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부정 일삼는 이화여자축구팀? 주성치 신작, 한국女 비하 논란
중국 개봉 8일만에 12억 위안 흥행 돌풍
중국팀 성장 서사 위해 한국팀 비하논란
중 매체도 "애국심이 영화 인기 비결"

홍콩 스타 감독 저우싱츠(周星馳·주성치·64)의 코미디 영화 ‘쿵후 여자축구(功夫女足)’가 한국이 연상되는 여자 축구팀을 비하하듯 묘사해 도마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B급 코미디의 전설로 사랑받아온 일명 주성치 감독은 지난 11일 개봉한 이번 신작에서 약체 여자 축구팀이 중국 전통 쿵후로 ‘최강 무적컵’(여자 아시안컵)을 제패하는 여정을 그렸다.
중국 매체 펑파이신문·광명일보 등에 따르면 ‘쿵후 여자 축구’는 개봉 첫날에만 2억 6000만 위안(571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중국 여름 시즌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주성치 감독의 히트작 ‘소림축구’(2001)의 속편 격으로 알려진 데다, ‘신희극지왕’(2019) 이후 7년만의 연출 복귀작으로 화제가 높았다. 북중미 월드컵 시즌을 겨냥한 개봉 시기도 맞아떨어졌다. 18일 지몐뉴스에 따르면 개봉 8일차인 이날 오후 중국 흥행 수입이 12억 위안(약 2636억원)을 넘어섰다.

펑파이신문은 특히 “(영화에) 내재한 애국심이 시장에서의 인기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주성치는 그간 “나는 영원히 중국인”이라고 홍콩의 중국 반환을 공공연히 지지해온 터다. 이번 영화에서 그가 중국팀 성장 서사에 불쏘시게 역할로 쓴 게 한국팀이다. 영화 속 아시안컵에서 외국 팀들은 실제 국적 대신 별명으로 불리는데, 그 중 숙적으로 묘사되는 ‘이화여자 축구팀’은 이름부터 한국의 이화여자대학교를 연상시킨다. 분홍색 유니폼에 한국식 화장과 서클렌즈로 상대를 홀린다. 뇌물공작, 모욕, 도발에 더해 미인계로 속여 편파 판정을 유도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화팀 선수들이 “심판, 도와주세요!”라고 외치는 한국말 대사도 나온다.
대강팀(일본)은 닌자 같은 민첩함, 갠지스팀(인도)은 요가로 단련한 유연성, 산호팀(호주)은 강철 같은 신체를 강조했다면, 이화팀은 유독 반칙·부정이 부각된다. 풍자로 보기엔 도가 지나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논란은 지난 13일 중국 현지 매체 및 네티즌들의 관련 리뷰가 국내 영화 커뮤니티에 알려지며 불거졌다. 중국 시나뉴스는 13일 ‘스티븐 차우(주성치의 영어 이름) 감독이 한국 축구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는 제목의 ‘쿵푸 여자 축구’ 리뷰에서 이화여자 축구팀을 ‘소림축구의 악마팀’에 빗대며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는 반칙과 편파 판정으로 전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쳤다. (중략) 이화여자 축구팀의 경기력은 곧바로 한국 축구팀을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또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등 타 종목에서도 “한국이 비열한 전술”을 써왔다고 비난했다. 웨이보의 한 중국인 네티즌은 “이화 여자팀은 진정한 강점이 없고 오로지 기회주의에만 의존한다”면서 “명백히 한국 팀”이라 조롱했다.

비판적 시선도 있다. 중국 소후뉴스는 “‘쿵푸 여자 축구’를 본 한국 관객들은 아마 잠을 설칠 것”이라면서 주성치 감독이 “아시아 축구의 익숙한 라이벌 관계와 문화적 상징을 영화에 담아낸” 방식을 이 영화의 여러 문제점 중 하나로 꼽았다. 이 영화가 흥행 신기록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특수효과도 혹평 받고 있다면서다. ‘쿵푸 여자 축구’는 전체 3억8000만 위안 제작비 중 절반가량이 특수효과에 쓰였다고 알려졌다.
관객 평가도 엇갈린다. 평점 사이트 더우반 평점은 10점 만점에 6.5점(19일 기준). “가볍게 즐길 만하다”는 호평도 있지만, “엉뚱한 방식으로 민족주의를 내세운다” “인공지능(AI) 기술로 급하게 만든 것 같다” 등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소림축구’의 성별만 바꾼 진부한 영화”라 혹평했다.
베이징의 한 중국인 영화학도는 “주성치 감독은 원래 황당무계한 코미디로 유명한데, 이번 영화는 전혀 유쾌하지 않고 어색하고 보기 민망했다. 작품의 사고방식 자체가 수십년 전 시대에 갇힌 느낌”이라면서 “예전에 한국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데 영화 속 (한국 선수) 캐릭터가 너무 과장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봉 초반에는 호평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정적인 평가도 급증하고 있다. 영화가 별로라고 의견을 내면 ‘극장 전체가 웃고 있었다’ ‘경쟁작 팬들이 악플을 단다’ 같은 변명식 댓글이 유행 밈처럼 반복해서 달린다”고 중앙일보에 직접 현지 상황을 전했다.

‘쿵푸 여자 축구’는 8월부터 홍콩·싱가포르 등지로 개봉을 확대한다. 한국 개봉 여부도 주목된다. 서경덕 성신여대(창의융합학부) 교수는 1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아무리 허구적인 영화라지만 쇼트트랙, 축구 등을 소재로 한국 스포츠계를 지속적으로 모욕하는 건 정말로 잘못한 일”이라며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당시 베이징시 광전총국이 공개한 쇼트트랙 영화 ‘날아라, 빙판 위의 빛’도 한국 선수들을 ‘반칙왕’으로 묘사해 큰 논란이 됐다”고 전했다. 또 “오는 8월 ‘쿵후 여자 축구’의 해외 개봉에 앞서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시정하고, 더는 선 넘는 비유로 주변국에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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