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 하루 먼저 치른 팀이 13번 중 13번 우승했다
단 하루의 차이… “홈 이점보다 휴식”
먼저 준결승 치르고 4일 쉬는 스페인
잉글랜드·아르헨티나 승자는 3일 휴식
14년 반복된 우승 공식… 또 재현될까

오는 16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맞붙는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 가운데 누가 이기든 일정상 불리한 조건을 안고 결승을 치르게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14년간 열린 남녀 월드컵과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가운데 준결승이 다른 날 치러진 13개 대회 모두 우승자는 준결승을 먼저 끝낸 팀이었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래틱은 14일 “최근 남녀 월드컵과 유럽선수권대회 결승 14경기 가운데 13경기에서 준결승을 먼저 치른 팀이 우승했다”고 분석했다. 나머지 한 대회는 준결승 두 경기가 같은 날 열렸다.
디애슬레틱은 결승을 앞두고 하루 더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같은 결과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시간 15일 새벽 치러진 이번 월드컵 준결승 첫 경기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3위 스페인이 1위 프랑스를 2대 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다음 날 같은 시간에는 세계 2위 아르헨티나와 4위 잉글랜드가 결승 진출을 다툰다.
하루 먼저 준결승을 치른다는 건 결승전까지 하루 더 쉴 수 있다는 뜻이다. 스페인은 오는 20일 결승까지 나흘을 경기 없이 쉴 수 있다.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 가운데 결승에 오르는 팀에는 하루 짧은 사흘 휴식이 주어진다.
디애슬레틱 축구 전술 분석가 마이클 콕스는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치러진 이번 월드컵을 두고 “경기는 극심한 더위와 때로는 고지대 환경에서 열렸다”며 “결승에서는 선수들의 체력 회복 정도가 결정적일 수 있다”고 해설했다.

2013년 여자 유럽선수권대회에서는 사흘을 쉰 독일이 이틀을 쉰 노르웨이를 1대 0으로 꺾었다. 노르웨이는 준결승에서 연장전과 승부차기까지 치렀다. 준결승 경기가 치열하거나 길어질수록 선수들의 피로감은 누적되고 결승까지의 휴식 시간은 짧아진다.
캐나다에서 열린 2015년 여자월드컵 결승에서도 나흘을 쉰 미국이 사흘을 쉰 일본을 5대 2로 제압했다. 미국은 경기 시작 16분 만에 4골을 몰아넣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나흘을 쉰 프랑스가 사흘을 쉰 크로아티아를 4대 2로 꺾었다. 2019년 프랑스 여자월드컵에서도 미국이 네덜란드보다 하루를 더 쉰 뒤 2대 0으로 승리했다.
2016년 남자 유럽선수권대회에서는 개최국 프랑스가 결승을 파리에서 치르고도 포르투갈에 연장전 끝에 0대 1로 패했다. 결승 전 포르투갈은 사흘, 프랑스는 이틀을 쉬었다.
2021년 열린 유로 2020 결승에서 잉글랜드는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이탈리아를 상대했지만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준결승을 두 번째로 치른 탓에 상대보다 하루를 덜 쉰 상태였다.
디애슬레틱은 “분명히 홈 이점은 24시간을 더 쉬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2022년 여자 유로에서는 홈팀 잉글랜드가 준결승 후 상대인 독일보다 하루를 더 쉴 수 있었다. 잉글랜드는 웸블리에서 열린 결승에서 연장전 끝에 독일을 2대 1로 꺾었다.

