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미 대사의 귀국이 드러낸 한·미 관계 적신호

2026. 7. 1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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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째 대미투자 지연에 미국 불만 임계점 달해


유관 부처간 조율은 한계 봉착, 대통령 결단해야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가 조현 외교장관의 지시로 일시귀국했다. 사실상의 긴급 호출이다. 석달전에도 개인 일정을 겸해 귀국했던 강 대사의 잇단 일시귀국도 이례적이거니와, 외교안보부처 이외에 경제부처 장관들과 함께 NSC 상임위 회의에 참석하는 행보 또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곳곳에서 적신호가 켜진 한·미 관계의 현주소를 드러내주는 행보임에 틀림없다. 강 대사 본인도 “현장감을 전해 드리기 위해 왔다”며 워싱턴의 심상찮은 기류를 정부 요로에 전달하기 위한 귀국임을 밝혔다.

강 대사는 그제(16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에 참석했는데 외교·국방·통일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등 통상적인 참석자 외에 재정경제부, 산업통상부, 공정거래위원회 당국자도 참석했다. 이들의 참석 배경은 “한·미 관계는 통상과 안보가 결합한 만큼 한 단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부처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대응해야 한다”는 위 실장의 발언에서 짐작할 수 있다.

현재의 한·미 관계는 지난해 10월 양국 정상이 합의한 통상·안보 공동 팩트시트 이행이 9개월째 공전하고 있는 데서 보듯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라 할 수 없다. 핵심 원인은 부처 안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필두로 한 ‘통상파’와 안보실장과 외교장관으로 대표되는 ‘안보파’ 간의 이견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강경화 주미대사가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과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통상파’는 투자의 상업적 합리성, 국내 산업 보호, 환율 안정 등의 경제 논리를 내세워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 집행에 미온적이다. 실제 지난 6월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는데도 정부는 아직 1차 투자 프로젝트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5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일본이 지난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약 109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이 어떤 시각으로 한국을 바라볼지 쉽게 짐작이 가능한 대목이다. 최근 미 의회로까지 불똥이 번진 쿠팡 사태에 대해 강 대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가는 이슈”라고 언급했는데 그 뿌리가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안보파’는 대미 투자 이행 없이는 원자력잠수함 도입,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전시작전권 환수 등 자주국방을 위한 숙원사업을 진척시킬 수 없는 현실적 한계에 봉착해 있다. 외교장관이 대미 외교의 최전선에 있는 강 대사를 긴급 호출해 ‘통상파’에 현지 분위기를 설명하는 고육지책을 꺼낸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과거 민주당 정부 시절 해묵은 ‘동맹파’와 ‘자주파’ 간의 이견도 한·미 관계를 더욱 꼬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빌미로 한 미측의 대북 정보 제한, 전작권 환수 시점과 조건에 대한 한·미 간 불협화음 등이 그 사례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조야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첫 방미 때 ‘안미경미(安美經美)’ 기조 전환 의지를 보였지만, 미·중 균형외교를 추구하는 기존 민주당 정부의 외교·안보노선으로 회귀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확산되는 기류다. 한·미 간 불협화음이 계속 터져 나오는 동안 북한의 대남 핵 위협과 ‘적대적 두 국가론’ 천명에 대한 국민의 안보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미 동맹 지지 여론은 역대 최고 수준(97.1%, 아산정책연구원)에 이를 정도다.

이번 강 대사 긴급 호출 상황에서 보듯, 유관 부처 간 조율을 통해 핵심 현안에 대한 정부 기조를 정하는 과정에 적잖은 어려움이 있고 의견 조율이 원활하지 않다는 이야기들이 퍼지고 있다. ‘통상파’와 ‘안보파’, ‘자주파’와 ‘동맹파’ 등 정부 내 책임있는 당국자 간의 이견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국가의 외교·안보와 통상 정책 최종 결정권자는 대통령이다. 결국은 대통령의 결단과 리더십으로 큰 방향을 정하고 유관 부처가 한목소리로 이를 이행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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