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인상 후폭풍 더 커지나…주담대 7.5%·보금자리론 5% 현실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후폭풍이 가계와 기업의 자금조달 시장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채권시장이 기준금리 인상을 선반영하면서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최고 연 7.5%에 육박했고, 서민·실수요자를 위한 정책모기지 금리마저 대부분 연 5%대로 올라섰다. 기준금리 인상 폭은 0.25%포인트지만 차주가 체감하는 금리 충격은 이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 16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연 4.77~7.49%로 집계됐다. 지난달 12일의 연 4.46~7.49%와 비교하면 불과 한 달여 만에 금리 하단이 0.31%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말 연 3.93~6.23%와 비교하면 올해 들어 하단은 1.26%포인트, 상단은 0.84%포인트 각각 뛰었다.

주담대 고정금리가 연 7.5%에 근접한 것은 월말 기준 시계열이 확인되는 202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이 이번에 올린 기준금리보다 시장이 연초부터 미리 끌어올린 금리 폭이 훨씬 컸던 셈이다.
대출금리를 밀어 올린 것은 고정형 주담대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16일 연 4.428%로, 지난해 말 연 3.499%보다 0.929%포인트 상승했다. 은행이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서 신규 대출뿐 아니라 금리가 재산정되는 기존 대출에도 비용 상승분이 순차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정책대출도 고금리의 방파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이달 아낌e보금자리론 금리는 10년 만기 연 4.90%를 제외한 모든 만기에서 5%를 넘어섰다. 30년 만기는 연 5.10%, 50년 만기는 연 5.20%로, 장기 만기 상품 금리가 2022년 12월 이후 약 3년7개월 만에 다시 5%대로 올라왔다.
보금자리론은 시중은행보다 낮은 고정금리를 제공해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뒷받침해 온 대표적인 정책금융 상품이다. 그러나 시중 대출금리와 함께 정책모기지 금리까지 오르면서 실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저금리 피난처가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출 기간을 길게 설정해 매달 갚는 원리금을 줄이더라도, 전체 기간에 부담해야 할 이자 총액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자체가 금융시장에 새로운 충격을 준 것은 아니었다. 아시아개발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한국 국고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는 연초보다 각각 90.1bp(1bp=0.01포인트), 91.5bp 올랐다. 비교 대상 아시아 10개 시장 가운데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 이어 세 번째로 상승 폭이 컸다.

오히려 기준금리 인상 당일 국채금리는 소폭 하락했다. 인상 가능성이 채권 가격에 충분히 반영돼 있었고, 한은의 결정을 계기로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 인상 발표보다 그 결정을 예상해 앞서 움직인 시장금리가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먼저 키운 것이다.
문제는 시장금리 상승분이 앞으로도 시차를 두고 곳곳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은 물론 일정 주기마다 금리가 바뀌는 변동형 대출의 이자 부담도 차례로 늘어날 수 있다.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대출자 부담은 단순 계산으로 1억원당 연간 25만원 증가한다. 5억원을 빌린 차주라면 연간 이자를 125만원 더 내야 한다. 연초 이후 시장금리 상승 폭인 약 0.9%포인트가 전부 반영될 경우 증가액은 이보다 훨씬 커진다.
기업의 차환 부담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저금리 시기에 발행한 회사채의 만기가 돌아온 기업은 과거보다 높은 금리로 새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국채금리 상승에 회사별 신용위험을 반영한 가산금리까지 더해져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투자와 고용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국고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다시 발행하는 비용이 커지고, 신규 재정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부담도 늘어난다. 가계의 원리금 상환액 증가와 기업의 금융비용 확대, 정부의 이자 지출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다.
한은이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시장금리가 뚜렷하게 하락하는 시점도 뒤로 밀릴 수 있다. 이번 결정의 진짜 후폭풍은 인상 당일 주식·채권시장보다 앞으로 수개월간 이어질 대출금리 재산정과 회사채·국채 차환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폭은 0.25%포인트지만 시장금리가 선제적으로 크게 오른 만큼 실제 충격은 그 이상일 수 있다”며 “앞으로 대출금리 재산정과 회사채·국채 차환이 이어지면서 가계·기업·정부의 이자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국면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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