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식용 종식 앞둔 ‘마지막 복날’…종로 보신탕 골목 가보니

초복을 일주일 앞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보신탕 거리. ‘Dog Soup’이라고 적힌 간판 앞을 무심한 표정으로 지나가던 오세길(71)씨는 “7~8년 전만 해도 이맘때면 보신탕집 대기 줄까지 늘어섰었다”고 말했다. 매년 여름이면 지방에서 올라온 후배들과 자연스럽게 보신탕 골목을 찾았다는 오씨도 이날은 솥밥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는 “미디어를 통해 반려견이 자주 노출되면서 보신탕집을 찾기가 점점 꺼려졌다”며 “절기의 의미도 옅어졌고, 다른 선택지도 많아지니 갈수록 굳이 날 잡아 보신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고 했다.
내년 2월 개식용종식법 본격 시행을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복날 대목이지만, 보신탕 거리는 저녁 식사 시간임에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보신탕 가게 주변으로 빼곡히 늘어선 닭한마리 가게엔 손님이 붐비는 반면 보신탕집에는 서너 개 테이블에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보신탕집 사장 A씨는 “복날이 코앞인데도 손님이 없다”며 “어쩔 수 없이 염소탕으로 업종을 바꿀 계획”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름이면 보신탕을 즐겨 찾는다는 70대 주모씨는 “염소탕을 먹어봐도 보신탕만큼 기력이 살아나는 느낌은 없다”며 “여전히 찾는 사람이 있는데, 내년부터 불법이 되면 오히려 음성화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전통 식문화’ vs ‘동물 학대’…36년 논쟁

개 식용 논란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해외 동물보호단체들이 한국의 개 식용 문화를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여러 차례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입법으로 이어지진 못했고, ‘전통 식문화’라는 주장과 ‘동물 학대’라는 주장이 지난하게 충돌해 왔다. 그러다 2023년 8월 국민의힘이 이른바 ‘김건희 법’으로 불린 개 식용 금지 법안을 내놓으면서 입법 논의가 본격화됐다. 김건희 여사가 여러 차례 개고기 식용 금지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 법안 별칭의 배경이 됐다.
개 농장 82% 감소
법 시행을 앞두고 개 농장과 개고기 취급 식당은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 집계 결과 지난 5월 기준 전국 육견 농가는 272곳으로, 지난 2024년 8월 1537곳과 비교해 약 82% 감소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법 제정 당시인 2024년 2월 전·폐업 계획이 있다고 신고한 개고기 취급 음식점은 총 310곳이었는데, 84곳이 문을 닫아 현재(지난 6월 기준) 226곳만 영업 중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달 발간한 결산 분석 자료에서 “개식용종식법의 벌칙 규정 시행이 내년 2월까지 유예돼 있는 만큼, 그 이전에는 행정조치 외에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이 제한적”이라며 “지자체와 협력해 전·폐업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폐업 이후에도 식용 목적의 개 사육·도살 등이 이뤄지지 않도록 사후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아미 기자 lee.ah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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