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지 은마냐 한강변 잠실5단지냐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재건축 아파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를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가 아닌가 싶다. 부동산 시장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도 두 단지만큼은 한 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단지다.
은마아파트는 강남 재건축 상징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그런 은마아파트보다 더 오래됐으며 규모는 더 크다.
비싼 아파트가 즐비한 강남에서도 두 단지는 상징적인 단지다. 1970년대 탄생해 어느덧 준공 50년을 향해 달려간다. 두 단지가 유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탁월한 입지다. 이 때문에 항상 ‘재건축만 되면 최고의 단지’란 수식어를 무려 20년 넘게 달고 있었다.
문제는 사업 속도였다. 주변 다른 단지는 이미 뜯어고친 지 오래지만 두 단지만큼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일이 좀 풀릴 만하면 새로운 이슈로 지체되기 일쑤였다.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단지는 비슷한 시기 재건축 사업 ‘7부 능선’이라 불리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 정비사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다. 이 관문을 통과하면 단지 시간이 문제일 뿐, 어떤 식으로든 사업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올해 7월 두 단지가 동시에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으며 부동산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비슷한 시기에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만큼 두 단지는 계속해서 비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은마 5850가구·잠실주공 6411가구
송파구청은 지난 7월 1일 서강석 구청장 민선 1호 결재로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냈다고 밝혔다. 2003년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지 무려 23년 만이다.
잠실주공아파트는 1~5단지로 구성됐다. 1975~1978년 준공했으며 이미 1~4단지는 재건축 사업이 마무리됐다. 1단지는 엘스, 2단지는 리센츠, 3단지는 트리지움, 4단지는 레이크팰리스로 재건축됐다. 반면 중층으로 이뤄진 잠실주공5단지는 답보 상태였다. 사업성 문제와 정부 규제, 정비계획 변경 절차 등이 맞물리며 장기간 사업이 지연됐다.
하지만 2023년 이후 신속통합기획 자문 사업이 적용되고 층수 규제가 완화되며 다시 속도를 냈다. 이후 지난해 6월 통합 심의를 통과한 데 이어 12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했다. 6개월이 지난 현재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78년 준공한 잠실주공5단지는 3930가구 규모다. 재건축 후 주택용지 4942가구(지하 5층~지상 49층), 복합용지 1469가구(지하 5층~지상 65층) 등 총 6411가구로 재탄생한다. 조합 측은 2028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송파구청이 잠실주공5단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통과한 직후인 7월 2일 강남구청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업시행계획을 인가했다.
은마아파트 역시 역사는 길다. 2003년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설립하며 재건축 사업을 시작했지만 20년 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다. 2023년이 돼서야 정비구역 지정, 조합설립인가를 거치며 사업 윤곽이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정비계획 변경 결정이 고시된 후 7개월 만인 올해 7월 2일 사업시행계획인가를 획득했다. 올해 5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한 뒤 41일 만에 인가를 획득했다.
1979년 지은 은마아파트는 4424가구 규모다. 재건축을 거치면 지하 6층~지상 49층, 29개동, 5850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은마아파트는 민간 정비사업 최초로 역세권 용적률 특례(331.9%)를 적용받는다. 공공임대주택 909가구와 공공분양주택 195가구를 포함한 주택을 공급하고 공원과 공영주차장, 개방형 도서관 등 공공기여시설을 함께 조성할 예정이다. 잠실주공5단지와 비슷하게 2028년 착공을 목표로 조합 측은 후속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20년 기다린 재건축 대장주
입주 후 기대 가치가 높은 곳은 어디?
두 단지가 거의 동시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며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미 ‘잠실주공5단지 vs 은마아파트’ 대결 구도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두 단지는 강남을 대표하는 재건축 단지지만 장단점이 비교적 명확하다.
은마아파트의 최대 장점은 대치동 학군이다. 주택을 선택할 때 다른 어떤 요소보다 압도적인 장점으로 꼽힌다. 대치동 학원가와 명문 학군을 기반으로 한 실수요가 두텁다. 주요 업무지구 접근성이 좋고 강남 핵심 주거지역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잠실주공5단지는 한강과 석촌호수라는 자연환경이 매력적이다. 6000가구 이상 대단지에서 상당수 가구가 한강 조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중교통 좋고 생활 인프라 우수한 잠실역 생활권이란 점,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 등 주변 호재도 많다. 잠실주공5단지는 재건축 후 잠실 일대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초고층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건축 사업성만 놓고 보면 두 단지 중 잠실주공5단지가 좀 더 낫다는 평가다. 은마아파트는 용적률이 200%가 넘는다. 잠실주공5단지 용적률은 138%다. 이 같은 차이 때문에 비슷한 평형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잠실주공5단지가 미세하게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두 단지는 재건축 기대감이 다시 불거진 2023년 무렵부터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는 지난해 12월 46억2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는 같은 면적이 45억원 전후로 거래가 이뤄진다.
은마아파트 또한 가격 흐름은 비슷하다.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10월 43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양도세 중과 유예 폐지 등의 영향으로 급매물이 나오며 올해 상반기에는 같은 면적이 38억~40억원에 거래된다.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어떤 단지가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지도 관심사다. 두 단지 주변에는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있다. 은마아파트 주변에는 래미안대치팰리스(2015년 준공, 1608가구), 잠실주공5단지 인근 신축 아파트는 올해 입주한 잠실르엘(2026년 준공, 1865가구)이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올해 6월 44억원에 거래됐다. 잠실르엘은 지난해 12월 전용 84㎡ 조합원 입주권이 48억원에 거래돼 화제를 모았다. 올해 들어서는 입주권이 40억~45억원에 거래된다.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가 재건축되면 두 단지보다 10~20% 이상 높은 가격에 시세가 형성될 전망이다.
사업시행계획인가라는 큰 산을 넘으면서 두 단지 재건축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지만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사업시행인가 이후에도 조합원 분양 신청, 관리처분인가, 이주, 철거, 착공, 일반분양까지 적지 않은 절차가 대기 중이다. 날로 상승하는 공사비 상승 문제와 조합원 분담금 규모, 일반분양가격 산정, 금융비용 등은 향후 사업 속도를 좌우할 변수다.
강남구와 송파구는 대형 재건축 사업을 지역 핵심 현안으로 보고 행정 지원과 신속한 절차를 강조한다. 관리처분인가 단계에서 평형 배정과 분담금을 둘러싼 조합원 간 의견 조율이 향후 사업 속도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8호·창간 47주년 특대호(2026.07.15~07.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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