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풍선효과 지역, 미리 공부” 35도 날씨에 2만보 임장기

이강민 2026. 7. 2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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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쟁 : 30대 리포트] ④전장의 최전선을 가다
서울 강서구·경기도 남양주 임장 후기
2026년 대한민국의 30대는 곳곳에서 ‘부동산 전쟁’중이다. 부동산 시장 진입을 고민하는 이들은 강의를 듣기 위해 양도표를 구하고, 바쁜 직장을 다니다가도 휴일이 되면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임장을 다닌다. 이미 부동산 시장에 진입한 이들도 매수를 앞두고 공인중개사와 머리를 싸매며 자금 조달 계획을 수정하며, 집값의 등락에 따라 잔금처리 전까지 불안감과 안도감 사이에서 끝까지 방황한다. 국민일보 이슈탐사팀은 2주 동안 부동산 강의, 임장 현장, 공인중개사사무소 등에서 만난 30대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록했다.

임장 모임 참석자들이 12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이강민 기자

지난 12일 오후 4시반 마곡나루 한 카페 앞. 부동산 임장을 시작하기 전 30대 10명이 모여 발 사진을 찍었다. 일명 ‘부동산 임장 인증’ 사진이다. 사진을 찍은 후 저마다 양산과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모자를 쓰며 임장 채비를 한다. 이날은 기온이 35도에 육박해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참석자들은 오늘 둘러볼 아파트 9개 단지가 표시된 휴대전화 지도 어플을 키고 기대에 부푼 채로 발걸음을 뗐다.

관심있는 부동산 매물을 직접 찾아가 확인하는 부동산 임장이 30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아직 진입하지 못한 이들은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라는 생각에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으로 가는 것이다. 주최자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모임 어플 등을 통해 사람들을 모집하고, 참석자들은 소정의 금액을 내고 함께 모여 실사에 나선다. 국민일보 이슈탐사팀은 12일과 19일 두차례 서울 강서구와 경기도 다산 신도시 임장에 직접 참여해 취재했다.

“강서구는 여기가 6∼7억대 마지노선입니다. 직접 보시고 ‘너무 별로다’라고만 생각하지 마세요. 한번에 워너비 단지로 갈 수는 없거든요. 자금 사정에 맞는 것 하나 구매하시고 조금씩 불려가세요. 모든 걸 다 넣어서 간다고 생각하면 원하는 곳에 평생 못 갑니다” 모임 주최자 A의 설명에 참석자들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 부근은 상권과 위치가 나쁘지 않지만 재건축 재개발이나 교통 호재는 없습니다” “그럼 투자가치가 떨어지는 것 아닌가요?” “오늘 보는 단지들은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오를 수 있는 곳입니다. 데이터를 통해 말씀드립니다” 본격적으로 임장에 나서기 전부터 참석자들의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 한 아파트 단지. 이강민 기자


첫 번째 단지에 도착한 참석자들은 저마다의 감상평을 공유했다. “나는 복도식이 싫더라”, “그래도 상권이 괜찮고 역세권이네”, “학교도 있고 좋아 보인다”. 미리 배포된 ‘임장 체크리스트’에 해당 단지의 장단점도 각자 꼼꼼히 기록했다. 주차 시설을 살펴보거나 마음에 들었는지 단지 사진을 찍는 참석자들도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 그룹을 지어 모여다니는 데 주민들은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기도 했다.

“와우. 6개월 만에 1억이 올랐네.” 이 아파트 실거래가를 보던 참석자 B가 현재 가격을 말하자 참석자들의 눈이 커졌다. “옆 동은 작년보다 2배가 올랐네” 다들 따라서 부동산 실거래가 비교 어플을 키고 한마디씩 했다. “어떤 집을 샀는데 그게 막 오르면 배가 아플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모든 걸 다 걸고 매수할 수밖에 없잖아요.” 참석자들의 대화에는 자신들이 살 집 또한 비슷한 오름세를 보이기를 바라는 부러움과 기대감이 섞여있었다.

참석자들은 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2021년을 비교점으로 삼았다. B는 기자에게 실거래가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21년 전고점을 회복 못했네요. 이런 매물을 사면 큰일 나는 거죠.”

