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만명 일하는 K조선소…200명 분노의 노조 집단가입

남윤서, 이수정 2026. 7. 1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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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울산시청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울산지부 총파업대회에서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외국인 노동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 200여명은 집단으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했다. 연합뉴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소속 외국인 노동자 200여명이 단체로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최근 외국인 노동자 수가 2만 명 이상으로 급증한 조선업계에선 이들의 노조 가입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까 주목하고 있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울산조선소 외국인 노동자들은 임금체계 개편과 차별에 반발하며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했다. 노조 측은 “(외국인 집단 가입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조합원이 늘어나면 ‘이주노동자지회’로 편제를 바꿀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집단 가입의 직접 계기는 HD현대중공업이 제시한 새로운 외국인 임금체계다. 노조에 따르면 새 임금체계엔 고정연장근로수당과 성과차등임금제 등과 함께 기본급이 17만~20만원 가량 줄어드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는 기본금 삭감과 성과 차등 평가에도 반발하고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실질적 보상 수준을 높이고 근로자 간에 다른 임금 구조를 합리적으로 맞추기 위한 조치”라며 “식사 무료 제공으로 오히려 혜택이 커졌고 기본급이 실제 줄어든 건 일부 고임금 근로자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는 근로계약 전면 철회와 임금·복지 제도의 차별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노조가 외국인 노동자를 통해 세 불리기에 나선다는 시각도 있다. 조선업계는 2020년대 들어 인력난을 겪으면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크게 늘었다. 2021년 4512명이던 조선업 외국인 노동자는 2024년 2만2824명으로 5배가 됐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제조업계 자동화와 근로자 노쇠로 앞으로 노조 조합원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데, 외국인이 새로운 조합원 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이번 계기로 외국인이 노조 가입해 싸우는 포문이 열렸다고 보고 있고, (가입자가) 몇천명이 넘으면 기업에서 뭐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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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부족한 인력을 저임금 외국인으로 대체해온 방식이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고 본다. 이번에 노조에 집단 가입한 외국인 노동자 다수는 조선사가 용접공, 도장공 등 전문직을 직접 고용하는 ‘E-7-3’ 비자 소지자로 알려졌다. 대부분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정규 계약직 신분이다. 앞서 정부는 2022년 조선 호황기가 돌아오는데도 조선업계가 구인난을 겪자 E-7-3 비자 취득 절차를 간소화하고 내국인 근로자의 20%로 제한된 외국인 쿼터도 30%로 늘려줬다.

조선사가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대량 고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생산·기능직 중 외국인 비율은 2021년 6.4%에서 2024년 22.7%로 늘었다. 하지만 저임금 노동자 확보정책이란 비판도 거셌다. 실제로 ‘2025년 조선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의 53.8%가 월 평균 250만원 미만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E-7-3 비자 소지자의 경우 이 비율이 66.2%로 더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낮은 임금을 받다가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 숙련도가 쌓이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도 내국인 중심으로 조선업계 인력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보고 전문인력(E-7) 취업 비자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국인 숙련도 제고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강민형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실질임금을 대폭 늘리지 않는다면 내국인만으로 고용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외국 인력을 4~5년 길러 숙련도를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윤서·이수정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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