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수의 이코노믹스]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코스피 심장에 2배 모터를 단 형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어떻게 시장을 흔드는가

정부가 맞히지 못한 것은 주가가 아니다. 정부가 미리 계산했어야 할 것은 장 막판에 쏟아질 물량이다. 레버리지 ETF가 장 마감 무렵 시장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매매를 몰아갈 위험은 2009년 논문(Cheng, M. and A. Madhavan (2009). The dynamics of leveraged and inverse exchange-traded funds. Journal of Investment Management)에서 이미 계산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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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가 뛰면 사고 내리면 파는 구조
장 막판 주문 몰리며 시장 떠밀어
시총 절반 차지한 두 종목 급락은
패시브 자금 등 추가 매도로 전이
잘못된 시장 설계로 위험 커지며
다른 투자자도 변동성 대가 치러
」
가령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루 5% 떨어지는 날, 2배 레버리지 ETF가 장 마감 무렵 얼마를 팔아야 하는지는 미리 계산 가능했다는 것이다. 주가 방향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주가가 움직였을 때 이 상품이 얼마나 많은 주식과 선물을 기계적으로 사고팔아야 하는지는 상품 규모와 등락률만 알면 된다. 문제는 위험을 몰랐느냐가 아니다. 그같은 계산이 해당 상품 상장 전에 공개적인 검토와 규제 설계로 이어졌느냐다. 16일 나온 정부의 보완책에서도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장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레버리지 ETF, 자산 늘면 매매 규모 커져
2배 레버리지 ETF는 하루 동안 주가가 움직인 폭의 두 배만큼 움직이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그러려면 운용사는 매일 장이 끝날 때 펀드의 베팅 규모를 다시 맞춰야 한다. 주가가 오르면 더 사고, 내리면 베팅 규모를 줄이기 위해 팔아야 한다. 여기에 판단은 없다. 기업가치도, 뉴스도, 공포도 보지 않는다. 오르면 더 사고, 내리면 더 파는 기계적 작업일 뿐이다.
사고팔아야 할 규모도 복잡하지 않다. 2배 상품이라면 ‘전날 순자산×당일 주가 등락률×2’로 계산된다. 예컨대 순자산 5조원인 상품의 기초주식이 하루 5% 하락하면 현물과 선물 등을 합쳐 약 5000억원 어치의 보유 규모를 줄여야 한다. 순자산이 10조원으로 커졌다면 같은 5% 주가 하락에도 매도 규모는 1조원이 된다. 이것은 시장의 방향을 맞히는 예언이 아니다. 숫자 몇 개만 넣으면 나오는 산수다.
더 큰 문제는 이 매매가 온종일 고르게 나눠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레버리지 비율은 종가를 기준으로 맞춰야 한다. 그래서 주문은 장 마감 무렵에 몰린다. 이 주문의 목적은 싸게 사거나 비싸게 팔려는 것이 아니다. 정해진 비율을 맞추는 것이다. 하필 이 시간은 가격이 급변하지 않도록 호가를 받쳐 주던 유동성 공급자(LP)의 역할도 약해진다. 받아 줄 호가가 얇아진 시각에 주문이 한꺼번에 같은 방향으로 몰리면, 같은 물량도 가격을 훨씬 크게 흔든다. 하루 움직임을 두 배로 따라가도록 만든 상품이, 장 막판에는 그 시장을 다시 떠미는 힘이 된다.
거래소 자료로 계산해 보면 상장 이후 두 종목의 장 마감 거래량은 뚜렷하게 늘었다. 삼성전자는 223만주에서 369만주로, SK하이닉스는 41만주에서 69만주로 증가했다. 상장 전 평균을 100으로 놓으면 각각 165와 169다. 물론 이 변화를 모두 레버리지 ETF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 기간 시장 변동성도 컸다.

상품 비중과 증시 체급 무시한 오류
그러나 정부가 상장 전에 던졌어야 할 질문은 달라지지 않는다. 시장이 급락하는 날, 반드시 팔아야 하는 주문이 유동성이 얕아지는 마감 시간대에 몰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정부가 내세운 첫 번째 논리는 ‘해외에도 있다’다. 미국에도 엔비디아·애플·테슬라 등 대형주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붙어 있다. 홍콩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이 상장돼 있었다. 그런데 같은 상품이 왜 한국에서는 시장 전체의 위험으로 번졌을까. 같은 2배 상품이라도 어디에 붙느냐에 따라 위험은 완전히 달라진다.
미국에서 엔비디아는 가장 무거운 종목이지만, S&P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 안팎이다. 홍콩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2배 ETF도 홍콩 증시의 심장에 붙은 상품은 아니다. 한국 주식의 하루 수익률을 추종하는 상품일 뿐, 홍콩 대표지수의 구성 종목은 아니다. 리밸런싱 물량이 홍콩 증시 전체를 직접 흔드는 구조는 아니다.

한국은 다르다. 삼성전자의 코스피 비중이 26%다. SK하이닉스까지 더하면 두 종목 비중은 코스피의 절반에 가깝다. 형식상 단일종목이지만, 실제로는 코스피와 국민연금, 각종 인덱스 펀드의 수익률을 좌우하는 준지수 종목이다. 코스피의 심장에 2배 모터를 단 셈이다.

