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홍해·흑해 다 막히나…원유·곡물 동맥 초비상

세계경제의 두 생명줄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원유가 지나는 홍해와 곡물이 오가는 흑해가 이란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나란히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면서다.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이들이 통제하는 예멘 서부 지역은 홍해의 남쪽 관문인 바브엘만데브해협과 맞닿아 있어 해협 내에서 상선 공격이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후티는 2023년부터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여러 차례 공격해 세계 해운을 마비시킨 전력이 있다.
후티의 이번 봉쇄 선언은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연장선상이다. 지난 13일 사우디가 예멘 사나 국제공항 활주로를 공습해 이란에서 열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귀국하던 후티 대표단이 탄 항공기의 착륙을 막으면서 양측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다. 후티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사우디 아브하 국제공항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고, 이어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국가에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사우디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한 것이다. 후티는 20일 다수의 글로벌 해운사에 보낸 이메일에서 “사우디의 모든 항구에서 선박의 화물 선적 및 하역을 금지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봉쇄는 사우디를 압박하는 동시에 중동 에너지 공급망을 흔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바브엘만데브해협은 인도양에서 홍해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다. 홍해는 세계 해상무역의 약 12~15%, 컨테이너 물동량의 30%가 지나는 핵심 항로다.
특히 사우디가 이란전쟁 후 홍해 연안 얀부항을 호르무즈해협의 대체 수출로로 활용해 온 터라 직격탄이 예상된다. 봉쇄가 현실화하면 현재 홍해를 통해 아시아로 향하는 사우디 원유 하루 300만 배럴 이상이 희망봉으로 우회해야 하는데, 이 경우 얀부항에서 출발한 원유가 아시아 정유사에 도착하는 기간이 약 한 달 늘어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세계 곡물 수출의 핵심 통로인 흑해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한동안 육상 전투에 집중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최근 흑해와 아조프해에서 상대 선박과 항만 시설을 공격하면서 해상 전선이 다시 격화하는 모습이다. 러시아군은 지난 19일 오데사 인근에서 옥수수를 싣고 출항하던 기니비사우 선적 튀르키예 곡물 운반선 ‘골든 레오’호에 순항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러시아의 해상 공격으로 이달 들어 민간인 28명이 숨졌고,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의 곡물 수출 능력도 월 600만t에서 400만t으로 약 3분의 1 줄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도 유조선과 화물선을 공격하며 맞서고 있다. 이에 러시아가 곡물 수출의 약 4분의 1이 통과하는 아조프해와 케르치해협의 선박 운항을 제한하자, 지난주 유럽 밀 선물 가격은 한때 7% 상승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고 우크라이나도 주요 곡물 수출국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상승은 모든 제품의 생산 원가를 높이는 만큼, 유가와 곡물 가격, 물류비가 함께 치솟는 복합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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