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승리한 신진서, 인간의 창의성이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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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정 기자]
며칠 전 구독하는 신문에서 AI와 인간이 바둑경기를 한다는 기사를 봤다. 2016년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와 벌인 역사적인 대국 이후 10년 만에 다시 인간과 AI가 바둑판 앞에 마주 앉는다는 소식이었다. 이번에는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현존 최고 수준의 바둑 인공지능(AI) 카타고(KataGo)를 상대로 벌이는 승부였다.
이번 대국은 인간이 두 점의 이점을 안고 시작하는 접바둑이었다. 바둑계에서는 석 점 정도는 되어야 승산이 있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신진서 9단은 두 점으로도 충분히 승부를 해 보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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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과 바둑두는 ai. (ai로 생성한 사진입니다.) |
| ⓒ AI 이미지 생성 |
사실 나는 바둑을 잘 모른다. 그런데도 '인간의 바둑'과 '인간의 집념'이라는 두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AI가 점점 더 많은 일을 대신하는 시대에, 그 말은 바둑을 넘어 인간에 대한 이야기처럼 들렸다.
신진서는 지난 17일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제1국에서 245수 만에 불계패했다. 기사를 읽는 순간 '정말 인간은 이제 AI를 뛰어넘을 수 없는 걸까' 싶어 기운이 빠졌다. 그리고 AI가 인간보다 더 많이 알고, 더 빨리 판단하는 시대가 오면 인간은 무엇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 싶었다.
패배 후 인터뷰에서 그는 한 달 동안 준비했던 계획이 카타고의 한 수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AI와 인간의 차이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AI는 계산하지만, 인간은 흔들린다. AI는 실패를 두려워하지도, 좌절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실패 앞에서 낙담하고, 두려워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흔들리는 마음을 견디며 끝까지 나아가는 것, 그것 또한 인간만이 감당하는 과정이다.
신진서의 승리가 의미하는 것
이후 신진서는 지난 19일 제2국을 4집반 차로 이겼다. 당시 나도 모르게 "이겼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결국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대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AI의 우세를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21일 최종국까지 잡아 최종 전적 2승 1패로 승리했다.
경기를 보며 나는 그의 승리가 창의성의 승리처럼 느껴졌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높은 확률의 수를 찾아낸다. 하지만 인간은 정답이 아닌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 있다. 기존의 공식을 깨는 한 수. 실패를 감수하면서도 끝까지 밀어붙이는 용기, 그리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길을 만들어 내는 창의성.
AI가 인간보다 더 많이 알고 더 빨리 계산하는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하지만 이번 대국은 인간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오히려 AI가 발전할수록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더욱 선명해질지도 모른다.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일.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하는 일. 그리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길을 만들어 내는 일. 이번 바둑 대결은 단순히 한 기사의 승패가 아니었다. AI 시대에도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만든 한 판이었다.
신진서 9단에게는 '신공지능'이라는 별명이 있다. 하지만 이번 대국에서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그의 계산력이 아니었다. 패배 앞에서도 흔들리는 마음을 견디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집념이었다. AI가 찾지 않은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인간의 창의력이었다. 그래서 그의 승리는 한 명의 바둑기사의 승리가 아니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승리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미래를 바꾸는 힘은, 여전히 인간의 집념과 창의력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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