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다시 뛰는데 2분기 실적 ‘주춤’…정유사, 하반기 반전 노린다
본업 부진 메운 '효자' 윤활유
글로벌 공급 부족, 연간 실적은 맑음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하고 있지만 국내 정유업계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감소할 전망이다. 당장 정부 규제와 시차 효과로 정유 부문의 단기 실적 둔화는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전례 없는 글로벌 정유 설비의 구조적 공급 부족에 하반기 실적 반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 분기 대비 34.7% 감소한 1조4123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S-Oil 역시 24.1% 감소한 9339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다만 2분기의 일시적 감익 흐름에도 불구하고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SK이노베이션이 전년 대비 1035.5% 증가한 5조950억원, S-Oil이 1418.4% 증가한 3조5778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유사들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감소한 것은 정부의 최고가격제와 수출 제한 고시로 인해 본업인 정유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기에도 국내 판매 가격을 높여 받지 못한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향후엔 최고가격제 정산 방식에 정부가 원가 기조를 엄격히 적용할 경우 손실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비정유 부문인 윤활유 사업이 실적 감소 폭을 상쇄하는 버팀목 역할을 할 전망이다. 지정학적 갈등 여파로 글로벌 고급 윤활기유(Group III)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수출 가격이 폭등했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1위 공급사인 SK엔무브를 보유한 SK이노베이션과 S-Oil 모두 2분기 윤활유 부문에서 4000억~5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정유 부문의 감익을 상당 부분 상쇄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급 윤활기유 시장의 과점 체제 특성상 공급 부족에 따른 호황은 최소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S-Oil의 경우 최대 주주인 사우디 아람코가 최근 아시아 공식판매가격(OSP)을 대폭 인하하면서 직접적인 원가 절감 구간에 진입했고, 수년간 지속된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샤힌 프로젝트)의 자본지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재무 부담을 크게 덜어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원가 절감과 투자 부담 완화는 배당 재원 확보 등 주주환원 여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정유 설비의 10~15%의 가동에 문제가 생긴 것은 전례가 없다"며 "세계 정유 수급 상황은 언제 풀릴지 알 수 없고, Group III 윤활기유 공급 차질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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