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회사채마저 미매각…리테일·하이일드 떠난 비우량채 시장

전병훈 기자 2026. 7. 1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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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부진에 하이일드 펀드 매수 여력 고갈…"리테일 수요는 아예 없어"

"회복엔 시간 필요…펀더멘털 따라 회사별 차별화될 것"

JTBC·중앙일보 채권피해자연대 기자회견[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전병훈 기자 = 한진그룹의 종합물류기업 한진(BBB+)이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피하지 못했다.

중앙그룹 파산 사태 이후 처음 열린 이번 BBB급 수요예측을 두고, 시장에선 단순 투자심리 위축을 넘어 그동안 비우량채를 지탱해온 수급 주체인 리테일과 하이일드 펀드의 매수세 실종이 빚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전날 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총 440억원의 주문을 모았다.

1.5년물 200억원 모집에는 250억원이 들어왔지만, 1년물 200억원 모집에는 190억원이 접수되며 1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1년물은 희망 밴드 상단인 +50bp에서도 모집 물량을 채우지 못했고, 1.5년물은 개별 민평금리 수준(PAR)에서 모집액을 채웠다.

한진은 등급전망 '긍정적'이 붙은 BBB+ 등급으로, BBB급 내에서는 가장 우량한 신용도로 꼽힌다. 최근 대한항공(A)과 지주사 한진칼(A-)의 신용등급 전망이 상향 조정되는 등 그룹 전반의 신용도가 오름세여서 시장에서는 사실상 A급에 준하는 발행사로 평가받아 왔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진은 등급전망에 '긍정적'이 붙어 있고 실적도 나쁘지 않다"며 "그룹 전반이 내년에는 A마이너스(A-) 등급으로 올라서는 수순이어서 펀더멘털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 한진마저 수요를 채우지 못한 것은 결국 신용도 문제가 아니라 사줄 주체가 사라진 탓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미매각을 낸 동화기업(BBB+)이 연이은 영업적자와 A급에서의 등급 하락 등 펀더멘털 요인이 겹친 사례였다는 점과도 결이 다르다.

제이알글로벌리츠와 중앙그룹 계열사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잇따르면서 BBB급 회사채의 수요 기반 자체가 무너졌다는 게 시장의 진단이다. BBB급 수요는 통상 절반가량이 리테일(개인), 나머지 절반이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로 구성되는데 양쪽 모두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리테일 쪽은 수요가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며 "하이일드 펀드들도 공모주 펀드에 담았던 BBB급에서 디폴트가 난 경우가 있어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모주 시장 부진은 수요 공백을 더 키우고 있다. 김 연구원은 "기업공개(IPO) 시장 수익률이 사실상 제로 수준이라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거의 없다"며 "이들 펀드가 추가로 매수할 여력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는 조세특례제한법상 전체 자산의 60% 이상을 국내 채권으로, 45% 이상을 'BBB+' 이하 하이일드 채권으로 채우면 코스피 5%·코스닥 10%의 공모주 물량을 우선 배정받는다. 편입 비율을 맞추기 위해 금리와 무관하게 안전한 BBB급을 담아온 이런 특수 수요가 마른 셈이다.

낮은 절대금리도 부담을 더했다. 김 연구원은 "한진의 1년물은 CP나 여전채로도 비슷한 금리를 확보할 수 있다"며 금리 매력이 떨어졌던 점을 1년물 미매각의 배경으로 꼽았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도 "BBB급 금리는 하이일드 펀드 같은 특수 수요 때문에 다른 등급 대비 고평가돼 왔던 측면이 있다"며 "이번 미매각은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발행시장에서 BBB급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 발행만기통계(화면번호 4236)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BBB급(BBB+~BBB) 무보증 회사채 발행액은 3천5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천270억원)보다 57.6% 급감했다.

순발행 기준으로는 지난해 상반기 1천770억원 순발행에서 올해 6천520억원 순상환으로 돌아섰다.

당분간 BBB급 기업들의 공모 조달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BBB급 시장의 투심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펀더멘털에 따른 회사별 차별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BBB급 전체에 대한 기피가 계속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bhjeon@yna.co.kr<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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