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하러 지역 돌아온 청년들, 무대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황동환 2026. 7. 2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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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 예산 자연드림교회 '드림홀'에서 '제2회 청소년&청년 밴드 축제' 열려

[황동환 기자]

 지난 1월 자연드림교회 드림홀에서 열린 제1회 청소년 밴드 공연에서 참가자들이 열정적인 연주와 퍼포먼스로 공연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 자연드림교회
지난 8일 찾은 충남 예산군의 자연드림교회 3층 '드림홀'은 일반적인 교회 예배당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무대에는 공연 조명이 설치돼 있었고 드럼과 기타 앰프, 음향장비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작은 공연장 같기도, 청소년들의 아지트 같기도 한 이 공간에서 오는 25일 '제2회 청소년&청년 밴드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이번 축제에는 모두 6개팀, 50여명의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참여한다. 그러나 이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무대에 오르는 주인공이 아니라 공연을 만들어가는 방식에 있다. 공연의 기획부터 참가팀 구성, 연습과 준비까지 모두 청소년과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이끌어가고, 교회는 공간과 장비를 제공하며 뒤에서 응원하는 역할에 머문다. 김신형 자연드림교회 담임 목사는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이를 '플랫폼'이라고 표현했다.

혼자보다 함께 하는 시간이 성장시키는 것
 ‘와글와글 놀이터’ 참가자들이 교량 아래 열린 체험공간에서 다양한 놀이와 만들기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 자연드림교회
이번 공연은 거창한 사업계획이나 공모사업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평소 청소년과 청년들이 자유롭게 모일 공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오던 김 목사는 어느 날 산책을 하다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지금 청소년이라면 쉬는 날 어디에서 시간을 보낼까."

떠오른 답은 PC방과 노래방, 카페 정도였다. 반복해서 찾기에는 한계가 있는 공간이었다. 지역 안에서 취미를 공유하고 사람을 만나며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장소는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마침 교회에 다니던 한 학생이 밴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김 목사는 교회 공간을 연습실로 내주었다. 작은 배려였지만, 김 목사는 아이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며 음악 이상의 가치를 발견했다.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웃고, 의견을 나누고, 함께 연주를 맞춰가는 모습이었다. 경쟁보다 협력이, 혼자보다 함께하는 시간이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들이 먼저 공연을 제안했고, 김 목사는 "여러 팀이 함께 공연하면 좋겠다"며 화답했다. 교인들도 뜻을 모았다. 단순히 장소를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 어른들이 청소년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장학금을 마련하고 무대와 음향을 준비해 올해 1월 첫 공연을 열었다.

첫 공연에는 덕산고와 임성중, 예산여고·대흥고 연합팀 등 3개 팀이 참여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객석이었다. 부모와 지역 주민들은 응원봉을 흔들며 환호했고 공연장을 가득 메운 박수는 학교 발표회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을 만들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학생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공연을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관계를 이어가는 공동체 활동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

하지만 기쁨 뒤에는 예상하지 못한 안타까움도 밀려왔다. 고등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며 대부분 예산을 떠난 것이다. 지역에서 어렵게 만들어진 청소년 문화가 대학 진학과 동시에 끊기는 현실은 김 목사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런데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반가운 일이 생겼다. 대학생이 된 청년들이 다시 예산으로 돌아와 먼저 두 번째 공연을 제안한 것이다.

이번에는 참가팀도 두 배인 6개팀으로 늘었고 참가 인원 역시 50명 가까이 확대됐다. 자연스럽게 행사 이름도 '청소년 밴드 축제'에서 '청소년&청년 밴드 축제'로 바뀌었다. 김 목사는 "지역을 떠났던 청년들이 방학이면 다시 돌아와 친구들과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이 가장 반가웠다"며 "방학 동안에도 청소년과 청년들이 자유롭게 모여 활동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지역 곳곳에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가 이번 공연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음악 자체가 아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의욕이 없다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기회를 주면 스스로 팀을 만들고 공연을 준비하며 친구들을 모은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게임하지 않아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역할은 행정이나 학교만의 몫이 아니라 종교 기관과 지역 단체, 주민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관과 학교, 복지기관, 종교기관이 조금씩 공간을 열고 협력한다면 청소년들이 만날 수 있는 문화는 훨씬 다양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신형 자연드림교회 목사가 드림홀 공연장에서 오는 25일 열리는 ‘제2회 청소년 & 청년 밴드 축제’를 소개하고 있다.
ⓒ <무한정보> 황동환
'자연드림'이라는 이름에는 자연스러운 목회와 모든 생명의 회복을 꿈꾼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김 목사는 이를 '녹색교회'라고 설명한다. 사람뿐 아니라 자연과 마을, 공동체까지 함께 돌보는 교회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자연드림교회는 예배당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예산군 도시재생지원센터와 행복마을지원센터 사업에 참여해 주민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천연화장품 만들기와 생태교육, 숲놀이터, '와글와글 놀이터'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드림홀'은 공연장이면서 놀이터이고, 배움터이자 마을 사랑방 역할을 함께하고 있다.

교회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공동체 안에는 초등교사와 특수교사, 상담 전문가, 놀이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함께하고 있다. 내포신도시 이전도 고민했지만 교인들은 오히려 청소년과 어린이가 줄어드는 예산에 더 필요한 교회가 되자는 의견을 냈고, 결국 지금의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고 한다. 지방소멸과 인구감소를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대규모 예산과 거창한 정책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자연드림교회 드림홀에서 만난 풍경은 조금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공간, 청년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친구들과 음악을 만들 수 있는 무대, 그리고 그들을 믿고 응원하는 지역 어른들의 박수. 어쩌면 지역을 변화 시키는 힘은 거대한 시설보다 이런 작은 연결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한편, 오는 25일 드림홀에서 울려 퍼질 음악은 단순한 밴드 공연이 아니다. 지역 청소년과 청년들이 "우리도 이곳에서 꿈꾸고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하는 무대이자, 작은 교회가 지역사회에 건네는 응원의 메시지다. 예산의 작은 교회에서 시작된 이 실험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청소년과 청년이 머물고 돌아오는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지역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 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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