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중국 AI 기술 부럽지만... K-AI 모델 생존 위한 선택"

유창재 2026. 7. 2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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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취임 1주년... 독자 AI·프론티어 모델·AI 에이전트 '투트랙' 전략 제시

[유창재 기자]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변인실 이영규
"솔직히 중국에서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이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굉장히 부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개방형) 모델을 공개하더라도 어느 정도 목적이 달성되면 폐쇄형으로 바뀔 수 있다. 지금 사용하는 AI 서비스가 갑자기 중단되거나 가격이 20배, 100배 오른다면, 그걸 사용하실 수 있겠습니까."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말이다. 그는 20일 최근 중국발 인공지능(AI) 기술 충격파가 전 세계 AI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에 대해 "부러운 일"이라고 솔직하게 밝히면서도, 미국과 중국의 AI 전략이 결국 국가적 통제와 독점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배 부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국 AI 주권 확보'와 '독자 AI 모델 개발', 'AI 에이전트 생태계 구축', '프론티어 AI 도전', '글로벌 케이(K)-AI 연합' 구상 등을 잇달아 제시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는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에이아이(AI)가 공개한 프론티어급 모델 '키미(Kimi) 케이(K)3'의 급부상과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이 제안한 중국 중심의 개방형 AI 협력체 참여 여부 등이 화두였다. 배 부총리는 이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내비쳤다.

"미국은 폐쇄형으로 만들어가는 반면 중국은 계속해서 모델을 공개하고 지능을 확장하려 노력을 하고 있다. 결국 중국도 미국과 똑같은 절차를 지금 밟아가고 있다. 국가가 국가급 AI를 컨트롤하려는 경향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대한민국도 자국 AI 역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언젠가 종속되거나 그들의 통제 속에 놓이게 된다."

이어 배 부총리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론티어 AI 모델에도 도전해야 한다"면서 "프론티어 AI 모델은 이제 거의 핵무기처럼 국가가 직접 통제하려는 전략 자산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또 "대한민국도 독파모를 만들고 프론티어 모델에 도전하는 이유는 자국 AI 역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결국 다른 나라 AI에 종속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 AI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트랙' 전략 제시... "독파모는 산업 AI, 프론티어 모델은 세계 최고 경쟁력"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일 오전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1주년 소회를 밝히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변인실 이영규
정부 AI 정책도 기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중심에서 프론티어 AI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 부총리는 "기존 독파모는 공공서비스 확산과 산업 AI 전환을 위해 기업과 공공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AI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면서도 "이제는 한국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 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프론티어 모델에도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 내부에서도 독파모와 프론티어 모델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며 "현재보다 훨씬 큰 GPU(그래픽처리장치) 투자와 국가적 도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정당국과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론티어 모델 개발에는 "현재 독파모 지원 수준으로는 어렵다"며 "최소 베라루빈 GPU 1만 장 정도가 필요하고 GPU 구매 비용만 약 3조5000억 원에 달한다"고 했다. 다만 "아직 확정된 정책은 아니며 여러 부처를 설득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배 부총리는 앞으로 AI 경쟁의 핵심은 생성형 AI가 아니라 'AI 에이전트'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AI 모델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에이전트 AI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며 "플랫폼, 토큰 최적화,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력을 빨리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AI' 사업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 챗지피티(Chat-GPT)나 클로드를 쓰는 국민들이 모두 국내 AI로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외산 AI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공공 AI 에이전트를 통해 외산 AI에서는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내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선보여 그때 승부를 보겠다"고 제시했다.

"한국 중심 AI 연합 추진... 미·중 종속되지 않는 협력"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변인실 이영규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안한 중국 중심 AI 협력체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배 부총리는 "중국은 한국이 AI 연대에 참여하기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지만 미국과의 관계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신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케이에아이(K-AI) 연합' 구상을 소개했다. 배 부총리는 "대통령께서도 K-AI를 중심으로 세계 여러 나라와 협력체계를 만들자는 의지를 갖고 계신다"며 "몽골어와 티베트어까지 지원할 수 있는 AI를 함께 개발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EU(유럽연합)와 중동, 아세안 국가들도 미국이나 중국에 종속되지 않는 AI 협력을 한국과 함께하고 싶다는 요청을 하고 있다"며 "한국은 함께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점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배 부총리는 피지컬 AI를 차세대 국가 전략산업으로 규정하며 "3년 안에 세계 1강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피지컬 AI는 반도체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확보 체계부터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로봇 수천~수만 대 규모 실험 인프라를 구축하고 합성데이터와 월드모델, 피지컬 AI용 파운데이션 모델을 3년 안에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AI 표준도 한국이 주도해야 하며 데이터 확보 체계와 규제 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과기정통부의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차관은 R&D 생태계 복원과 관련해 "연구개발(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고 행정 서식을 간소화하고 있다"며 "PBS(연구과제중심제도) 개편 역시 2030년까지 매년 4000억 원 규모씩 차근차근 정부 출연금으로 전환해 현장 연구자들의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보장하겠다"고 설명했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투자형 R&D'에 대해 "기존의 시혜적 출연금 방식을 벗어나 정부가 특수목적법인(SPC) 지분 참여나 프로젝트 펀딩 방식으로 참여해 연구 성과의 책임성을 높이고 거대 프로젝트 투자를 뒷받침하겠다"고 부연했다.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한 SMR(소형모듈원자로) 육성 전략에 대해 배 부총리는 "2035년까지 폭증하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기후에너지부 등과 SMR 확보 전략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며 "경수로형 및 비경수형 SMR 상용화 시점을 가능한 한 앞으로 당기는 로드맵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AI 대전환의 기초 기반은 만들었다... 글로벌 AI리더십 확보로 결과 증명"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일 오전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혁채 제1차관, 배경훈 부총리, 류제명 제2차관,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변인실 이영규
한편 배 부총리는 지난 1년을 돌아보며 "AI 대전환의 기초 기반은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독자 AI가 왜 필요한지, 정부가 GPU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만든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며 "이제는 그 기반 위에서 반드시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간담회 직전에도 젊은 사무관·주무관들과 '타운홀 미팅'을 진행했다는 그는 "불필요한 일을 줄이고 서로 신뢰하며 토론할 수 있는 일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과기정통부의 핵심"이라며 조직 내 수평적 소통 문화를 위한 노력을 성과로 꼽기도 했다.

또 배 부총리는 "지난 1년이 제 인생의 10년 같았다. 앞으로 1년 더 빡세게 운영하며 실질적인 성과로 증명하겠다"며 "앞으로는 AI 3대 강국을 넘어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도록 결과로 증명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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