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초록 숲엔 사하라의 누런 먼지가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지구는 흙먼지로 뒤덮여 있다. 거대한 먼지 폭풍이 몰아치면 낮에도 하늘은 누렇게 어두워지고, 창문을 닫아도 모래가 집 안으로 스며든다. 농작물은 병들어 하나씩 사라지고 사람들은 더 이상 우주를 바라보지 않는다. 당장 내년에 먹을 곡식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 사람들에게 먼지는 단순히 불편한 것이 아니다. 지구가 더 이상 인간을 먹여 살릴 수 없다는 징조다.
우리는 이런 장면을 보며 사막을 두려워한다. 푸른 들판이 누렇게 마르고 비옥한 흙이 먼지로 변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래서 사막은 사라질수록 좋고 숲은 늘어날수록 좋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여기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가 섞여 있다. 하나는 인간의 잘못된 토지 이용과 가뭄, 기후변화로 멀쩡한 땅이 황폐해지는 ‘사막화’이고, 다른 하나는 오랜 세월 적은 비와 강한 햇빛 속에서 형성된 자연 생태계인 ‘사막’이다.
사막화는 막아야 한다. 농경지와 초원이 황폐해지면 식량 생산이 줄고 흙이 바람에 날리며 그곳에서 살던 사람과 동물은 삶의 터전을 잃는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사막까지 지구의 상처라고 부를 수는 없다. 사막은 숲이 되지 못한 실패한 땅이 아니다. 물이 부족한 조건에 맞추어 오랜 시간 형성된 독자적인 생태계다. 사막에도 계절과 생명의 리듬이 있다.
사막이라고 하면 끝없이 펼쳐진 모래언덕부터 떠올리지만 모든 사막이 모래로 덮여 있는 것은 아니다. 자갈과 바위로 이루어진 사막도 있고 소금 평원과 메마른 고원도 있다. 사막을 결정하는 것은 더위보다 비의 부족이다. 그래서 매우 춥지만 강수량이 적은 남극도 기후학적으로는 극지 사막이다. 사막이 뜨거운 곳이라는 우리의 상식은 이미 절반은 틀린 셈이다. 비가 적다는 공통점이 있을 뿐, 사막마다 온도와 지형, 토양과 생물은 크게 다르다. 사하라 역시 모래바다뿐 아니라 암석지대와 고원, 산지와 메마른 물길이 뒤섞인 다양한 땅이다.
사막은 지구의 대기순환이 남긴 흔적이기도 하다. 적도 부근에서 뜨거워진 공기는 많은 수증기를 품고 상승한다. 높은 곳에서 식은 공기는 비를 내린 뒤 남북으로 이동하고, 대략 위도 30도 부근에서 다시 내려온다. 이 공기는 이미 수분을 많이 잃었기 때문에 구름이 잘 생기지 않는다. 사하라와 아라비아, 오스트레일리아의 넓은 사막이 비슷한 위도에 자리 잡은 데에는 이런 까닭이 있다. 실제로 약 1만1000년 전부터 5000년 전까지 사하라에는 지금보다 비가 많이 내려 초원과 습지, 큰 호수가 곳곳에 펼쳐져 있었다.
사막이 모두 사라질 만큼 비와 바람의 질서가 바뀌었다면 지구의 대기순환은 이미 크게 달라졌다는 뜻이다. 초원과 숲으로 변한 지표는 다시 햇빛의 반사와 수분의 이동을 바꾼다. 그렇다면 기후와 대기순환이 크게 변해 사막에 충분한 비가 내리고, 메마른 땅이 초원과 숲으로 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처음에는 좋은 일만 생길 것 같다. 물이 늘고 식물이 자라며 농사를 지을 땅도 넓어질 것이다. 먼지 폭풍이 줄어 사람들은 숨쉬기 편해지고 태양광 패널에 쌓이는 먼지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그 영향은 사막의 경계에서 멈추지 않는다. 대서양 건너편의 아마존에서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아마존은 지구에서 가장 울창한 숲이다. 나무가 빽빽하고 생명이 넘치니 토양도 매우 비옥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열대지방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 강한 빗물은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인 같은 영양분을 토양에서 씻어내 강과 바다로 흘려보낸다. 숲은 낙엽과 죽은 생물을 빠르게 분해해 영양분을 되돌려 쓰지만, 밖으로 빠져나간 양까지 모두 채울 수는 없다.
