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아파트 싼값에 샀대요”…4살 아들 손 잡고 아빠 향한 곳

지난 16일 오전 10시 서울남부지방법원 경매법정 앞에서 마주친 김진식(38·가명)씨는 “집값은 너무 뛰는데 대출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답답한 마음에 경매라도 해보려고 왔다”고 말했다. 법정에 들어가기 전 아내와 조용히 의견을 나눴다는 김씨는 진지한 표정으로 입찰표에 가격을 적었다. 그는 “회사에는 오전 반차를 쓰겠다고 얘기해놓고 왔다”며 “매물로 나온 강서구 화곡동의 한 아파트를 직접 방문해 주변 상권까지 분석하고 온 만큼 꼭 낙찰을 받고 싶다”고 했다. 이날 경매법정은 평일 오전임에도 수십명의 응찰자들로 붐볐다.
4살짜리 아들의 손을 잡고 응찰에 나선 30대 남성 이모씨는 “운 좋게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구했다는 직장 동료의 이야기를 들은 작년부터 법원을 자주 오고 있는데, 최근엔 젊은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며 “이른바 ‘경매 스터디 모임’이 단체로 법원에 공부하러 오는 경우도 종종 목격했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도 경매 참가가 아닌 단순 참관을 하러 온 신혼부부가 적잖았다. 이들에게 “우리 회사의 정보지를 구독하면 좋은 매물을 소개해주고 적정 가격을 분석해주겠다”며 영업 활동을 하는 경매정보지 소속 직원들도 보였다.

경매 매수인 비중, 30대가 1위
‘내 집 마련’을 위해 공인중개사 사무실 대신 법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30대가 늘고 있다. 20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을 통해 서울 집합건물 경매 매수인 비중(강제·임의경매 합산)을 분석한 결과, 30대가 33.5%(2743명 중 920명)로 전 연령대 중 1위를 기록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중·장년층 및 다주택자들의 투자처로 평가받던 경매 시장을 젊은 층과 무주택자가 점령하는 모양새”라며 “이들 대부분은 실거주가 목적”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일을 하러 간 남편 대신 유모차를 끌고 경매에 다녀왔다”는 등의 후기도 여럿 올라와 있다.

이러한 풍경은 아파트값의 급격한 상승과 공급 부족에서 비롯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3억2979만원으로, 지난해 12월(12억8942만원) 대비 3.1% 상승했다. 평균 매매가격이 13억원을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매매뿐 아니라 전세 가격도 지난해 2월 첫째 주부터 상승세로 전환된 후 75주 연속 오름세다. 지난달 18일엔 “하반기 들어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전망도 나왔다. 20일 서울동부지법 경매법정에 방문한 남모(36)씨는 “향후 3년은 공급도 거의 없어 청약 가능성도 희박한데, 갭투자(전세를 낀 매수)가 가능한 경매가 유일한 대안인 것 같다”며 “간절한 마음으로 될 때까지 참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문가 “낙찰가만 보면 낭패”
전문가들은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점에 현혹돼 정확한 정보 없이 경매에 접근하면 위험 부담을 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경매 과정에서 허위 유치권으로 인해 법적 분쟁이 발생한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제기된 허위 유치권(유치권 부존재) 관련 소송은 총 1134건에 달했다. 매년 약 200건의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윤지해 부동산 R114 리서치랩장은 “경매는 수천 가지의 케이스가 있어 전문가들도 정확하게 판단 내리지 못하고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동산 공부를 막 시작한 30대가 가격만 보고 진입했다가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인수해야 하거나 유치권으로 인한 분쟁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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