급락일의 장 막판에 이들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상품에서 수천억원의 물량을 기계적으로 팔면 영향은 두 종목의 주가에만 머물지 않는다. 코스피 지수를 함께 끌어내리고, 지수에 연동된 패시브 자금과 파생상품의 추가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 ‘해외에도 있다’는 문장 하나로 상품이 놓인 위치와 체급의 차이를 지운 것이 첫 번째 판단 오류였다.
상품 사지 않은 투자자에게 비용 전가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이 문제를 ‘산 사람 책임’으로만 본 것이다. 위험을 알고 투자했다면 손실도 감내하는 것이 시장의 원칙이다. 개인 계좌 안에서 끝나는 손실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충격이 그 상품을 산 사람의 계좌 밖으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들어간 돈 중 상당 부분은 완전히 새로운 자금이 아닌 기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이나 반도체 ETF에서 옮겨온 자금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상장 직전 20거래일 동안 3조4000억원이 순매수됐던 국내 반도체 ETF는 상장 이후 순매도로 돌아섰다. 미래에셋증권은 기존 반도체 레버리지 ETF에서 약 2조2000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했다.
투자자가 기존 반도체 ETF를 팔면 운용사는 그 ETF가 들고 있던 다른 반도체 종목도 비중에 맞춰 팔아야 한다. 레버리지 ETF를 산 적이 없는 소부장 종목 투자자도 타인의 자금 이동 때문에 매도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상품을 사지 않은 투자자까지 비용을 떠안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반도체 ETF의 보유액이 유동 시가총액의 30%를 넘었던 4개 종목은 상장 전후 3주 동안 모두 하락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으로 자금이 쏠리고 기존 ETF에서 돈이 빠지면서, 다른 종목에는 기계적 매도가 나올 수 있다. 정부가 미처 따져보지 못한 외부성의 경로다. 물론 이 상품 하나가 급등락을 모두 만든 것은 아니다. 다만 요동치는 시장에 같은 방향의 물량을 더 쏟아내는 기계가 추가된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또 하나의 착시가 있다. 이 기계의 덩치를 고정된 것으로 본 것이다. 정부와 업계는 출시 전 예상 유입액을 기준으로 상품의 크기를 가늠했다. 그러나 레버리지 ETF의 몸집은 새 돈이 들어올 때만 커지는 것이 아니다. 기초주식이 오르면 상품 가치가 더 빠르게 불어나고, 커진 몸집만큼 다음 날 사고팔아야 할 물량도 커진다.
자본시장연구원 추정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은 6월 10일 4조8400억원에서 19일 9조1500억원으로 늘었다. 증가분 4조3100억원 중 3조6000억원 가량이 주가 상승이 만든 평가 이익이었다. 정부가 허용한 것은 일정한 크기의 상품이 아니었다. 시장이 오를수록 스스로 커지고, 커질수록 장 막판 충격도 키우는 장치였다.
시장 뒤흔들 위험에 대한 계산 부족
정부가 위험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음의 복리와 고위험이라는 성질은 당국도 알았고, 그래서 신용융자를 막고 사전 교육과 기본 예탁금 요건을 붙였다. ‘개인 투자자’만을 향한 안전장치였을 뿐, 상품이 시장 전체에 던질 물량이나 그 물량이 다른 투자자에게 전가할 비용을 줄이는 장치는 아니었다. 당국의 규제는 개인의 위험을 경고하는 데서 멈췄다. 이것은 상품설명서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설계의 문제다.
경고 신호는 이미 있었다. 3월 3일 SK하이닉스가 급락했을 때, 홍콩에 상장된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의 재조정 매물이 장 마감 무렵 한 시간 동안 국내 SK하이닉스 거래량의 최대 60%에 이른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부는 홍콩을 자금을 붙잡아 올 수요의 척도로만 보았을 뿐, 위험의 실험장으로 읽지 않았다.
미국은 2006년 이 상품군을 처음 상장한 뒤, 재조정 매매가 시장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오랜 연구와 논쟁을 거쳤다. 지수형 상품과 단일종목 상품의 위험도 구분해 왔다. 우리는 그 논쟁을 지켜본 뒤 코스피 절반을 차지하는 두 종목에 2배 레버리지를 허용하기 위해 종목 비중 제한(30%)과 최소 종목 규정(10개)을 풀었다. ETF 취지에 맞는 분산을 전제로 만들어진 규정이었다. 서학개미 자금의 환류와 경쟁력이라는 매력적인 구호는 있었지만, 이 장치가 시장 전체를 얼마나 흔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계산과 토론은 부족했다.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표를 붙인다고 시장의 기초체력이 달라지지 않는다. 정부의 보완책은 개인의 진입 문턱만 높였지 급락일 장 마감에 쏟아질 물량을 줄이는 장치는 이번에도 없다. 상품을 사지 않은 시장 참여자가 왜 레버리지 상품이 키운 변동성의 대가까지 치러야 하는가.
이윤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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