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평준화 대신 더 큰 격차 만들어 인간만의 철학·서사 중요해질 것”
“알파고와의 대국 준비 부족”

‘인공지능(AI)을 이긴 유일한 인간’ 이세돌(사진)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임교수가 알파고 대국 이후 10년간의 변화를 돌아보며 “AI를 이용하는 방식에 따라 능력의 격차가 급속도로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AI시대가 무르익을 수록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철학, 서사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질 거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16일 제주도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한국경제인협회 경영자 제주하계포럼’에서 2016년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변화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그는 “(알파고 대국을) 이벤트로 여겼고, 준비가 미흡했던 것이 정말 치명적이었다”며 “(승부를 가른) 68번째 수는 바둑인생에서 내려본 적 없는 처음이자 마지막 결정이었다”고 돌아봤다. 이후 2017년 바둑AI인 알파고 마스터가 출시되면서 바둑계는 본격적으로 AI를 이용해 공부하고 해설을 하는 변화를 맞았다.
이 교수는 “AI가 나오면서 (실력의) 상향평준화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상위 랭커가 AI를 더 잘 이해하고 활용하며 하위 랭커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문맹의 시대’라는 말 처럼, AI를 단순히 질문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과 에이전트로 활용하는 사람의 차이는 문맹의 차이 그 이상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는 것보다 지식을 다양하게 조합하고 융합하는 것이 AI시대의 경쟁력이라고 언급했다. 또 AI 활용이 일상화될 수록 인간만이 가진 신념과 철학, 서사는 더욱 중요한 가치를 가질 거라고 봤다.
그는 “알파고 대국에서 이미 인간과 AI의 역할이 나뉘었다”며 “룰이 명확하고 한정적인 상황에서는 AI가 어마어마한 힘을 보여준다. 인간은 방향을 제시하고 기획·설계 과정에 자기 철학을 집어넣고 최종적으로 끝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는 고정관념이 없다보니 창의적이라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며 “신념과 철학을 지켜나가면서 고정관념을 줄여야 AI시대에 맞는 결정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AI시대 인간의 경쟁력뿐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인프라 시장 전망도 다뤄졌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강연에서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가 100기가와트(GW) 규모로 늘어나고 새 데이터센터의 약 70%는 AI 추론 영역에 할당될 것”이라며 “전력을 적게 쓰면서도 높은 성능을 내는 AI 반도체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주=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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