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탄…광풍의 중국 키미K3 주역 ‘미국 박사’였다

“왜 우리는 양즈린을 중국에 빼앗겼나.”
지난 17일 중국 스타트업 문샷AI가 공개한 고성능 오픈소스 인공지능(AI) 모델 ‘키미(Kimi) K3’가 글로벌 AI 업계를 뒤흔들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뒤늦은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문샷AI 창업자인 1992년생 양즈린(楊植麟)이 2019년 미국 카네기멜런대(CMU) 박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에 남지 않고 중국으로 돌아간 ‘하이구이’(海歸·유학 후 귀국한 중국인)란 사실이 재조명되면서다. 키미 K3 공개 당일 X(옛 트위터)에 올라온 “카네기멜런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키미 창업자는 왜 미국에 남지 않았느냐”는 글은 21일 현재 조회 수 740만 회를 넘겼다.
미국 정보기술(IT)업계에선 이같은 현상에 대해 우선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폐쇄적인 이민 정책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팟캐스트 ‘문샷(Moonshots)’은 지난 19일 키미 K3를 주제로 긴급 대담을 열었다. 팟캐스트에 출연한 살림 이스마일 전 야후 부사장은 “미국 AI 연구인력의 상당수는 중국·인도·영국 등 해외 출신”이라며 “과거 미국은 세계 최고의 창업 환경을 제공했지만, 이민 정책 실패로 해외 인재가 머물기 어려운 곳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테빌리티AI 창업자인 에마드 모스타크도 “미국 경제에 가치를 더할 박사급 인재들이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기술 유출 우려 등을 이유로 중국 등 해외 이공계 유학생에 대한 취업 규제를 강화해왔다. 지난해엔 고숙련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H-1B 비자 수수료를 기존의 100배인 10만 달러(약 1억5000만원)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해 비판받았고, 최근엔 해외 유학생 비자 기한을 4년으로 제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사 갤럭시디지털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크 노보그라츠는 18일 X에 “세계 최고의 인재를 교육한 뒤 해외로 내보내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반이민 기조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한탄했다.
양즈린의 중국행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자 그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인 러스 살라후트디노프도 직접 해명에 나섰다. 애플 초대 AI연구 총괄 출신인 그는 X를 통해 “양즈린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임원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지만 ‘창업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며 중국행을 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CMU를 졸업한 최고 수준 박사들에게조차 미국의 이민 시스템은 여전히 위협적이고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양즈린 사례를 남의 일로만 볼게 아니라는 지적이 국내 AI 산업계에서도 나온다. 한국 역시 첨단기술 인재들이 더 나은 연구 환경과 처우를 제시하는 해외로 떠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송익호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명예교수가 중국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국내 이공계 인재의 중국행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해외 최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톱티어 비자’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들을 붙잡기에는 연구 환경과 보상 모두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리커창 총리 시절부터 이공계 인재 양성과 창업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세계적 수준의 대우를 제공해왔다”며 “미국조차 중국에 핵심 인재를 빼앗기는 상황에서 한국이 우위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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