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라도 사자”… 아파트 포기한 청년들, 강남 빌라촌으로

김지훈 2026. 7. 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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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쟁 30대 리포트] 서울 송파구 삼전동 빌라촌 르포
지난 13일 방문한 서울 송파구 삼전동 빌라촌의 모습. 최근 들어 30대의 매수 문의가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엄마 아빠가 평일 낮에 와서 집도 안 보고 사가요. 아들 명의로 도장을 찍는 거죠.”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삼전동의 빌라 밀집 지역. 9호선 삼전역 3번 출구를 나와 골목으로 꺾어 들어서자 대로변 상가마다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줄지어 있었다. 매물 광고에는 하나같이 ‘민간도심복합개발 추진구역’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자 한 집 건너 한 집씩 ‘모아타운 반대’ ‘투기하는 순간 망한다’는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서울 아파트값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고공행진하자 청년들의 눈이 비아파트로 쏠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개발 가능성이 큰 빌라로의 수요 이동이 감지된다. 신축 아파트를 사기엔 자금이 턱없이 모자라 입지가 우수한 지역의 빌라를 매수해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빌라값이 3억원 올랐어요”

“호가로 따지면 작년보다 올해 빌라 가격이 2배 올랐어요. 작년에 3억원 정도에 거래되던 물건들이 올해는 6억원을 부르는 거예요. 거기서 좀 괜찮은 물건은 플러스 1억~2억원씩 더 붙고.”

이곳에서 15년 넘게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했다는 대표 A가 말했다. “사실 입주해서 살기도 좋거든요. 잠실 근처에서 아파트 구하려면 최소 10억원은 훨씬 넘는데 빌라는 그 정도는 아니잖아요. 직장 가깝고 역도 가깝고. 작년 가을부터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왔어요. 저기 대구·광주·경북 이런 데서도 오고요.” 집을 구하는 젊은 신혼부부들이 강남과 가깝고 재개발 가능성도 있는 이곳을 신혼집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작년 이맘때 20대나 30대가 하루 10명 정도 왔다 하면 요새는 한 20명은 오는 것 같아요. 삼성역, 강남역 출퇴근하기 편하고 교통도 잘돼 있으니까 그렇대요.”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최근 들어 부쩍 젊은층이 빌라를 매수하러 다니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의아해했다. 곳곳에서 비슷한 얘기가 들린다. “보통 젊은 사람들은 빌라는 전월세를 많이 보러 오는데 요새는 매매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오는 손님 중에 한 40% 정도가 젊은 사람들이죠.”

실제로 이 동네 거래량과 매매가는 급격하게 뛰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8~12월 삼전동 연립·다세대 부동산의 월평균 매매건수는 28.8건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38.8건으로 34.8% 증가했다. 평균가격도 지난해 8월 3억8700만원에서 지난달에는 5억64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 데이터로 매수자 연령대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빌라 수요가 짧은 시간 안에 급증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왜 갑자기 빌라가 인기를 끄는 걸까. 공인중개사들은 재개발 기대감에서 답을 찾았다. “작년부터 아파트는 갭투자가 안 되잖아요. 대출도 막히고. 그러니까 적은 돈으로 여기라도 사보려는 생각으로 오는 거예요.” 어떤 젊은이들은 생존의 마지노선을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에서 찾았다면 어떤 이들은 강남 인근의 빌라에서 찾은 것이다. 아파트를 살 수 없다면 언젠가 아파트가 될 곳을 사겠다는 의지다. 찾아오는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유튜브 보고 왔어요”라는 말을 꺼낸다고 한다.

그런데 의외로 이 지역에는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 사업이 전무하다. “그냥 여기 소유주들이 ‘우리끼리 동의서 걷어서 신통기획이나 모아타운으로 재개발 한번 해보자’ 이렇게 추진하는 단계예요. 뭐 정비구역 지정된 것도 없어요. 무슨 설명회는 하던데 큰 액션은 없는 것 같고.”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 B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빌라촌에 등장한 ‘부모 찬스’

빌라촌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강남 3구다. 청년층의 서울 핵심지 아파트 시장 진입 기회를 좌우했던 ‘부모 찬스’는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 C가 말했다. “청년들이 혼자서 직접 거래하러 오는 경우는 드물어요. 보통 부모가 사주는 경우죠. 혼자 오면 딱 봐도 그냥 상담만 하러 왔구나 싶은 정도예요.” 또 다른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 D도 비슷한 말을 했다. “부모들끼리 와서 애들 명의로 집을 사주고 가요. 그런 거래가 많았어요. 정작 자녀는 없는데 집도 안 보고 그냥 자녀 이름으로 사서 가더라고요.”

다만 이런 ‘빌라 열풍’의 끝이 정말 청년층의 생존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날지에 대해서는 공인중개사들이 하나같이 조심스러워했다.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 A의 얘기다. “아무래도 월세 받으면서 그걸 주수입으로 삼는 분들은 개발되는 걸 싫어하죠. 당장 수입이 끊기는 건데요.” 널뛰는 집값에 쫓겨 빌라를 사들인 청년층은 하루빨리 이 지역이 아파트촌으로 개발되길 원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원주민들도 상당하다는 얘기다.

집마다 붙어 있는 ‘재개발 반대’ 스티커가 이를 증명하는듯 했다. 몇몇 공인중개사 사무소 외벽에는 ‘모아타운은 투기다’ ‘분담금 감당할 수 없다’ 등의 내용이 담긴 포스터가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었다. 이런 반대 목소리가 무색하게도 바로 건너편 한 건물 주차장에는 ‘삼전동에 명품 브랜드 아파트를 짓겠습니다’라고 적힌 노란색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이름도 없는 ‘추진위원회’라는 다섯 글자와 개인 휴대전화 번호만 적혀 있었다. “젊은 사람들로 손바뀜이 많이 되면서 다시 찬성 쪽으로는 기울고 있긴 한데. 글쎄요.” D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A의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게다가 이제 전세가랑 매매가 사이 ‘갭’이 너무 벌어져서 매수세가 더 붙긴 어려워진 단계예요. 보통 1억~2억원 정도 차이 나는데, 이젠 심하면 5억원까지도 벌어졌으니까요. 최소 10년, 15년은 걸릴 텐데 어떻게 될지….”

이슈탐사팀=글·사진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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