320만원에 달한다. 대량 매입을 위해 1000만원 넘게 임의로 권종을 변경해 가격을 대폭 낮춘 셈이다.

김 사장은 “더 많은 관객이 공연을 보게 하려는 취지에서 실무자들과 상의를 거쳐 정한 일”이라며 “저렴하게 매입한 티켓을 활용해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고, 아직 내부에서 결과를 보고받지 않아 해당 티켓으로 입장한 관객 규모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가 확인한 공연 첫날(지난 3일) 수표 확인서에 따르면 이날 입장한 관객 중 1000원권인 문화복지 티켓으로 입장한 인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1만원에서 3만2000원 선인 일반예매 및 할인권(직단원 할인, 다자녀 할인 등 포함) 등 유료로 표를 구입해 연극을 본 관객은 196명이었지만, 여기에 문화복지 입장객은 한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아트센터 내부에서는 김 무용단장 등이 이번 공연의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실제 사용되지도 않을 티켓을 대량으로 저가에 구입한 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김 무용단장은 지난해 12월 재임용됐지만, 내부 단원 및 외부 전문가 평가에서는 재임용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점수를 받았고 한차례 더 연임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해당 공연은 2억5400만원 규모의 혈세가 투입됐음에도 내부에서는 공연의 작품성과 대중성을 높일 방안을 고민하기보다 ‘셀프 티켓 구매’라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유료 관객을 부풀려 예술센터 KPI(성과평가지표) 점수를 높게 받고 연임 등 이익을 취하려고 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관객 수가 아닌 티켓 판매 수만으로 KPI 지표를 부풀릴 수 있는 구조 자체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뮤지컬·연극 업계에서 권종 변경으로 관객을 확보하는 일이 종종 있어왔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있다”며 “게다가 공공기관 산하 기구의 사장 및 관계자가 직접 가격을 크게 낮춰 수백장의 티켓을 사들인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유명한 공연과 그렇지 않은 신흥 공연의 흥행 양극화가 심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티켓을 사들이는 게 관행처럼 반복되는 것”이라며 “정부는 티켓 판매 수가 아닌 다른 지표를 통해 연극 성과를 판단하고 적절한 지원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감사위원회 감사2과는 관련 의혹을 인지한 후 이달 말부터 비공개 특별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경기아트센터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아직 아는 바가 없다”며 “경기도 의회에 업무보고를 거친 후 입장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유림 기자 noh.yu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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