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불쌍하게 산다” 기초연금 제외된 82세 노병에 희소식

그동안 수급 대상에서 배제돼 있던 전직 공무원·군인이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 추후 납부(추납) 요건도 완화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6일 이런 내용의 기초연금·국민연금 개선안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기초연금은 2014년 도입할 때 공무원·군인·사학연금(특수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를 제외했다. 연금 대신 일시금으로 받거나 수급자(가입자 포함) 사망 후 유족연금을 받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개정 방침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천 배제 이유는 특수직역연금이 국민연금보다 금액이 많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연금 액수가 많지 않거나, 과거에 일시금으로 받았지만, 지금은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은 이들이 적지 않다. 〈중앙일보 4월 30일자 16면〉
정부는 그동안 문제점을 알면서도 손댈 엄두를 못 냈다. ‘공무원이 선배 공무원을 챙긴다’는 시선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는 방치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
정부는 ‘노인의 70% 이하’라는 기초연금 요건을 그대로 적용하지는 않고, 저소득 수급자·배우자로 한정하기로 했다. 방법은 두 가지. 소득·재산을 따져 저소득 기준을 설정하거나 연금 액수를 따지는 방안이다. 정부는 하반기에 법을 고쳐 내년에 시행할 방침이다.
특수직역연금 금액이 얼마 안 되는 수급자가 적지 않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확보한 자료(2025년)에 따르면 연금이 월 80만원 안 되는 특수직역연금 수급자가 4만 2672명이다. 이 중 월 20만원이 안 되는 사람이 3만명 넘는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인 가구의 생계급여(82만원)에 못 미치는 이들이다. 과거에 일시금으로 탄 수급자 중 소득이 낮은 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 용인시 전직 장교(예비역 소령) 박모(82)씨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노병이다. 40년 전 군 생활 20년을 접고 나올 때 연금 대신 일시금 4000만원을 타 자녀 교육에 썼다. 그 이력 때문에 본인도 아내(76)도 기초연금을 못 받는다. 지금은 자녀의 지원금, 참전수당(49만원)으로 생활한다.
박씨는 얼마 전 본지 통화에서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군 생활을 하다 경찰이 된 지인이 자녀 사업을 도와주다 망했고, 혼자 어렵게 살다가 숨지자 동기들이 장례를 치렀다”며 “같은 국민인데 이렇게 차별당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박씨는“진짜 불쌍하게 사는 전직 군인·공무원이 많으니 현재 사는 상태를 봐달라”고 호소했다.
김선민 의원은 특수직역연금 수급자 배제 조항을 삭제해 이들에게도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또 더불어민주당 김동아 의원은 특수직역연금 수급자 배우자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냈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국민연금 추납 요건을 완화하는 법률 개정 작업을 연내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추납은 사업중단·실직 등으로 못 낸 보험료를 나중에 납부하는 제도이다. 보험료를 한 달 이상 내고 그 후에 안 낸 기간이 대상이다. 반드시 가입 이력이 있어야 하고, 본인이 신청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업무보고에서 “동작 빠르게 정보 많은 사람만 혜택 보는 게 정의로운 거냐”고 지적했고, 복지부가 이번에 개선 방침을 보고한 것이다.
복지부는 다른 나라의 사례 등을 살펴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떤 나라는 가입 이력을 안 따지는 대신 과거 보험료를 내지 못한 사유 등을 따지고 추납 가능 기간을 제한하기도 한다”며 “지금보다 요건을 완화하되 일부는 강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아동 학대 범죄자, 군 복무 중 물의를 일으켜 1년 6개월 이상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각각 출산·군복무 크레디트를 주지 않기로 했다. 연내에 법률을 고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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