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키미 K3가 보여준 위기감…독파모·프런티어 '두 마리' 토끼 잡으려면

박선미 2026. 7. 2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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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자본 쏟아붓는 미국, 중국 따라가려면
정책 민첩성과 생태계 연합에 초점 맞춰야

중국 스타트업 문샷AI가 2025년 11월 오픈소스 거대언어모델(LLM) 키미 K2 싱킹을 공개한 이후 K2.5, K2.6 등 파생 모델을 연달아 내놓았을 때 글로벌 인공지능(AI) 개발자 커뮤니티의 주된 반응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대안"에 그쳤다. 코딩용 AI '커서'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 '도어대시' 등 미국 기업들이 조용히 K2를 도입했을 때도 비용 절감을 위한 가성비 선택에 방점을 찍었다.

그런데 지난 17일 2조8000억개 파라미터(매개변수)를 갖춘 차세대 모델 '키미 K3'가 등장하자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중국산 AI 모델들이 미국 프런티어(최상위) 모델들을 2~3개월 격차로 바짝 쫓아왔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고,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미국의 AI 주도권을 흔들 수 있는 위협이라고 표현했다. 앤스로픽의 '클로드 페이블5', 오픈AI의 'GPT-5.6 솔' 등 미국 프런티어 모델들을 턱밑까지 추격한 성능에 미국은 안보를 명분 삼아 자국 기업들의 중국산 AI 모델 사용을 사실상 차단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중국의 AI 모델들이 순식간에 미국 AI 패권의 근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진화한 셈이다.

중국발 AI 공세 배후에는 거대한 산업 생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공업정보화부(MIIT) 등 정부 기관 최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AI 핵심 산업 규모는 이미 1조2000억위안(약 225조원)을 돌파했다. 누적 이용자 6억명, 매년 30%씩 팽창하는 거대한 생태계가 뿜어내는 수백조 원의 자본력은 중국의 AI 산업 성장 속도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27년까지 5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소버린(주권) AI 확보를 위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형 프런티어 AI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이제 막 첫발을 떼기 시작한 걸음마 단계로 수백조 원 규모의 생태계를 갖춘 미·중 AI 패권 전쟁 틈바구니에서 아직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배경훈 과기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0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프런티어급 AI 모델은 핵무기처럼 국가가 통제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언급하며 AI 기술 종속 위기감을 드러냈다.

천문학적 자본과 기술력으로 앞서 있는 미국과 중국을 바짝 따라가기 위해 한국 AI 산업과 정책에는 우리만의 민첩성과 생태계 연합이 필요하다. 1년 단위로 돌아가는 낡은 정부 예산 구조와 타이트한 조달 심사로는 1개월 단위로 세대가 바뀌는 AI 속도전을 감당할 수 없다. 스타트업과 연구진이 필요로 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연산 자원과 자금이 서류 심사나 낡은 규제에 발목 잡히지 않고 즉각 꽂힐 수 있도록, 행정 절차를 걷어낸 패스트트랙이 필수적이다. 특정 모델의 한계를 넘어서는 수직적 '풀스택(Full-Stack) 생태계 연합'도 한국 AI 산업에 필요한 부분이다.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은 이미 칩 설계부터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완벽한 수직 계열화를 마쳤다. 우리 역시 '반도체-클라우드-모델-서비스'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연합군을 만들어 각개전투 분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키미 K3가 보여준 전략적 쇼크는 우리에게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박선미 IT과학부장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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