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AI도 자비처럼 사람의 고통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소버린 AI·불교철학 접목 강조
AIDC 전략 제언…"반도체·자동차·바이오 경쟁력에 활용"
하정우 전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이 국내에 들어서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가 해외 빅테크의 연산 수요를 처리하는 시설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반도체·자동차·바이오·유통 등 국내 주력 산업의 인공지능 전환을 뒷받침하는 기반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전 수석은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무기관 종무원 등을 대상으로 열린 'AI, 한국불교 미래를 얘기하다' 강연에서 국내 AI 산업의 성장전략과 불교계의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강연에 앞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AI의 가능성과 위험을 주제로 대담도 진행했다.
그는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전기요금 지원과 부지 제공 등을 내걸고 AIDC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시설을 유치하는 것 자체보다 그 안에서 생산되는 연산 능력과 '지능'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의 전력과 용수, 부지를 투입하면서 정작 데이터센터가 해외 플랫폼의 서비스 제공에만 활용된다면 국내 산업에 돌아오는 부가가치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취지다.
하 전 수석은 AIDC를 단순히 서버를 보관하고 연산 자원을 빌려주는 시설이 아니라, 전기와 용수, 그래픽처리장치(GPU), 데이터를 투입해 AI의 최소 처리 단위인 '토큰'을 생산하는 '지능 공장'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해왔다. 이곳에서 생산한 지능을 로봇과 제조업 등 국내 산업에 이식할 경우 한국이 AI를 소비하는 국가를 넘어 해외에 지능을 공급하는 수출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특히 한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메모리 반도체를 AI 주권 확보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자적인 AI 모델과 데이터센터 운영 역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해외 AI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이용료를 지불하는 종속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AI 데이터센터의 하드웨어뿐 아니라 대규모 시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클라우드·소프트웨어 기업도 함께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 전 수석은 이날 산업 전략과 함께 불교 철학이 AI의 개발과 활용 방향에 줄 수 있는 시사점도 제시했다. 그는 연기(緣起)의 관점에서 AI의 결과 역시 하나의 원인에서 독립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설계, 이용자의 입력 등 여러 요소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무상(無常)의 개념처럼 AI도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최신성 확인과 검증이 중요하며, 업(業)과 인과의 관점에서는 데이터 선택과 설계, 이용 결과에 대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비처럼 생성형 AI도 사람의 고통을 줄이고 도움을 넓히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술의 성능 경쟁을 넘어 AI가 지향할 윤리적 기준을 불교에서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AI가 장점과 위험을 동시에 지닌 만큼 기술 자체를 선악으로 나누기보다 어떤 데이터로 학습시키고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불교계에는 경전과 불교 지식, 스님들의 법문 등 아날로그 자료를 체계적으로 디지털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에 학습시키면 불교 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설명하는 특화 AI를 만들 수 있으며, 국내외 신자들의 교리 공부와 마음 돌봄, 수행을 돕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젊은 세대가 생성형 AI 저작 도구로 영상과 이미지 등 불교 콘텐츠를 만드는 방안도 언급했다.
진우스님은 "AI도 흘러가는 문명의 과정"이라며 "나와 남을 위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도록 연구하고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양질의 불교 정보를 AI에 학습시켜 더 많은 사람이 불교를 이해하고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종단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하 전 수석은 네이버에서 한국어 초거대 언어모델 개발과 AI 연구를 이끌었으며, 이재명 정부 초대 AI미래기획수석으로 국가 AI 전략을 담당했다. 그는 그동안 해외 플랫폼 의존을 줄이기 위한 '소버린 AI'와 반도체·데이터센터·클라우드·원천기술·산업 응용을 함께 갖춘 독자 AI 생태계 구축을 주장해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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