30대 참석자 B는 주식을 하다 최근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집에서 살고자(Live)하면 못 사는데(Buy) 안 살고자 하면 살 수 있어요. 지금 상황에서는 저는 세낀 집을 사서 등기는 치고 저기 어디 빌라에서 월세 살면서 갚아야죠. 그렇게 대출을 갚아 제 집을 만드는 거죠.” 그는 임금은 오르지 않고 집값은 무섭게 오르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수단은 이제 부동산만이 답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임장 모임 참석자들이 12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이강민 기자


참석자들은 임장 중간중간 서로의 부동산 지식을 공유하기도 했다. 30대 참석자 C는 퇴근 후 E-book으로 부동산 책을 읽고 유명 온라인 강의도 1년치를 결제해 듣는다. C는 기자에게도 망설임 없이 본인이 듣는 강의를 추천해줬다. 본가에서 거주하고 있는 C도 월세로 경기도 직장 근처에서 살며 서울 전역에서 투자할 아파트를 찾아보고 있다.

“이게 8억이라고요?” 5층짜리 단층 아파트가 있는 세 번째 단지에 도착한 참석자들은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역에서 거리가 멀어지면 가격이 저렴해지는 건 당연한 이치라는 걸 모두 알고 있지만 표정까지 숨길 순 없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한 다음 단지에서도 반응은 비슷했다. “이렇게 보여도 전월세가 지금 다 없어요. 1층이 7억 극후반대고요.” A는 그나마 ‘산세권’이라며 참석자들을 다독였다.

이날 임장은 오후 7시30분이 되서야 끝났다. 휴대전화를 보니 2만보 가까이 걸은 것으로 기록됐다. 저마다의 걸음 속에는 집 마련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개인이 방어해야 하는 시대에요. 그게 집이고. 60 넘어서 인생 좀 편하게 살고 싶어서 젊을 때 이렇게 하는 거에요.” B의 말이다. “그냥 저는 그렇게 구체적이게 말고요. 그냥 돈 모아 결혼하고, 집 사고 평범한 목표에요.” 이번이 임장 2번째라는 30대 여성 C가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걱정하고 집을 위해 돈을 모으고만 하는게 결국 행복해지려고 하는건데 돌아보면 그 과정이 정말 행복한가 싶네요.” 또 다른 30대 여성 D는 쓴 웃음을 지었다.

19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 다산 신도시의 모습. 이강민 기자


“임장인가요?” 19일 오전 9시 8호선 다산역 4번 출구 앞. 황금같은 일요일 오전부터 임장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가파르게 오르는 서울 집값 때문에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임장 모임의 범위는 경기도까지 넓어졌다. 이번 임장에서도 어김없이 출발 전 임장 발 인증 사진을 찍었다.

이번 모임을 주최한 30대 E는 5년 전부터 부동산을 공부했다. 이른 나이부터 지인을 따라 지방의 아파트를 매수한 게 계기가 됐다. 서울에서 주로 임장을 하던 그는 부동산 상승장을 따라 경기도로 몰려드는 2030의 수요에 맞게 경기도로 눈을 돌려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19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 다산 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 이강민 기자


“이곳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의 줄임말)에 현대아울렛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편하게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을 이르는 말)이네요. 다산이 많이 오르긴 했는데 아직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이지 않아 기회가 있어요. 1∼2억만 벌면 투자로도 나쁘지 않은 동네입니다.” E가 걸으며 각 단지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진을 찍거나 메모를 했다.

“하수 펌프장이 유해시설은 아니죠?”, “금연 단지인데 앞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분위기가 좀 안 좋더라고요”, “역시 브랜드가 있으니 조경부터 잘 돼있네요”, “주변에 임대 아파트가 좀 많네요.” 임장 참석자 F가 꼼꼼히 주변 분위기를 살폈다. F는 매수를 고민하며 임장뿐 아니라 부동산 특강도 자주 다닌다고 한다. “임장의 최대 장점은 인터넷에서는 알 수 없는 단지의 분위기를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점이죠.” E가 호응했다.

“경기도에서 어디가 가장 괜찮나요?” 임장이 모두 끝난 후에도 식당과 카페에서 참석자들의 부동산 고민 상담은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젊은 사람들의 당연한 욕망을 억누르고 계급 사다리를 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정부는 다주택자들을 잡는다고 하지만 제 주변의 다주택자들은 어짜피 규제는 풀릴 거라면서 안 팔고 버틴다고 하더라고요.”

서울과 경기도 임장에 참여한 30대들의 공통점은 부동산 시장 진입을 앞두고 기회가 오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지식을 몸으로 축적하고자 하는 데 있었다. 머리로는 답답하기만 한 생각을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 함께 나누며 해소하고자 하는 동지 의식도 느껴졌다.

“복권에 당첨돼도 집을 못 사는 현실이네요. 그래도 이렇게 얘기할 사람들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 높은 현실의 벽 앞에서 무력하게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의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궂은 날씨에도 30대들의 발걸음을 움직이게 했다.

이슈탐사팀=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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