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면 과학에선 사라진다"…'억소리'나는 공룡 화석 경매에 학계 반발
2024년 '에이펙스' 제치고 최고가 경신
"박물관·대학은 값 부를 수도 없는 처지"
티라노사우루스 공룡 화석 '거스'가 사상 최고가를 쓴 가운데, 부와 지위의 상징으로 거래되는 흐름을 두고 과학계가 잇따라 경고를 내놓고 있다. 화석 한 점이 수백억 원에 팔리는 시장이 되면서 박물관이나 대학이 값을 부를 수 없는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을 인용해 "고생물학자들이 화석 경매 확산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버밍엄대 척추동물 고생물학자 리처드 버틀러 교수는 이날 가디언에 "공룡 화석을 지위의 상징이나 상품으로 구매한다는 생각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박물관이 감당할 수 없는 가격에 공룡 화석이 판매되고 있어 과학에 큰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에든버러대 스티븐 브루사티 교수는 낙찰가 자체가 연구기관을 배제한다고 짚었다. 그는 "경매는 합법적이지만, 과학자로서는 걱정이 된다"며 "공룡 화석이 수천만 달러에 낙찰된다면 과학자나 박물관, 대학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 가격은 엄청나게 부자인 사람만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물관들은 개인 소장가의 대여와 기증에 기대고 있다. 2024년 스테고사우루스 '에이펙스'를 낙찰받은 헤지펀드 억만장자 켄 그리핀은 이 화석을 뉴욕 미국자연사박물관에 4년간 대여했고, 지난해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 부부가 170만달러(약 25억원)에 산 파키케팔로사우루스 두개골을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에 기증했다.
그러나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공룡 연구자 수재나 메이드먼트는 "주요 학술지 상당수가 개인 소유 표본을 다룬 연구의 게재를 거부한다"며 "수십 년 뒤 다른 연구자가 같은 표본을 다시 검증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위스콘신주 카시지칼리지 고생물학자 토머스 카 부교수는 "개인 소유의 화석은 언제든지 박물관에서 소유주의 집으로 회수될 수 있다"며 "연구를 위해 화석에 언제든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미국 척추동물고생물학회(SVP)는 이날 '거스' 낙찰 직후 기증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SVP의 차기 회장인 크리스티 커리 로저스는 "새 소유주가 거스의 과학적·교육적 가치를 인정해 공인된 자연사박물관에 즉시 기증함으로써 공적 신탁 아래 두기를 바란다"며 "그래야 이 표본이 연구에서 배제되지 않고 과학에 계속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튜어트 수미다 현 회장도 경매를 앞두고 "무언가를 팔아버리면 대체로 과학에서는 사라진 것"이라고 미국 CNN 방송에 밝혔다.
과학계가 지목한 '거스'는 이날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5010만달러(약 746억원)에 팔려 공룡 화석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사전 추정가 2000만~3000만달러를 크게 웃돈 금액으로, 10분간 이어진 경합에서 응찰자 7명이 붙은 끝에 전화로 참여한 익명의 인물이 가져갔다. 높이 3.8m, 길이 11.5m인 거스는 뼈 183점으로 이뤄져 골격의 60% 이상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티라노사우루스 32구 가운데 완전도가 60%를 넘는 것은 세 구뿐이다.
공룡 화석 낙찰가는 최근 몇 년 새 가파르게 뛰었다. 지난 2020년 티라노사우루스 '스탠'이 크리스티에서 3180만달러(약 474억원)에 팔렸고, 2024년 스테고사우루스 '에이펙스'가 4460만달러(약 664억원)에 낙찰돼 기록을 다시 썼다. 지난해 소더비에서는 새끼 케라토사우루스 골격이 추정가 상단의 5배인 3050만달러(약 454억원)를 찍었고, 올해 3월에는 트리케라톱스 '트레이'가 온라인 경매 플랫폼 주피터에서 555만달러(약 83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소더비 측은 상업 발굴이 오히려 화석을 구해낸다는 입장이다. 커샌드라 해턴 소더비 부회장은 지난 5월 "상업 발굴팀이 아니었다면 땅속에 남아있을 화석이 적지 않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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