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팔면 '수백 배' 번다" 새벽부터 사람들 우르르…명품보다 구하기 어렵다는 가방

서지영 2026. 7. 2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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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레이더 조' 에코백 대란
리셀 시장서 가격 수백 배 급등
불황 속 '작은 사치' 소비 확산
트레이더 조의 에코백을 사기 위해 모인 소비자들. SNS 캡처

미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고물가와 높은 금리,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고용 불안까지 겹치면서 주택·자동차 같은 고가 소비는 미루는 대신, 몇 달러 수준의 저렴한 '미니 제품'으로 만족을 얻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실패 부담이 적은 저가 상품을 수집하며 보상심리를 채우는 이 현상은 가전과 주류 등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꾸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3달러' 가방 대란…명품급 희소성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식료품 체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s)의 2.99달러(약 4450원)짜리 미니 토트백은 출시될 때마다 품절 대란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한정판 '파스텔 스트라이프 미니 토트백'의 경우,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미전역 매장 앞에 새벽부터 수십 m씩 대기 행렬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뉴저지의 한 매장에서는 개점 한 시간도 안 돼 재고가 바닥났으며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매장에는 오픈 전부터 500여 명의 인파가 건물을 에워싸는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한정판 행사장을 방불케 했다.

트레이더 조의 스트라이프 미니 토트백. 게티이미지

리셀(재판매) 시장에서도 과열 양상이 뚜렷하다. CNN에 따르면 2024년에는 정가 3달러 제품이 최대 500달러에 거래되며 수백 배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일각에서는 "샤넬·에르메스보다 구하기 어렵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업계, 잇따라 미니 제품 출시

이 같은 미니 제품 소비는 가전, 가구, 주방용품 등 미국 산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침투하며 새로운 소비 카테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 대형 주택 용품 유통업체 로스(Lowe's)에서는 2달러가 채 되지 않는 높이 10㎝ 남짓의 초소형 플라스틱 양동이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로스 측은 "이 작은 양동이가 극심한 침체를 겪던 홈인테리어 시장의 전체 매출까지 견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류 기업 페르노리카는 100㎖ 소용량 위스키를 시장에 재출시했고, 홈디포는 2달러 미만의 소형 수납함을 선보였다. GE가전은 299달러짜리 미니 제빙기를 선보여 1인 가구를 공략 중이며, 이탈리아 가전 브랜드 스메그는 기존 라인업보다 크기를 대폭 줄인 미니 우유 거품기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청소기 전문 브랜드 비셀의 미니 카펫 청소기는 실용성과 귀여운 디자인을 무기로 미국 내 브랜드 매출의 10%를 견인하는 메가 히트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미니 카테고리' 신시장 형성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니 제품 열풍이 과거의 경제 위기 극복 방식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경기 침체기에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대신 용량을 몰래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가짜 전략을 주로 썼다면 이제는 기존 제품의 미니 버전을 정식 독자 상품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새로운 카테고리 창출의 시대로 진입했다는 뜻이다.

트레이더 조의 미니 캔버스 토트백. 트레이더 조 공식 홈페이지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임금 상승률이 고질적인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데다, 의료비와 주거비 부담 가중,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고용 구조조정 공포까지 더해지면서 대형 지출을 극도로 꺼리는 기조가 굳어졌다.

찰스 채핀 아이오와주립대 금융심리학 교수는 "경제적 미래가 불안할수록 소비자는 구매 실패에 따른 기회비용과 타격이 적은 저가 상품을 우선적으로 소비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고 진단했다. 대형 지출을 포기한 보상심리가 몇 달러짜리 미니 제품을 수집하는 '작은 사치'로 발현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마이클 스코델레스 트루이스트어드바이저리서비스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소비자들의 구매력 저하와 심리적 위축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거대한 지출보다는 일상에서 즉각적인 효용을 주는 작은 만족을 선택하는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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