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건설에서 교체로]⑩"노후 SOC 교체 적극 참여할 것"…기업들은 스마트 인프라 시장에 줄섰다

심성아 2026. 7. 1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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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드론 활용한 '스마트 유지보수' 시장
반도체 특수로 국가 세수↑…인프라 개선 호기
국내 건설사들, 첨단기술 활용 SOC 사업 검토

도로와 철도, 전력망 등 국가 기간 인프라 노후화는 주택 위주 사업에 치중하는 국내 건설업계에 새로운 먹거리가 될 전망이다. 인공지능(AI)과 드론 등을 활용한 '스마트 유지보수'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반도체 특수로 국가 세수가 당초 예상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대적인 인프라 개선에 나설 호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대와 대규모 국책 사업 등 수조 원대 노후 인프라 개선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 건설 현장에서 사족보행 로봇 '스팟(SPOT)'을 활용한 스마트 건설 기술을 적용해 공사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유지 보수할 기회가 온 건 올해 정부 세수가 예상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6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총수입은 330조원으로 1년 전보다 50조200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국세 수입은 199조원으로 같은 기간 27조5000억원 증가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법인세뿐 아니라 상여금 증가로 소득세가 9조원 늘었다.

정부의 SOC 예산은 수년째 25조원 수준에서 답보 상태다. 재경부에 따르면 국내 SOC 예산은 2023년 25조원에서 2024년 26조4000억원으로 늘었으나 지난해엔 1조원가량 줄었다. 다만 올해는 27조7000억원으로 늘려 편성됐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호황을 계기로 국내 기반시설을 대대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해마다 20조원을 훌쩍 웃도는 예산을 지속해서 편성하고 있지만 SOC는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예산 지원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인프라 노후화를 늦추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유지관리 투자가 필요하다"며 "현재의 반도체 산업 호황이 가능한 것은 과거 도로, 전기, 상하수도 등 인프라가 뒷받침해줬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이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를 보다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석준 한국기술사회 부회장(토목시공기술사)은 "지금까지 SOC에 대한 예산 우선순위가 계속 뒤로 밀려 인프라 투자가 부족하다. 상당 부분이 30년 이상 노후한 시설들"이라며 "사회 안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유지 관리, 안전 진단 등 충분한 검증을 거치는 쪽에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후 시설 보강에 대한 비용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및 연계도로 인프라 구축 사업과 그린벨트 국가전략사업, 철도 지하화 등 대규모 지역개발사업이 예정된 만큼 지방 활성화에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개발 사업이 확대되면서 지역 건설경기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SOC 예산 확대와 대형 국책사업 본격화로 지방의 물량·입찰 구조·유동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도 인프라 유지보수 시장이 대대적으로 열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토목사업 위주인 대보건설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노후한 시설물을 교체하는 시장이 열리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주요 건설사들도 첨단기술을 앞세워 SOC 관련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GS건설은 노후 도로·교량뿐 아니라 전력망 보수공사도 올해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SOC 사업 발주가 나오면 그때 팀을 꾸려 적극적으로 수주한다는 방침이다.

인프라 보강사업은 AI 등 연관산업도 자극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GS건설은 노후 교량이나 터널 개량 시 3D 레이저 스캐너를 투입하고 교량 하부·교좌부, 터널 내부, 밀폐 공간 등 인력 접근이 어렵거나 위험한 구역에는 드론과 로보틱스를 활용해 데이터를 취득한다.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는 디지털 트윈으로 전환하고 AI 분석을 통해 균열, 부식 등 주요 결함 부위를 찾는다.

SK에코플랜트도 AI 인프라 솔루션 공급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계·전기·배관(MEP) 공종 역량을 바탕으로 사업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시공성 및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노후 SOC 관리에 스마트 기술 활용이 필수적인 시대"라며 "하수도에 사람이 직접 들어갔다가 발생하던 질식사고 등의 위험을 로봇 투입을 통해 원천 차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력기기 업계 역시 인프라 교체 과정에서 AI 역량을 키울 기회가 될 전망이다. 효성중공업은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높이는 하드웨어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전력 인프라는 단순히 설비를 교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AI 기반 전력 설비 자산관리 솔루션으로 설비 상태를 실시간 진단하고 고장을 사전에 예측해 설비의 신뢰성을 높이고 수명 연장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개발 중인 800VDC 기반 반도체변압기(SST)는 데이터센터 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프라 유지보수 노하우를 쌓으면 해외뿐 아니라 폐기물 관리 등 신사업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 교수는 "신규 수주 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건설사 입장에서는 노후 인프라 리뉴얼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필연적인 선택"이라면서 "기업들이 국내에서 경험을 쌓아야 해외에서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스마트 공법을 도입하면 공사 시간은 줄이고 단가는 낮출 수 있어 그 자체로 거대한 신시장이 열리는 셈"이라면서 "서울 서소문로처럼 지은 지 60년이 넘은 노후 시설물들은 향후 전면 해체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관련 건설 폐기물 시장도 크게 발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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