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 편집도 표현의 자유? 주진우 의원의 '자백' [오마이팩트]

김시연 2026. 7. 1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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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 중요한 맥락 빠진 왜곡된 영상 공유하고 '입틀막법' 프레임으로 역공세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김시연 기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사진은 지난해 7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뒤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에 연루됐다는 의혹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해 3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한 그림이 화제가 됐다. 미국 유명 삽화가 데이비드 수터가 1980년대 카메라 프레이밍(틀짓기)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꾸는 언론을 풍자한 그림으로, 지금까지도 이른바 '악마의 편집'을 비판할 때 널리 활용되고 있다.

최근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가 지난 11일 몽골 대통령과 악수한 뒤 손을 터는 장면만 편집한 영상도 전형적인 프레이밍 왜곡이다. 편집된 영상만 보면 마치 김 여사가 큰 외교적 결례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김 여사가 악수 이전에 몽골 전통 활 시위를 수차례 당긴 뒤 저린 손을 계속 털고 있었고 상대방도 전혀 불쾌함을 표시하지 않았다는 앞뒤 '맥락'은 의도적으로 삭제했다.

요즘 조회수와 수익을 노리고 유명인 영상을 자극적으로 편집해 인터넷에 유포하는 사람을 '사이버 레커'라고 한다. 여기에 특정 정치 세력의 정치적 의도까지 겹쳐지면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다.

악의적으로 편집된 영상 공유한 주진우 의원, '입틀막' 주장은 적반하장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김혜경 여사 활시위 당기는 장면이 빠진 손털기 영상을 공유하면서 “김혜경 여사가 몽골 대통령과 악수한 직후 면전에서 대놓고 손을 털어버리는 황당한 돌발 행동으로 거센 비판을 자초했다”고 주장했다.
ⓒ 주진우의원페이스북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누군가에 의해 악의적으로 편집된' 영상을 공유하면서 앞뒤 맥락은 생략한 채 "대한민국 국격을 단숨에 떨어뜨린 최악의 무례함"이라고 김 여사를 비난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오마이뉴스>가 전체 영상을 분석해 주 의원이 공유한 편집 영상이 왜곡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화살 방향이 바뀌었다.([오마이팩트] "김혜경 여사, 몽골 대통령과 악수하고 손 털었다" 거짓 https://omn.kr/2j2f2 )

더불어민주당은 15일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과 대변인 공식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이제라도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김혜경 여사와 국민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주 의원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사과나 영상 삭제는커녕 "표현의 자유"라는 항변이었다. 그는 15일 오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손이 저렸어도 상대방 면전에 대고 바로 손을 턴 것은 명백한 외교 결례"라면서 사실상 사과를 거부했다. 오히려 그는 "'악의적 편집'은 나만 영상을 가지고 있을 때나 쓰는 말"이라면서 "청와대 공개 영상 중 어떤 부분을 알릴지는 내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다"라고 주장했다.

주 의원 '표현의 자유' 주장, 스스로 '맥락 누락' 인정한 셈
 (울란바타르=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몽골을 국빈 방문 중인 김혜경 여사가 11일(현지시간) 나담축제가 열리고 있는 울란바타르 전통 활쏘기 경기장에서 이 대통령과 오흐나 후렐수흐 대통령, 롭상도르지 벌러르체첵 여사가 보는 가운데 전통 활을 쏘고 있다. 2026.7.11
ⓒ 연합뉴스
팩트체크 저널리즘에선 이미 존재하는 사실에 근거하더라도, 선택적인 '컷 편집'이나 '앞뒤 상황 삭제'를 통해 사실상 거짓과 다름없는 정보 왜곡 효과를 낸 경우 '맥락 누락(Missing Context)'으로 분류하고, 허위조작정보 가운데 하나로 판단하고 있다. 이미 청와대나 언론에서 공개한 영상이든 아니든, 앞뒤 상황을 의도적으로 편집한 영상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까지 '표현의 자유'란 면죄부를 주기는 어렵다.

<오마이뉴스>는 주 의원 영상과 발언을 팩트체크하면서 '판정 등급'을 놓고 열띤 논의를 벌였다. '오마이팩트'는 발언 정확성에 따라 '사실'부터 '새빨간 거짓'까지 6가지 등급으로 판정하고 있다.

주진우 의원의 경우 중대한 사실을 누락해 '대체로 거짓'이라는 의견부터, '고의성'이 강하기 때문에 '새빨간 거짓'이라는 의견까지 나왔다. 결국 주 의원 영상과 주장이 '맥락 누락'으로 인한 정보 왜곡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거짓'으로 판정했다. 주 의원도 앞뒤 맥락이 빠진 편집된 영상만 보고 상황을 오해해 잘못된 정보를 퍼트렸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고의성' 판단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와대 공개 영상 중 어떤 부분을 알릴지는 내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라는 그의 주장은 편집된 영상의 '맥락 누락'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일종의 '자백'인 셈이다.

그럼에도 주진우 의원이 15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를 요청한 반론은 "권력 비판을 법으로 틀어막는 것이야말로 독재의 시작", "내일, 국민 입틀막법에 대한 집단 헌법소송에 돌입한다"는 전혀 생뚱맞은 내용이었다. 당시 팩트체크 기사에는 주 의원 행위에 대해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내용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주진우 의원에게 다시 제대로 된 반론을 요청한다.

"앞뒤 맥락이 빠진 걸 알면서도 김혜경 여사 악수 장면만 편집된 영상을 올린 게 사실입니까? 그 같은 행위가 사실 왜곡이라는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언론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잘못된 행위에 대해 국민 앞에 솔직하게 사과하실 의향은 전혀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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