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스택플레이션⑦] 비싸진 콘솔 장비, 지갑 얇아진 게이머…게임업계 비상

[디지털데일리 이학범기자] AI 데이터센터가 고성능 메모리와 SSD 공급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시작된 비용 압박이 기업용 서버와 클라우드를 넘어 소비자용 하드웨어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콘솔 게임기다.
과거에는 출시 초기 높았던 가격이 시간이 지나며 낮아지는 흐름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플레이스테이션·엑스박스·닌텐도 등 주요 콘솔은 오히려 가격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AI가 촉발한 메모리·저장장치 가격 상승이 게임을 시작하기 위한 비용까지 밀어 올리면서 ‘기다리면 저렴해진다’는 콘솔 가격 공식도 흔들리고 있다.
과거 콘솔 기기는 출시 초기 가격이 높더라도 시간이 지나며 가격이 내려가는 흐름이 일반적이었다. 다만 최근에는 주요 콘솔 가격이 출시 이후에도 오르면서 게임을 즐기기 위한 초기 비용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보다 크게 느껴지는 배경에는 하반기 콘솔 중심 대작 출시가 있다.
2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락스타 게임즈는 'GTA6'를 오는 11월19일 플레이스테이션5(PS5)와 엑스박스 시리즈 X|S로 출시할 예정이다. PC 버전 출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GTA6는 락스타 게임즈의 대표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 'GTA'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전작 'GTA5' 이후 약 13년 만에 출시되는 정식 넘버링 신작이다. GTA5가 글로벌 누적 판매량 2억2000만장을 넘어선 대형 흥행작인 만큼 GTA6를 향한 시리즈 팬들의 관심도 높다.
닌텐도도 하반기 대형 지식재산권(IP)을 준비 중이다. 이 회사는 '젤다의 전설: 시간의오카리나' 리메이크를 연내 닌텐도 스위치2 독점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1998년 출시된 원작은 게임 평론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99점으로 역대 최고점을 받은 게임이다. 나아가 해당 게임이 시리즈의 40주년 기념작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콘솔 가격을 20~70달러(약 3만~11만원) 인상한 데 이어, 오는 8월1일부터 전 세계 가격을 추가로 조정한다. 512GB 모델은 100달러(약 15만원), 1TB 모델은 150달러(약 23만원) 오른다. 2TB 모델은 판매가 종료된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도 지난 5월부터 국내 PS5 가격을 인상했다. PS5 디스크 버전 콘솔 가격은 기존 74만원8000원에서 94만8000원으로 약 27% 올랐다. PS5 디지털 에디션은 59만8000원에서 85만8000원으로 약 43.5%, PS5 프로는 111만8000원에서 129만8000원으로 약 16.1% 인상됐다.
닌텐도 역시 국내 콘솔 가격을 올린다. 한국닌텐도는 오는 9월1일부터 닌텐도 스위치2 국내 희망소비자가격을 기존 64만8000원에서 75만8000원으로 11만원 인상한다. 인상률은 약 17%다.
콘솔 가격 인상은 단순한 본체값 변화가 아니다. 콘솔 기기는 플랫폼 생태계의 입구로, 이용자들이 본체를 산 뒤 게임 타이틀·추가 컨트롤러·온라인 구독 등을 구매한다.

이에 콘솔 플랫폼 사업자들은 하드웨어 보급을 중시해 왔다. 본체 판매 이익이 다소 줄더라도 이용자 기반을 넓히고 이후 게임 타이틀 판매, 구독 서비스, 수수료 등으로 수익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다만 부품 원가, 물류비, 환율 부담이 커지며 관련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본체 가격을 억누르면 수익성이 악화되고 가격을 인상하면 이용자 확장성이 줄어드는 딜레마가 생긴다.
이런 딜레마에도 회사들이 가격을 인상하는 배경에는 최근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확대로 인한 메모리 및 저장장치 가격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용 디램(DRAM), 기업용 SSD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소비자용 기기 원가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일반 디램 계약가격은 올해 1분기 전분기보다 약 93~98% 오른 데 이어, 2분기에도 58~63%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낸드플래시 계약가격도 2분기 70~75%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며 해당 부품을 탑재하는 콘솔 제조사들도 원가 부담을 피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MS도 가격 인상 배경으로 저장장치와 메모리 가격 상승을 직접 언급했다. 이 회사는 "추가 가격 인상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라며 지난 몇 달 동안 공급업체들과 대안을 모색했다"며 "하지만 콘솔 저장장치와 메모리 가격이 2.5배 이상 올랐고 오는 2027년 가을까지 다시 2배 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 전자제품 업계 전반이 현재 부품 위기를 겪고 있지만 콘솔 사업은 특히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콘솔 기기는 일반적으로 이익을 남기며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라 제조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소니는 가격 조정 배경에 대해 "글로벌 경제 환경 전반에서 지속적인 압박이 이어짐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기기 가격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며 "가격 변동이 이용자 커뮤니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높은 품질의 게임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부품 원가와 시장 환경 부담이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결국 게임을 시작하기 위한 초기 비용이 커지는 문제로 이어진다. 콘솔 본체 가격이 오르면 같은 예산 안에서 게임 타이틀이나 주변기기에 쓸 수 있는 금액은 줄어든다. 특히 콘솔을 새로 구매해 특정 대작을 즐기려는 이용자일수록 초기 지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콘솔의 장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콘솔은 여전히 PC보다 구매 구조가 단순하고 동일한 사양을 기준으로 개발사가 최적화한 환경을 제공한다. 복잡한 부품 조합이나 그래픽 설정을 따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콘솔의 강점이다.
다만 콘솔 가격이 출시 이후에도 오를 뿐 아니라 온라인 구독료, 주변기기 비용 등이 더해지면 게임을 시작하기 위한 문턱은 더 높아진다. 콘솔은 여전히 거실 게임 경험의 중심에 있지만 이제는 기다리면 저렴해지는 기기가 아니라 가격 변수를 함께 따져야 하는 소비재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콘솔 가격 부담이 커졌다고 PC가 곧바로 대안이 되기도 어렵다. AI 서버 수요 확대로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게이밍 PC 견적도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콘솔과 PC 모두 게임을 즐기기 위한 초기 비용이 오르는 흐름 속에서 게이머의 지갑은 더 복잡한 계산을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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