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면 진다” AI 바둑 금기 깼다…‘신공지능’ 신진서 완벽한 설욕

손민호 2026. 7. 1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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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9단이 19일 바둑 인공지능 '카타고'와의 2점 접바둑 두 번째 대국에서 승리했다. 뉴스1


‘신공지능’ 신진서가 인공지능 ‘카타고(KataGo)’와의 2점 접바둑에서 승리했다.

신진서(26) 9단은 19일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2국에서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카타고에 290수 만에 흑 4집반 승리를 거두고 17일 1국에서의 패배를 설욕했다.
한 편의 공포영화 같은 바둑이었다. 이번 대국은 인공지능의 월등한 실력을 인정해 인간에게 두 점 접바둑의 혜택을 줬다. 집으로 계산하면 18집 정도다. 그 18집 차이를 뒤집기 위해 인공지능은 5시간 가까이 집요한 추격전을 벌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좁혀졌고, 한 수만 삐끗해도 역전당하는 순간이 수차례 찾아왔다. 그러나 신진서는 끝내 이겨냈다. 한 번도 우세를 뺏기지 않았고, 마침내 인공지능을 꺾었다.

19일 신진서 9단과 '카타고'와의 2점 접바둑 2국 대국 장면. 사진 한국기원

초반은 1국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다. 1국에서 카타고는 두 번째 수만에 전혀 뜻밖의 수를 선보여 신진서를 흔들었다. 신진서가 “이 한 수로 한 달간 준비했던 모든 게 날아갔다”고 털어놨을 만큼 충격이 컸다.

2국에서 카타고는 초대형 정석을 시도했다. 10년 전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이 선보인 이른바 ‘인공지능 정석’이다. 수순이 길고 복잡해 한 수만 어긋나도 형세를 크게 그르친다. 그러나 카타고가 이 정석을 선택했을 때 입력되지 않은 정보가 있었다. 상대가 인공지능과 가장 유사한 바둑을 둬 ‘신공지능’이라 불리는 신진서라는 실전 정보다.

신진서는 이 정도 변화는 기본이라는 듯, 50수가 넘어가는 수순을 정확히 밟아 나갔다. 10년 전의 이세돌은 인공지능에 무지했으나, 지금의 신진서는 인공지능으로 바둑을 연구한다. 이 차이를 카타고는 계산하지 않았다. 정석이 끝나자 바둑판의 4분의 1이 금세 정리됐다. 초반부터 변화의 여지를 크게 줄인 덕분에 신진서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중반전에 돌입했다.

카타고와의 대국을 앞두고 신진서는 “전투는 최대한 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신진서는 인공지능에 싸움을 걸었고 싸움에서 이겨 승리를 가져왔다.

중반전, 중앙에서 접전이 벌어졌을 때 신진서에겐 두 가지 길이 있었다. 흑 돌을 연결해 바둑을 길게 끌고 가거나 백 대마를 끊고 공격에 나서거나. 전투에서 이기면 집 차이는 당연히 벌어진다. 그러나 전투가 벌어지면 변수가 많아져 승률 그래프가 떨어진다. 이기면 좋지만, 이길 수 있을까. 신진서가 상대하는 카타고는 20초 제한시간 안에 무려 2만6000개의 경우의 수를 계산한다고 알려진 최상위 등급의 인공지능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신진서는 용기를 냈다. 102번째 수가 떨어졌고, 중앙 백 대마가 양분됐다. 이후로 긴 싸움이 이어졌으나 그 한 수로 신진서는 확실한 우세를 가져왔다. 신진서는 국후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반발하거나 공격하고 싶었던 장면이 수도 없이 찾아왔다. 그때마다 참으면서 고통을 인내했다. 중앙 접전이 벌어졌을 때 시간을 봤더니 여유가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면 못 끊었을 것이다. 손해를 덜 보면서 전투를 하자고 생각했다.”

인간은 이제 인공지능과 싸우려 하지 않는다. 싸우면 지는 걸 알아서다. 바둑에서도 인공지능은 승부의 대상이 아니다. 인공지능으로 바둑을 공부하고 인공지능의 바둑을 따라 한다. 그 금기를 신진서가 깼다. 패배해도 위대한 도전인데, 한 판을 이겼다. 마지막 한 판도 기대되는 이유다. 3국은 21일 열린다. 이날도 승리하면 신진서는 다 합쳐 2억5000만원과 함께 제네시스90 승용차도 가져간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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