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년 전 켜진 홈플 파산 경고등… MBK는 그때 ‘더 비싼 빚’ 냈다

김진욱 2026. 7. 1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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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3월 홈플러스의 기업 회생을 신청하면서 그 이유로 '예상치 못한 신용등급 하향'을 꼽았다.

MBK가 2023년 재무 약정 위반으로 홈플러스의 기초 체력 저하가 확인됐을 때 한 고금리 차환이라는 선택은 대주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MBK가 메리츠금융과 자금 지원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홈플러스에는 간판과 담보권이 설정된 자산 외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지금 상황은 이런 선택이 남긴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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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10년, 남겨진 청구서②]
“예상 못한 등급 하락”이라던 MBK 주장
회생 신청 3년 전 이미 재무 약정 위반
자본 확충 대신 1조대 고금리 담보 차환
점포 매각 대금까지 메리츠 상환에 묶여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입구에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3월 홈플러스의 기업 회생을 신청하면서 그 이유로 ‘예상치 못한 신용등급 하향’을 꼽았다. 당시 홈플러스가 지급 불능 상태는 아니었지만, 신용등급이 내려가면서 단기 자금 조달 여건이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홈플러스의 영업력이 나빠져 이자 감당 여력이 바닥나고 있다는 신호는 회생을 신청하기 3년 전부터 나타났다. MBK는 이때 홈플러스의 기초 체력을 보강하는 대신 ‘더 비싼 빚’을 내는 길을 택했다. 홈플러스 파산 위기를 초래한 MBK 경영 실패의 결정적인 순간이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홈플러스는 2023년 2월 말 대주단(대출 금융사 모임)과 약속한 이자보상비율을 지키지 못했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몇 번이나 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재무 건전성 지표다. 홈플러스는 당시 선순위, 중순위 차입금 약 5600억원에 대해 1.5배의 이자보상비율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대주단과 맺고 있었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홈플러스는 2022년 2026억원의 이자를 내야 했으므로 이 약속을 지키려면 3039억원을 벌었어야 했다. 그러나 실제로 손에 쥔 돈은 2211억원에 그쳤다.

약속을 어겼지만 홈플러스는 5600억원을 토해내지 않았다. 대주단이 같은 해 5월 ‘웨이버’를 승인해 눈감아줬기 때문이다. 웨이버는 금융사가 대출을 받아간 기업의 약정 위반을 문제 삼지 않는 것이다. 다만 홈플러스는 이듬해 만기가 돌아왔을 때 대출을 연장하는 데는 실패했다.

금융권에서는 2023년 대출 약정 위반을 홈플러스에 재무 위기 경고등이 켜진 순간으로 본다. 웨이버를 받았다는 것은 당장 5600억원을 갚아야 하는 상황을 피했다는 뜻이지 영업을 통해 이자를 감당할 능력이 회복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홈플러스는 당시 대주주 등이 보유한 홈플러스 지분과 유형자산 관련 보험·예금, 담보신탁된 전국 주요 점포 등을 대주단에 맡긴 상황이었다. 영업에 꼭 필요한 자산을 금융권에 담보로 내놓은 중차대한 상황에서조차 대출 약정을 지키지 못할 정도로 이자 상환 능력이 훼손돼 있었다.

그때 MBK가 택한 해법은 고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것이었다. 홈플러스는 이듬해인 2024년 5월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에서 1조3700억원을 새로 빌려 기존 대출을 갚았다. 이 중 선순위 담보대출 1조2200억원에는 연 8%, 후순위 담보대출 1500억원에는 연 9.5%라는 높은 금리가 붙었다. 연 4~6% 금리의 기존 대출을 메리츠금융그룹의 고금리 대출로 바꾼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담보 범위는 부동산을 넘어 홈플러스에 들어가는 현금으로까지 확장됐다. 메리츠금융은 홈플러스 지분과 담보신탁된 점포뿐 아니라 점포 임차 보증금, 건물 수리비 보험금이 들어오는 계좌까지 근질권을 설정했다. 담보로 맡긴 점포를 팔 경우 유입된 현금을 받은 날로부터 5영업일 안에 선순위 대출을 갚겠다는 의무와 1년 안에 2500억원, 2년 내에 6000억원을 조기 상환하겠다는 조건도 붙었다. 홈플러스가 점포를 팔아 현금을 확보하더라도 그 돈을 온라인 쇼핑 역량 강화나 신규 출점처럼 영업력을 키우는 데 쓸 수 없었다는 의미다.

홈플러스 본사가 있는 서울 강서점의 메가푸드마켓에 불이 꺼져 있다. 연합뉴스

MBK는 홈플러스에서 투자금을 회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점포 매각 대금을 홈플러스 법인에 남겨 차입금 상환에 썼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 관계자들은 “경영 실패의 판단 기준은 돈을 얼마나 가져갔느냐가 아니라 위기 국면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라고 입을 모은다. MBK가 2023년 재무 약정 위반으로 홈플러스의 기초 체력 저하가 확인됐을 때 한 고금리 차환이라는 선택은 대주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MBK가 메리츠금융과 자금 지원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홈플러스에는 간판과 담보권이 설정된 자산 외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지금 상황은 이런 선택이 남긴 결과”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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