호주와 뉴질랜드를 오가며 열린 2023년 여자월드컵에서는 나흘을 쉰 스페인이 사흘을 쉰 잉글랜드를 1대 0으로 꺾었다. 스페인은 준결승 후 뉴질랜드에서 결승 개최지인 호주 시드니까지 약 4시간 이동해야 했지만 이를 감안해도 잉글랜드보다 하루 더 쉴 수 있다는 이점이 컸다. 잉글랜드는 준결승과 결승 모두 시드니에서 치렀다.
2024년 남자 유로 결승에서도 나흘을 쉰 스페인이 사흘을 쉰 잉글랜드를 2대 1로 꺾었다. 두 나라가 다시 맞붙은 지난해 여자 유로 결승에서는 잉글랜드가 승부차기 끝에 우승했다. 이때는 잉글랜드가 스페인보다 하루 먼저 준결승을 치렀다. 두 팀 모두 준결승에서 연장전까지 치렀다.
디애슬레틱은 “두 팀 모두 연장전을 치른 만큼 24시간을 더 확보한 잉글랜드가 대회 우승 후보 스페인과 대등하게 맞서 끝내 우승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회에서 잉글랜드가 결승에 진출한다면 24시간을 더 쉰 스페인을 상대하게 된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은 연장 후반 마리오 괴체의 골로 아르헨티나를 1대 0으로 꺾었다. 두 팀은 준결승에서 소모한 체력도 달랐다. 독일은 하루 먼저 치른 브라질과의 준결승에서 전반 29분 만에 5대 0으로 앞선 끝에 7대 1로 이겼다. 아르헨티나는 네덜란드와 120분을 치르고 승부차기까지 거쳤다.
디애슬레틱은 “독일이 아르헨티나보다 하루를 더 쉬었을 뿐 아니라 준결승에서 전력을 다한 시간도 사실상 30분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는 카타르 월드컵 준결승에서 크로아티아를 3대 0으로 꺾고 프랑스보다 하루 더 결승을 준비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결승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오랫동안 주도권을 잡았다. 프랑스는 경기 막판 킬리안 음바페의 연속 득점으로 되살아났지만 승부차기에서 패했다.
디애슬레틱은 당시 프랑스에 대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무기력했다”며 “아르헨티나가 경기 대부분을 지배했고 프랑스는 마지막 10분에 갑자기 살아났다”고 평가했다.
첫 경기인 덴마크-오스트리아전은 승부차기까지 이어졌고, 개최국 네덜란드는 뒤이어 열린 잉글랜드전을 90분 안에 끝냈다. 두 경기의 종료 시간 차이는 약 2시간이었다. 결승에서는 네덜란드가 덴마크를 4대 2로 이겼다.
상대보다 하루 늦게 준결승을 치르고도 월드컵이나 유로에서 우승한 가장 최근 사례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독일과 두 번째 준결승을 치른 뒤 결승에서 네덜란드를 연장 끝에 1대 0으로 꺾었다.
디애슬레틱은 “이 패턴은 과거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만큼 강하지 않다”며 “당시에는 경기의 신체적 강도가 지금처럼 높지 않아 회복 기간의 중요성이 덜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디애슬레틱은 “시청자들이 두 경기를 모두 볼 수 있도록 시간을 엇갈리게 해야 하고 연장전과 승부차기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이례적인 경기 시작 시각이 생길 수 있다”며 “방송사들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대안으로 준결승과 결승 사이 간격을 지금보다 하루 더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두 팀 모두 회복할 시간이 늘어나면 하루 차이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이다.
디애슬레틱은 “두 팀 가운데 한 팀이 여전히 하루를 더 쉬겠지만 마지막 두 경기 사이의 간격이 나흘과 사흘이 아닌 닷새와 나흘이라면 그 영향은 분명 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7차례 결승 가운데 준결승을 하루 먼저 치른 팀이 우승한 사례는 5차례였다. 비율로는 71.4%다. 나머지 2차례는 두 번째 준결승의 승자가 정상에 올랐다. 둘 다 아르헨티나가 뛴 결승이었다.
아르헨티나는 2021년 브라질보다 하루를 덜 쉬고도 결승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2016년에는 하루 덜 쉰 칠레에 승부차기로 패했다.
2016년 코파 아메리카 결승이 열린 경기장은 이번 월드컵 결승 장소인 미국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이었다.
디애슬레틱은 20일 치러지는 결승을 두고 “이 패턴이 계속될지, 잉글랜드나 아르헨티나가 흐름을 깨뜨릴지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주목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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