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가 난민을 이야기하는 이유
[글쓴이 :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환경운동을 하는데 왜 난민 이야기를 하지?"
포럼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강과 숲, 멸종위기종과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던 환경단체가 갑자기 난민을 주제로 포럼을 연다고 하니 다소 낯설게 느끼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그 질문은 오히려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를 향하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보건의료연대회의는 지난 20일 대전환경운동연합 교육장에서 보건 환경 연대포럼 '우리 곁의 난민'을 개최했다. 현장에는 20명이 참석했고 온라인으로도 5명이 함께했다. 포럼은 단순히 난민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환경과 보건, 인권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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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의중인 피난처 김진수 간사 |
| ⓒ 이경호 |
특히 '특정 사회집단'이라는 개념은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다. 김 간사는 과거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지속적인 가정폭력을 당했지만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한국 여성(안동 사례)이 캐나다에서 난민으로 인정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기후위기가 만든 새로운 이동, 그러나 제도는 따라가지 못해
반면 전쟁과 기후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은 대부분 현재의 난민협약으로는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역시 이들에게는 난민이 아닌 '인도적 체류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점점 늘어나고 있는 기후로 인한 이주는 이미 현실이지만, 이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 제도는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셈이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강제이주민은 이미 1억 1700만 명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국경을 넘어 보호를 받고 있는 난민은 약 4240만 명에 이른다. 여기에 기후변화가 더해지면서 국제사회는 앞으로 강제이주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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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민 포럼이 진행되는 모습 |
| ⓒ 이경호 |
김 간사는 피난처가 2025년 한 해 동안 상담한 난민은 53개국 748명이며, 출신 국가는 미얀마, 파키스탄, 에티오피아, 콩고민주공화국, 수단 순이었다고 소개했다. 이름도 낯선 나라들이지만, 공통점은 정치적 불안과 내전, 인권침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뉴스에서 스쳐 지나가는 국제분쟁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을 잃는 현실이 되고, 그렇게 한국까지 오게 되는 것이다.
"난민에게 가장 힘든 것은 기다림"…한국 사회의 현실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했고 1994년부터 난민 신청을 받고 있다. 그러나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신청 후 면접까지 18개월 이상 기다리는 경우도 흔하고, 상당수 신청자는 공항 출국대기실이나 임시시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결국 약 99%는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는다. 대한민국의 난민 인정률은 약 1.45%이며, 인도적 체류를 포함해도 약 7% 수준이라고 김 간사는 설명했다.
난민에게 가장 힘든 것은 난민이 되어가는 기억만이 아니었다. 기다림이었다. 영화 <피난의 동지들>을 만든 하산 카탄 감독 역시 영국에서 난민 신청을 경험했던 사람이다. 그는 "난민이 싸워야 할 가장 큰 적은 기다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인정 여부를 알 수 없는 채 수개월, 길게는 수년을 보내야 하는 시간이 난민들에게는 또 다른 고통일 수 밖에 없다. 생계도 녹록지 않았다. 국내 난민 신청자는 신청 후 6개월 동안 취업이 제한된다. 정부의 생계지원 제도는 있지만 규모는 매우 제한적이다. 김 간사에 따르면 2025년 약 1만5000명의 신청자 가운데 생계비 지원을 받은 사람은 261명뿐이었고, 평균 지원 기간도 3.5개월에 그쳤다.
최근 정부가 난민법 개정을 통해 동일한 사유의 반복 신청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난민 보호보다 심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고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난민을 관심도 없지만, 오히려 배제의 대상이 되어가는 것으로 합리적 수준으로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포럼에서는 난민을 단순히 보호받는 존재로만 바라보는 시각도 경계했다. 한국에 정착한 난민들 가운데는 고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활동을 계속 이어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매년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에는 함께 축제를 열고, 한국 사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국내에 큰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기부한 사례들도 소개됐다.
토론은 자연스럽게 기후위기로 이어졌다. 유럽은 이미 시리아 내전등을 거치며 대규모 난민을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사회통합과 복지, 주거, 노동시장, 정치적 갈등이라는 과제를 함께 떠안았다. 그 경험은 난민 문제를 인도주의만으로도, 치안 문제만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이러한 이동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난민에 배제와 회피가 대안이 되지 않는다. 결국 변화된 인식과 제도의 변화를 통해 난민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국제적으로 이제 대한민국도 선진국 대열에 올랐고, 책임을 져야할 주체가 된 점도 인정해야 한다.
환경운동 역시 이제 탄소를 줄이는 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국제사회는 어떤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지, 지역사회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숲과 강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과 공동체까지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포럼을 마치며 참가자들은 난민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기후이주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 그리고 지역사회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기후위기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을 삶의 터전으로부터 밀어내고 있으며, 그 변화는 언젠가 우리 사회에도 새로운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 질문 앞에서 필요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이해이고, 배제가 아니라 준비일 것이다.
이정임 대전환경운동연합 대표는 "환경운동은 이제 숲과 강을 지키는 데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기후위기는 생태계를 넘어 사람들의 삶과 건강,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삶의 터전을 잃고 이동하는 사람들까지 함께 바라봐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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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민포럼을 마치고 기념사진 |
| ⓒ 이경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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