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고민하다 결국 "아아 주세요"…선택지가 많을 때 벌어지는 일
보험 상품 늘자 가입률 오히려 감소
기존 경험 활용하는 뇌의 작동 방식
선택지가 많을수록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결정을 미루거나 선택 자체를 포기하고 어렵게 결정을 내려도 만족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스워스모어대 심리학 명예교수이자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 저자인 배리 슈워츠는 "선택지가 많을수록 사람들은 불안해지고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며, 자신이 내린 선택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슈워츠는 "좋은 것도 지나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가 수백 건에 달한다"며 "선택으로 인한 부담을 줄이려면 직접 결정해야 하는 상황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선택지 많을수록 가입률·구매율 '뚝'…뇌 작동 방식과도 관련실제로 미국의 처방약 보험이나 퇴직연금(401k) 상품은 선택지가 많을수록 가입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실험에서는 고급 식료품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수제 잼 24종을 진열했을 때보다 6종만 진열했을 때 구매율이 더 높았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학생들에게 추가 과제 주제를 30개 대신 6개만 제시했을 때 과제를 완성하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슈워츠는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은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진다"며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는 결정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선택지가 많을수록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도 더 크게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어렵게 결정을 내린 뒤에도 '더 좋은 선택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만족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현상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마니아처럼 다양한 선택지를 비교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슈워츠는 "자동차를 살 때는 그럴 수 있지만 잼을 살 때까지 그렇게 많은 선택지를 원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덧붙였다.
미국 버지니아대 심리학 교수인 대니얼 윌링엄은 이 같은 현상이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뇌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기존 경험을 활용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출근할 때 매일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늘 다니던 길을 택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모든 결정을 혼자 내리기보다 일부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윌링엄 교수는 "중요한 재무 결정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새 휴대전화를 살 때는 만족하며 사용 중인 지인과 같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최영 인턴기자 zero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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