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모션] LCK 5위도 세계 정상…디플러스 기아가 보여준 리그의 저력

[디지털데일리 이학범기자] 한화생명e스포츠가 '2026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에서 우승한 지 일주일 만에 LCK 5위 디플러스 기아가 'e스포츠 월드컵(EWC) 2026' 정상에 섰다. 리그 최상위권이 아님에도 국제대회를 제패하며 LCK의 두꺼운 경쟁력을 입증했다.
디플러스 기아는 지난 19일(프랑스 시각 기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EWC '리그오브레전드(LoL)' 종목 결승전에서 카르민 코프(KC)를 세트 스코어 3대0으로 꺾었다. 8강에서는 빌리빌리 게이밍(BLG), 4강에서는 젠지e스포츠를 각각 2대1로 제압했다. 결승에서는 개최지 관중의 응원을 등에 업고 T1까지 무너뜨린 KC에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8강부터의 대진만 보면 디플러스 기아의 우승을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디플러스 기아가 가장 먼저 쓰러뜨린 BLG는 이날(20일) 기준 라이엇 글로벌 파워랭킹(GPR)에서 1596포인트로 1위다. 다음 상대인 젠지는 파워랭킹 3위이자 지난해 EWC 우승팀이었다. 디플러스 기아는 결승까지 가는 과정에서 우승 후보 두 팀을 모두 넘어섰다.
정작 디플러스 기아의 파워랭킹 순위는 14위다. LCK 팀 가운데 한화생명·젠지·T1뿐 아니라 8위 kt롤스터보다도 낮았다. 이는 디플러스 기아가 유력한 우승 후보로 출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디플러스 기아의 우승은 한 팀의 반전보다 LCK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결과가 된다. 세계 14위로 평가받던 팀이 1위와 3위를 연달아 꺾고 정상에 올랐다. LCK에서 최상단 전력으로 분류되지 않던 팀도 국제무대에 나서면 우승권 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12일 한화생명 '제카' 김건우는 MSI 우승 직후 "국제전보다 LCK에서 우승하는 것이 어렵다는 기존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해외 미드 라이너보다 LCK에서 만나는 미드 라이너들의 경기력이 더 뛰어나다는 이유였다.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해 '쵸비' 정지훈, '쇼메이커' 허수, '비디디' 곽보성 등 세계 최정상 미드 라이너를 매주 상대해야 하는 리그의 경쟁 강도를 강조한 발언이다.
EWC는 이러한 경쟁력이 미드 라인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보여줬다. 특히 상대적으로 젊은 원거리 딜러인 T1 '페이즈' 김수환과 디플러스 기아 '스매쉬' 신금재의 활약이 돋보였다.
김수환은 8강에서 직전 MSI 우승팀 한화생명을 상대로 1세트 '이즈리얼'로 12킬 5도움을 기록하며 한 번도 쓰러지지 않고 세트 승리를 이끌었다. KC와의 4강 마지막 세트에서도 ‘자야’로 끝까지 화력을 담당했다.
신금재는 첫 국제대회 결승에서 '카이사' 등을 활용해 디플러스 기아의 화력을 책임졌고 결승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김수환과 신금재의 활약은 LCK를 대표해 온 원거리 딜러들의 계보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심은 두 선수가 새로운 이름이라는 데 있지 않다. 기존 국제대회 우승 주역에게 기대지 않고도 젊은 선수들이 팀의 승리 조건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허수, 이상혁 등 기존 스타 선수들이 건재한 가운데 김수환과 신금재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도 국제무대에서 승부를 결정하며 LCK의 두꺼운 선수층을 입증했다.

물론 이번 대회에서 LCK가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T1은 한화생명을 꺾었지만 4강에서 KC에 1대2로 역전패했다. 디펜딩 챔피언 젠지도 디플러스 기아에 막혀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두 팀이 맞붙은 3·4위전은 3세트 모두 한쪽으로 크게 기울면서 경기력과 집중력을 두고 아쉽다는 평이 나온다. 최종 결과는 젠지의 2대1 승리였다.
그렇다고 LCK의 경쟁력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4강 진출팀 가운데 3팀이 LCK 소속이었다. 우승은 디플러스 기아, 3위는 젠지, 4위는 T1이 차지했다. 8강에서 T1과 한화생명이 맞붙어 한 팀의 탈락이 불가피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1위부터 4위 가운데 3자리를 차지한 LCK를 약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대회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승을 제외하고 토너먼트가 8강부터 3전2승제로 진행돼 한두 번의 판단이 결과를 좌우할 여지가 컸다. EWC는 라이엇 게임즈가 주최하는 공식 국제대회가 아닌 만큼 이번 결과만으로 다가올 롤드컵의 우승 구도를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짧은 경기 방식은 모든 팀에 동일하게 적용됐다. 디플러스 기아는 BLG와 젠지를 연달아 꺾은 뒤 5전3승제 결승에서 KC를 3대0으로 완파했다. 우승을 대진 운이나 한 번의 이변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MSI에서는 한화생명이 우승했고 EWC에서는 디플러스 기아가 정상에 올랐다. T1과 젠지도 파리에서 4강에 진출했다. 특정 팀 하나가 국제대회를 지배한 것이 아니다. 서로를 밀어내며 경쟁한 여러 LCK 팀이 세계무대의 상위권을 나눠 가졌다.
강한 리그는 모든 팀의 승리로 완성되지 않는다. 누군가가 패배하더라도 다른 팀이 우승컵을 가져올 수 있어야 리그의 깊이를 말할 수 있다. 디플러스 기아가 파리에서 보여준 것은 '언더독의 반란'만이 아니다. LCK 5위 팀도 세계 정상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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