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게 전문성이 없다'는 말은 사실일까?
[문다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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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29일 강훈식 비서실장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공직역량 강화' 핵심성과 및 추진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그 이전에도 4~5급 공무원을 중심으로 한 '개방형 전문직위제도'를 통해 개방직 임기가 확대되고 있었지만, 인사개혁의 핵심 내용으로 본격 자리 잡은 것은 국민의 정부 제2차 정부개혁을 기점으로 해서다. 공직사회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민간과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그 주요 취지로 가지는 개방형 직위는 당시 정부 개혁 제도 가운데 가장 큰 지지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3].
다만, 민간에 공직을 개방하는 개혁에 대한 정당화가 지속적으로 필요했고, 이를 위해 민간 전문가를 규범으로, 공무원들을 그 반대편 '관료적 병폐'의 위치에 두는 시도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관료적 병폐는 점차 정의조차 모호한 '비전문성'으로 구체화됐고, 이 비전문성의 원인으로 순환보직이 지목되기 시작했다. 한편, 공무원의 비전문성과 순환보직을 잇는 담론은 그보다 조금 더 빠른 1994년, 공무원 '전문보직제' 도입을 전후로 등장했으나, 그 논의의 정식화는 시간이 흐른 후 더욱 뚜렷해졌다.
순환보직에 대한 평가는 공무원 집단 안팎을 막론하고 부정적인 입장에 무게가 실려 있다. 업무 연속성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이 외부 민간 전문가보다 현저히 떨어진다는 주장은 '순환 보직 없는 전문가 공무원' 등 그대로 공직사회 인사제도 정책 개혁의 전제로 굳어 진지도 오래다.
전문성의 모습
초기에 제도 개혁은 외교나 인공지능, 노동감독 등 특정 부문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지만, 오늘날 순환보직이 전문성을 떨어뜨린다는 담론은 그 경계를 넘어 지역사회에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대체 공무에 필요한 전문성이란 무엇인가?
전문성은 업무에 내재한 속성이라기보다 특정한 노동을 수행할 권한을 사회적으로 부여 받은 결과에 가깝다. 보건의료 영역에서 이 권한은 의심 없이 의사와 간호사처럼 면허를 가진 직역이나 보건학을 비롯한 인접 분야의 학위를 가진 사람에게 부여된다. 그리고 그 권한의 범위는 사회 문제를 진단하고 정의하는 일부터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제언하고 결정하는 데까지 이른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과 함께 관심이 사그라든 역학조사관 제도는 '전문임기제'의 대표적인 사례다. 1999년 일부 공중보건의를 선발해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역학조사관 제도는 중동호흡기 증후군(메르스) 유행을 계기로 전문직 공무원 역학조사관의 확보와 배치에 관한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해 질병관리청 소속 역학조사관 수를 기존 30명에서 100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한편, 광역 및 기초지자체에도 역학조사관을 배치하도록 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역학조사관 인력은 이후로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역학조사관은 주로 두 경로를 통해 임명된다. 방역·역학조사·예방접종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거나 의료인, 약사, 수의사 등 감염병·역학 관련 분야의 전문가에 해당하는 사람이 역학조사 교육·훈련 과정을 이수한 후 정식 임명되는 방식이다. 한편, 시도 소속 공무원으로 각각 2명 이상 두어야 하는 역학조사관 가운데 한 명 이상은 의사로 둘 것을 법으로 명시하는 것으로 의료적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의무직이나 공중보건의들이 임명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두 번째 경로는 한시적 종사명령을 통해 역학조사관을 임명하는 경우다. 감염병의 유입이나 유행이 우려되거나 이미 발생한 긴급한 상황에서, 질병관리청장이나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인 또는 약사·수의사·간호사 또는 법학·생물학·보건학 석박사 등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을 정한 기간에 따라 역학조사관으로 임명하여 역학조사 직무를 수행하게 할 수 있다. 이때 역학조사관은 임기제공무원으로 임용되는데, 일반직으로 채용하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전문임기제로 채용한다.
