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묶여도 ‘0원’…공모주 청약 증거금도 이자 받나

임성영 2026. 7. 1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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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예탁금 이용료 개념 적용” 검토
자본시장법 개정 포함 다양한 방안 논의
증권사 운용이익 투자자 환원 추진

안개에 휩싸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임성영 기자
공모주 청약에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맡기고도 이자를 받지 못했던 관행이 바뀔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고객 예탁금과 마찬가지로 공모주 청약 증거금에도 이용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해외에서도 유사한 제도가 거의 없는 데다 증권사의 수익 감소가 예상돼 실제 제도화까지는 적잖은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026 하반기 업무보고’를 통해 공모주 청약 증거금에도 예탁금 이용료 개념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증권사가 얻는 운용이익과 청약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등을 감안해 자금을 맡긴 개인에게 일정 부분 이익을 돌려주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예탁금 이용료 개념 적용” 검토

현재 일반 주식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맡긴 예탁금에는 ‘예탁금 이용료’ 명목으로 일정 수준의 이자가 지급된다. 반면 공모주 청약을 위해 일시적으로 맡긴 ‘청약 증거금’은 같은 고객 자금임에도 이용료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금융위는 투자자 보호와 형평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제도 손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공모주 청약은 일반적으로 이틀 동안 진행된다. 투자자는 희망 물량에 해당하는 청약 증거금(통상 청약대금의 50%)을 증권사에 먼저 납입하고, 배정 결과가 확정되면 실제 배정받은 주식 대금만 납부한 뒤 나머지 증거금은 돌려받는다. 예를 들어 공모가가 3만원인 종목을 20주 청약한다고 가정하면, 통상 30만원의 증거금을 납입한다. 이후 실제 5주를 배정받으면 주식 대금 15만원을 납부하고, 나머지 15만원은 환불받는다.

청약 증거금은 실제 배정 여부와 관계없이 청약 기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된다. 한국증권금융은 이를 국채와 통화안정증권 등 안전자산을 중심으로 운용한 뒤 수수료를 제외한 이자를 다시 증권사에 지급한다. 현재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운용 수익이 증권사에 귀속돼 투자자는 청약 기간 동안 별도의 이용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청약 증거금 운용 이자율은 대개 예금금리 수준이며, 최근 기업공개(IPO)를 주관한 한 증권사의 경우 청약 증거금에 적용된 이자율이 연 1% 후반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1억원을 이틀간 맡겼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용료는 약 1만원 수준이다. 실제 지급액은 청약 규모와 예치 기간, 적용 이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국증권금융 관계자는 “청약 증거금에 적용되는 이자는 건별로 다 다르다”고 말했다.

인기 공모주의 경우 경쟁률이 수백~수천 대 1까지 치솟으면서 원하는 물량을 받기 위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증거금을 넣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 올해 상장한 일반 기업 14곳의 청약 증거금은 약 108조원에 달했다. 전체 공모 규모는 1조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청약 자금은 그 100배가 넘게 몰린 셈이다. 공모 규모가 395억원 수준이었던 마키나락스에도 13조8722억원의 증거금이 유입됐다. 하지만 실제 배정 물량은 몇 주에서 수십 주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투자자들은 거액의 자금을 며칠간 맡기고도 아무런 이자를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자본시장법 개정 포함 다양한 방안 논의

금융위는 이미 자본시장법상 ‘고객 예탁금 이용료’ 규정이 있는 만큼, 공모주 청약 증거금을 지급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모주 청약 증거금도 고객이 맡긴 자금이라는 점에서 일반 예탁금과 동일한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약 증거금을 투자자 예탁금에 포함하고 이용료 지급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금융위는 법 개정을 통해 추진할지, 다른 규정 개정 등으로 시행할지는 추가로 검토할 방침이다.

주요 해외 자본시장에서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가 맡긴 증거금에 대해 법정 이자를 지급하는 사례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에선 최근 투자자 보호 차원의 자율 보상 사례가 있었다. 미래에셋증권은 비상장 기업 스페이스X 투자 청약이 무산되면서 투자자들의 청약 증거금이 당초 예상보다 긴 5~8일간 묶이자 연 10% 수준의 경과이자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약 증거금이 예상보다 장기간 묶인 데 따른 투자자 불편을 고려한 조치다.

제도가 도입될 경우 증권사는 현재 공모주 청약 증거금 운용으로 얻는 수익 일부를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고객 자금을 활용해 발생한 이익을 투자자와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청약 증거금에 대한 이자를 제도적으로 지급하는 해외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이나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데 시행되기까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취지는 알겠지만 증권사 수익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지급 기준과 적용 대상, 시행 방식 등에 대해서는 업계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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