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다음은 로봇… 삼성전자, ‘휴머노이드’ 승부수 던졌다

권지혜,박상은 2026. 7. 2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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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역량 총결집 컨트롤타워 신설
대표 직속으로 의사결정 속도 높여
인재 영입 통해 로봇 ‘손 기술’ 강화
생산라인 투입 등 구체 로드맵 공개
스타트업 투자-M&A 본격화 예상
삼성전자가 21일 대표이사 직속 ‘RX사업추진실’을 신설하는 내용의 로봇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RX사업추진실은 서울 서초구 서울R&D캠퍼스를 거점 삼아 로봇 관련 인력의 근무지를 통합할 예정이다. 이동건 삼성전자 기획팀 부사장이 로보틱스전략팀장으로 선임됐고 김현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김의겸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왼쪽부터)가 합류한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사장 직속의 로봇 전담 조직을 출범시켰다. 전사 역량을 결집해 미래 성장동력 핵심 축인 로봇 사업을 본격 육성하기 위해서다. 서울R&D캠퍼스와 경북 구미사업장의 데이터팩토리를 연계해 폭넓은 제조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범용 휴미노이드를 상용화하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공개했다. 글로벌 로봇 기업과의 치열한 시장 주도권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노태문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속으로 ‘로보틱스경험(RX)사업추진실’을 신설한다고 21일 밝혔다. RX사업추진실은 중장기 로봇 사업 전략 수립, 핵심기술 개발, 디자인, 상품기획 등 사업화 전반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삼성전자는 2024년 12월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하고 미래로봇추진단을 구성한 바 있다. 이번에 출범하는 RX사업추진실은 그간 축적한 역량과 기술 경쟁력을 사업화 단계로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와 연계해 지난달 말 발표한 2655조원 투자 계획에도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라인 등 DX의 제조 기반 미래 투자가 포함돼 있다.


RX사업추진실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를 핵심 거점으로 삼아 로봇 관련 인력들의 근무지를 통합하고 협업 환경을 제공할 방침이다. 구미사업장에는 데이터팩토리를 구축해 로봇 현장 투입에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는 미국, 중국, 일본에도 각각 글로벌 연구 거점을 두고 현지 특화 기술 및 생태계 활용, 우수 인재 확보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로봇 분야 전문가 영입에도 발 벗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 출신 이동건 삼성전자 기획팀 부사장을 로보틱스전략팀장으로 선임했다. 여기에 자율주행 로봇 분야 전문가인 김현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로봇 손을 연구하는 김의겸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 등 석학도 합류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휴머노이드 상용화 전략은 ‘제조 먼저’에서 출발한다. 제조용 휴머노이드를 생산라인에 투입해 데이터를 쌓고 그 데이터로 휴머노이드를 반복 학습시켜 역량을 갖추게 한 뒤 기업 간 거래(B2B)에서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로 시장을 넓혀가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국내외 모든 생산 공장을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반도체·스마트폰·가전 등 서로 다른 제조 현장에서 폭넓은 공정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전자부품·배터리·조선·플랜트 등 삼성 계열사의 제조 현장도 로봇의 학습 무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장에 등장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개. 삼성전자 제공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로봇 손은 부품 원가에서 17~31%를 차지할 만큼 기술 장벽과 비용 부담이 큰 영역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선도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해외 유망 스타트업과의 협력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로봇 분야 인수합병(M&A)과 스타트업 투자에도 본격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다른 대기업들의 로봇 경쟁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30일 류재철 대표이사 직속 로보틱스사업센터를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발표했다. 연말 정기 조직 개편을 4개월여 앞두고 이뤄진 원포인트 개편으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로보틱스 사업 육성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로보틱스사업센터 산하에는 로봇 학습용 데이터팩토리 전담 조직을 둬 사업 시너지를 높였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9.65%를 전량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정의선 회장 및 현대차 그룹사가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100%를 확보하게 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상용화와 미국 증시 상장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권지혜 박상은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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