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급락에 고점론 폭발하는데…한은 “반도체 호황 더 간다”

박세환 2026. 7. 1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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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하는 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반도체 고점론'이 거세지고 있지만 주가와 별개로 실물 반도체 경기는 상당 기간 확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한국은행 연구진의 분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계속되는 가운데 반도체 공급 증가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 강세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반도체 생산 능력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수요가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초과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석유화학·철강 등 다른 업종은 고유가에 따른 비용 부담과 업황 부진으로 투자 회복이 더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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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수요가 공급 증가 추월…가격 강세 상당 기간 지속
1분기 GDI 13.2% 급증, GDP와 격차 역대 최대
수혜는 IT·고소득층 집중…‘반도체 쏠림’은 위험
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오프닝 벨' 행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고승범 SK하이닉스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등 임직원들이 나스닥 ADR 거래 개시를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하는 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반도체 고점론’이 거세지고 있지만 주가와 별개로 실물 반도체 경기는 상당 기간 확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한국은행 연구진의 분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계속되는 가운데 반도체 공급 증가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가격 강세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다만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IT 제조업과 대기업·고소득층에 집중되고 한국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진 점은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반도체에 집중된 성과를 다른 산업과 내수로 확산하지 못할 경우 호황의 체감 효과는 제한되는 반면 경기와 세수,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 조사국 이종웅 차장과 김다애 과장, 한진수 조사역은 19일 발표한 ‘이번 교역조건 개선은 왜 다른가: 반도체 경기 호조의 실물경제 파급영향’ 보고서에서 “최근 반도체 확장 국면은 폭과 지속 기간이 과거 사이클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시장 선점 경쟁과 인프라 투자 지속에 더해 피지컬·에이전틱 AI 등 활용 영역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연구진은 AI 확산에 따른 구조적인 수요 확대와 공급 부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반도체 생산 능력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수요가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초과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로 국제유가까지 안정될 경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가격 상승과 수입가격 하락이 동시에 교역조건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올해 1분기 반도체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5% 급등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IT 부문은 전체 수출물가 상승분의 73.4%를 차지했다. 국제유가 상승에도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22.8% 올랐고, 교역조건 개선으로 발생한 실질무역이익은 국내총소득(GDI)의 6.3%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호황은 경제성장률보다 국민과 기업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을 더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지만 실질 GDI는 13.2% 늘었다. 두 지표의 성장률 격차는 9.4% 포인트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60년 이후 가장 컸다. 반도체 수출물량 증가가 GDP를 밀어 올린 가운데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이 GDI를 추가로 끌어올린 결과다.

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 모습. 연합뉴스

늘어난 기업 이익은 투자에도 빠르게 반영될 전망이다. 주요 예측기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본지출 규모가 지난해 75조원에서 올해 120조원, 내년에는 15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유가 하락기에는 기업들이 비용 절감 효과를 확인한 뒤 시차를 두고 투자했지만, 이번에는 글로벌 수요와 매출 확대가 동반되고 있어 투자 집행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 회복 효과도 과거보다 클 것으로 예상됐다. 기존 교역조건 개선기는 주로 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가격 하락이 원인이어서 늘어난 구매력이 소비로 이어지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반면 수출가격 상승이 교역조건을 개선한 시기에는 기업 매출과 임금이 함께 증가하면서 소비가 유의미하게 늘고 투자도 즉각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호황 역시 IT 부문의 임금 상승과 반도체주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를 통해 내수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호황의 수혜가 경제 전반에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임금 상승은 전체 종사자 중 비중이 2.6%에 불과한 IT 제조업과 대기업·고소득층에 집중됐다. 주식 자본이득 역시 소비성향과 자산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자산층에 주로 돌아간다. 소득과 자산이 늘어도 전체 소비를 끌어올리는 효과는 기대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30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기가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제조장비의 높은 수입 의존도와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 확대도 투자 증가가 국내 생산과 고용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낮추는 요인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석유화학·철강 등 다른 업종은 고유가에 따른 비용 부담과 업황 부진으로 투자 회복이 더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경제의 반도체 쏠림도 심해졌다. 전체 제조업 생산에서 IT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30% 미만에서 올해 1분기 51%까지 치솟았다. 전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기존 8% 안팎에서 18.8%로 상승했다. 생산과 고용 유발효과가 낮고 경기 변동성이 큰 IT 산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향후 반도체 업황이 꺾일 경우 성장과 세수, 금융시장이 동시에 흔들릴 가능성도 과거보다 커졌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연합뉴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자금이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보다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부문으로 흘러갈 경우 금융불균형이 확대될 수 있다”며 “반도체에 집중된 성과를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다른 제조업, 내수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면 호황의 체감 효과는 제한되고 경제 변동성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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