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급식 제한' 청원 4만 돌파, 국회 논의까지 이어질까?
[글쓴이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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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유자 없는 고양이 급식 제한 및 관리체계 계산에 관한 청원 |
| ⓒ 국민청원 페이지 갈무리 |
길고양이를 둘러싼 논쟁은 오래전부터 계속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갈등의 양상이 조금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의 대립을 넘었다. 현재의 길고양이 관리방식이 과연 주민의 생활환경과 동물복지, 생태계 보전이라는 다양한 가치를 담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적 논의가 다시 필요하다는 요구가 늘고 있다.
지난 7월 10일 국회 '소유자 없는 고양이 급식 제한 및 관리체계 개선에 관한 청원'(https://myip.kr/AUDCq)이 등록됐다. 청원인은 도심과 주택가에서 소유자 없는 고양이에 대한 무분별한 먹이 제공과 급식시설 설치가 주민의 생활환경과 공중보건, 재산권은 물론 기후위기로 무너지는 생태계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무단 급식과 급식시설 설치를 제한하고, 현재의 길고양이 관리정책을 보호와 입양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청원에 담았다.
청원은 등록 이후 빠르게 동의를 얻고 있다. 21일 오후 1시 기준 약 4만2000명이 청원에 동참했다. 국민동의청원은 등록일로부터 30일 이내인 8월 9일까지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공식적인 심사 절차를 밟게 된다.
청원이 제기된 배경에는 현행 제도의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을 통해 급식 장소 선정과 위생관리, 토지 소유자나 관리주체의 동의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다. 그 결과 공원과 하천, 공동주택 화단, 사유지 등에 급식시설이 설치되더라도 이를 강제로 철거하거나 제재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청원인은 이러한 상황이 주민 갈등을 반복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공장소와 공동주택 공용부분, 타인의 사유지 등에 관리주체의 동의 없이 먹이를 주거나 급식시설을 설치하는 행위를 법률로 제한하고, 생활환경 훼손이나 공중보건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시정명령과 철거,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급식소에 대해서도 상위법에 근거한 운영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민 동의와 위생관리, 민원 처리 절차, 야생동물 보호 대책, 개체수 관리계획 등을 갖춘 경우에만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기존 시설 역시 일정 기간마다 재심사를 거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폐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청원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길고양이 관리체계 자체를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유실되고 유기된 개는 포획과 보호, 공고, 반환, 입양 절차를 거친다. 반면 도심에서 살아가는 소유자 없는 고양이는 구조와 보호 대상에서 폭넓게 제외되면서 중성화 후 다시 방사하는 방식이 관리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사람이 지속적으로 먹이를 공급하는 상황에서 야외 개체군을 유지하는 현재의 방식은 동물복지와 주민 생활환경, 생태계 보전 모두에 한계가 있다. 길고양이도 단계적으로 보호와 입양 중심의 관리체계에 편입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길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엇갈린 것은 사실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중성화사업(TNR)과 책임 있는 돌봄이 가장 현실적인 개체수 관리방안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일부 주민과 생태계 전문가들은 인위적인 먹이 공급이 야외 개체군을 유지하거나 증가시키고, 야생조류와 소형 포유류에 대한 포식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에는 마라도에서 길고양이가 멸종위기 야생조류인 뿔쇠오리를 포식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생태계 관리에 대한 논쟁도 한층 커지고 있다.
청원은 고양이를 굶겨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구조와 치료, 긴급 보호를 위한 먹이 제공은 예외로 둘 수 있으며, 사람이 지속적으로 먹이를 공급해 야외 개체군을 유지하는 현재의 관리방식을 개선하자는 것이 청원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길고양이 문제는 더 이상 동물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의 문제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주민의 생활환경과 공중보건, 동물복지, 생태계 보전이라는 서로 다른 가치가 같은 공간에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국민동의청원이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논의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청원을 계기로 길고양이 관리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민과 길고양이, 그리고 야생생물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는 이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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