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한길 공개한 ‘잠실 투표지 보관함’ 진품이었다

전한길씨가 공개한 투표용지 보관함이 서울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반출된 ‘진품’인 것으로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확인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리 부실’도 문제지만, 이와 별개로 전씨 측 반출 행위가 절도죄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폐기했다”더니…합수본 “진품”
20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합수본은 전씨가 지난달 경찰에 제출한 투표용지 보관함을 분석한 결과, 보관함이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나온 진품인 것으로 결론내렸다. 보관함에 찍힌 선관위 직인이 실제 직인과 일치하는 점 등이 근거였다.
이 보관함은 법원이 지난달 9일 ‘증거 보전’ 명령으로 확보하려다 실패했던 물품이다. 법원은 증거 보전 명령 이튿날 잠실7동 제2투표소에 현장검증을 갔으나, 보관함이 그 자리에 없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선관위는 “투표용지 보관함은 법적으로 보관 대상이 아니다”라며 법원 명령이 내려지기 전 보관함을 이미 폐기업체에 인계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틀 뒤 전한길씨가 “선관위가 폐기했다는 투표용지 보관함 추정 원물을 확보했다”며 보관함을 공개한 것이다.

선관위도 현장 이탈, 시위대 진입
합수본은 보관함이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졌던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반출된 것으로 본다. 당시 일부 시민은 ‘부정선거’ 증거라며 투표소에서 투표함이 개표소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투표소 주변을 봉쇄하고 있었다.
개표가 지연되자 6월 5일 경찰이 투입돼 오전 9시쯤 투표함을 반출했다. 투표소에 배치됐던 선관위 직원도 경찰로부터 투표함을 인계받아 올림픽공원 개표소로 이송했다. 그러면서 투표소엔 경찰과 선관위 직원 모두 철수한 게 됐다.
그러자 투표소 주변을 봉쇄하던 시위대 일부가 투표소로 진입했다. 현장엔 선관위가 두고 간 투표용지 보관함, 선거인 명부 대조 전표 등 선거 용품이 무더기로 남아 있었다. 시위대는 선거 용품을 뒤적이고 일부 반출했다. 당시 투표소로 사용됐던 경로당 경비원이 시위대를 향해 “이쯤하고 돌아가시라”라고 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철수하지 않았다.

8시간 동안 관리 공백
선관위로선 ‘부실 관리’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투표소엔 오후 5시쯤이 돼서야 잠실7동 공무원이 선거 용품 회수를 위해 투입됐다. 투표함이 투표소를 빠져나간 시점부터 약 8시간 동안 투표소는 관리 공백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선관위 유권해석에 따르면 투표소는 투표함이 반출된 시점부터 더는 투표소로 볼 수 없다. 이에 잠실7동 제2투표소도 투표함이 반출된 즉시 선거 용품들을 정리, 처분했어야 했으나 그러지 않은 것이다. 합수본은 투표용지 보관함 등 관리 규정을 토대로 선관위의 법적 책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반면 법조계에선 선관위보다 전씨 측 ‘무단 반출’에 법적 문제 소지가 크다는 시각도 있다. 선관위로선 시위대가 투표소 건물로 내부로 진입해 선거 용품들을 반출할 것이라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투표소 건물에 무단 진입하고, 경비원 퇴거 요청에도 불응한 시위대에 건조물 침입, 퇴거 불응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 또 투표용지 보관함 등이 비록 폐기될 물품이지만, 무단 폐기해선 안 되고 선관위가 적법 절차에 따라 폐기했어야 하기 때문에 반출 행위가 ‘절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재경지검 차장검사는 “(보관함에 대해선) 선관위가 소유권을 포기했다고 볼 수 없어 무단 반출 행위가 절도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투표용지 보관함 등은 선관위 직인이 찍혀 있어 무단 폐기해선 안 된다. 지역 선관위가 일괄 수거해 폐기 처리해왔다.
김성진·김예정·한찬우 kim.seongj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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