그 부족분 가운데 일부를 대서양 건너편의 사하라가 보충한다. 사하라에서 바람에 들어 올려진 먼지는 대기 중 수 킬로미터 높이까지 올라가 대서양을 건넌다. 위성 관측에 따르면 해마다 평균 약 2800만 톤의 사하라 먼지가 아마존 유역에 내려앉는다. 그 먼지에 들어 있는 인은 약 2만2000톤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아마존에서 비와 홍수로 빠져나가는 인의 양과 비슷하다. 인은 식물이 DNA와 세포막을 만들고 에너지를 주고받는 데 필요한 원소지만, 질소처럼 공기에서 직접 얻을 수는 없다. 지구에서 가장 메마른 땅의 흙이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가 지구에서 가장 울창한 숲의 비료가 되는 것이다.
물론 사하라가 아마존 전체를 먹여 살린다는 뜻은 아니다. 아마존의 생명은 숲 안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영양분의 재활용에 크게 의존한다. 다만 사하라 먼지는 숲이 해마다 잃는 영양분의 일부를 바깥에서 보충한다. 만약 사하라가 푸른 초원으로 바뀌어 먼지가 거의 날리지 않는다면 아마존으로 이어지던 이 오래된 영양분의 통로도 좁아질 것이다.
사막 먼지는 숲에만 도착하지 않는다. 상당량은 대서양 위에 떨어진다. 먼지에는 철과 인을 비롯한 광물질이 들어 있다. 대서양의 일부 해역에서는 햇빛과 이산화탄소가 충분해도 철이나 인 같은 영양분이 부족해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이 제한된다. 사하라에서 날아온 먼지는 이런 바다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자라면 이를 먹는 동물성 플랑크톤과 작은 물고기, 다시 그 물고기를 먹는 큰 물고기와 바닷새로 에너지가 이어진다. 사하라 먼지는 대서양의 먹이망을 지탱하는 여러 통로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사막은 지구의 온도와 바람에도 영향을 준다. 많은 사막의 밝은 지표는 햇빛의 일부를 우주로 반사한다. 초원과 숲은 대체로 이런 지표보다 어둡기 때문에 더 많은 햇빛을 흡수한다. 반면 식물은 잎에서 물을 증발시켜 지표를 식히고 구름과 비의 형성에도 관여한다. 사막이 거대한 초원이나 숲으로 바뀐다면 햇빛을 반사하는 양과 대기 중 수증기, 바람과 강수의 경로까지 함께 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사막이 사라지면 사막의 생명도 삶의 터전을 잃는다. 세계 각지의 사막에 사는 사막여우와 저빌, 도마뱀과 전갈, 선인장과 다육식물은 물이 없어서 겨우 버티는 불쌍한 생명들이 아니다. 적은 물로 버티고 뜨거운 낮을 피하며 차가운 밤을 견디도록 사막 환경에 고도로 적응한 생물들이다. 어떤 식물의 씨앗은 오랫동안 마른 땅에서 기다리다가 드물게 비가 내리면 싹을 틔우고 서둘러 꽃을 피운다. 비가 많아지고 키 큰 풀이 자라면 다른 생물은 늘어날지 몰라도 사막에만 적응한 생명은 오히려 밀려난다. 이들에게 늘어난 비는 축복이 아니라 서식 환경의 소멸일 수 있다. 생명의 수가 늘어나는 것과 원래의 생태계가 보존되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사막의 먼지가 모두 고맙다는 뜻은 아니다. 먼지는 사람의 호흡기를 괴롭히고 농작물과 교통, 기계에도 피해를 준다. 사막이 넓어질수록 좋다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인간이 숲과 초원을 망가뜨려 일어나는 사막화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사막화와 사막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두려운 것은 사막이 아니라 비옥한 땅이 황폐해지는 일이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사막까지 실패한 땅으로 볼 필요는 없다. 오늘도 사하라에서 떠오른 먼지 가운데 일부는 대서양에 가라앉고, 일부는 아마존의 나무뿌리 곁에 내려앉는다. 아마존의 초록에는 사하라의 누런 먼지가 섞여 있다.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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