무엇이 같고 다른가
전문임기제는 전문성을 명분으로 도입되었으나, 역시 주로 2년이라는 기간을 정한 '계약직'이므로, 업무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업무 연속성 확보의 어려움이 순환보직의 한계로 지적되어 왔다면, 기간을 정한 계약직 채용 역시 업무 단절을 반복한다는 점에서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위탁받은 전문가 조직이 갖춘 전문성은 면허와 학위, 즉 보건의료지식이라는 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시민을 대면하고 지역 문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며 자원을 배분해 온 행정적 판단과 결정과는 다른 층위에 있다.
예컨대 역학조사관의 업무는 감염병(유행)이 발생한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사와 감시의 범위를 결정하는 일, 감염병 발생 현장에서 역학조사반의 역할을 배분하고 필요한 개입과 조치를 마련하는 일로 실천적 판단의 영역이다. 이러한 역량은 채용 시 요구되는 학문적 지식이나 자격증만으로 곧바로 확보되기 보다는 현장에서 누적된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따라서 공무의 준거를 자격이나 학위에 기반한 전문성에 두기 어렵다.
현실의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이 담론이 공무원 집단에게도 쓸 만한 핑계가 되어 준다는 점이다. '우리는 보직을 순환하기 때문에 업무에 전문성이 없다. 따라서 외부의 민간 전문가가 마땅히 그 일을 맡아야 한다'는 말이 이들의 입을 통해 재생산되면서 권한의 양도는 자발적 위임의 외양을 띤다. 지식에서의 종속을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시민에 대한 책임을 엷게 만드는 방식으로 책임지지 않는 권력을 재생산하는 일이기도 하다.
시민을 옹호하는 전문성은 가능할까
분명한 것은 보직의 순환 유무가 아닌, 누구에게 '전문가'의 특권이 어떤 책임의 조건에서 허락되는지 살피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이다. 순환보직은 애초에 전문성 강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순환보직이 전문성을 떨어뜨린다는 말은 실체 없는 문제의식으로 설정될 뿐, 공무에 필요한 어떤 전문성을 어떻게 왜 저하시키는지는 좀처럼 설명되지 않는다.
순환보직과 계급제 공무원의 전문성이 미치는 영향을 살핀 한 연구에서는 여러 부서를 거치며 규정과 실무를 익히고 사람을 두루 파악하는 과정에서 실무전문성이 쌓이고,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관리 역량이 함께 축적되더라는 반대의 결과를 보여준다[4]. 더불어 순환보직 그 자체보다 짧은 주기와 보직 기간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공무원의 역량 축적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한다.
만약 전문성이 공무에 필요한 조건이라면, 그 지식과 전문성에 부여된 몫은 결정의 권한보다는 시민과 만나 봉사하는 일을 뒷받침하고 옹호하며, 연대하는 책무에서 비롯하지 않을까? 공무원에게 전문성이 없다는 전제, 그 부족을 외부 전문가에게 권한을 넘겨 메워야 한다는 결론은 편리한 핑계에 불과하다. 시민을 위한 '전문성'과 '역량'이란 무엇인지 되물어야 한다. 이를 위한 수단은 숱하게 많다. 다만 단 하나의 원칙이 있다면, 행정과 자치의 과정에서 시민을 소외시키지 않는 것이다.
[참고문헌]
[1] 김광호. (2008). 공무원 순환보직에 관한 연구. 한국개발연구원
[2] 김진욱, 박지현. (2005). 우리나라 개방형 임용제도의 운영실태와 발전방안. 한국지방행정학보, 2(1), 137-162.
[3] 박천오, 남궁근, 박희봉, 오성호, 김상묵. (2002). 개방형 직위제도의 제도적 적정성에 관한 실증적 조사연구. <한국행정연구, 11(2), 162-187.
[4] 윤견수, 정민경, 김영은. (2020). 지방 공무원의 전문성에 대한 연구: 정치화와 계급제 기반 관료제를 중심으로. 정부학연구, 26(1), 132-160.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SC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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