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구상과도 연결되는 묘수...AI·반도체 초과세수, 이렇게 쓰자

이숙윤 2026. 7. 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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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초과세수는 재정 설계의 문제...'국민배당형 기본소득'으로 나누자

최근, AI·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걷히는 초과 세수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여러가지 제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소개합니다. 아래는 이숙윤 조국혁신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이자, 고려대학교 정보대학 산학협력중점교수의 글입니다. <편집자말>

[이숙윤 기자]

 SK하이닉스가 계속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매출액 52조원, 영업익 37조원을 넘으며 역대 최대 실적 기록 행진을 이어간 지난 4월 23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7조6천10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05.5% 증가했다고 23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52조5천763억원으로 198.1% 증가했다. 영업익과 매출 모두 분기 최대 기록이다.
ⓒ 연합뉴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낙관적 전망대로 이어질 경우 두 회사의 법인세와 임직원 성과급 관련 근로소득세 등 세수 효과가 최대 180조 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이는 반도체 경기와 실제 실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최대 추정치다. AI와 반도체 호황이 국가의 세수 구조까지 바꿀 정도의 변화를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이 돈을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

이 질문은 지난 5월 한 번 던져졌다가 곧바로 묻혔다. '국민배당금'이라는 단어 하나가 논쟁을 삼켰다. 기업의 이윤을 빼앗는다는 오해가 번졌고,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정치권은 프레임 싸움에 몰두했고,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은 사라졌다. 반도체와 AI 호황으로 초과세수가 발생한다면, 그 돈은 어디에 써야 하는가. 이 논의를 다시 시작하려면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초과이윤 vs. 초과세수

초과이윤은 기업의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과세할지는 세법의 문제이며 별도의 논쟁이다. 법인세율을 조정할 것인지, 횡재세를 도입할 것인지, 특정 산업의 초과이익에 별도 과세를 할 것인지는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초과세수는 이미 국가에 들어온 돈이다. 현행 세율로, 현행 법대로 걷힌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걷힌 것이다. 기업의 돈을 새로 빼앗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걷힌 세금을 어떤 원칙으로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 돈의 용처를 정하는 일은 횡재세 논쟁이 아니라 재정 설계의 문제다. 지난 5월이 그랬다. 초과세수를 국민에게 어떻게 돌려줄 것인가라는 질문은 어느새 '기업의 초과이윤을 빼앗을 것인가'라는 논쟁으로 바뀌었다. 두 논의를 뒤섞는 순간 아무 논의도 할 수 없게 된다.

이제 다시 질문해야 한다. 초과세수는 어디에 써야 하는가.

국가채무를 갚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반도체·AI 인프라, 전력망과 용수 확보, 지역 균형투자, 청년과 인재 양성, 기초과학과 대학 연구지원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모두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원래 국가가 본예산으로 책임져야 할 영역이다. 필요하면 별도 예산을 편성하고 중장기 재정 계획으로 더 투자하면 된다.

또한 반도체와 AI 산업은 이미 세액 공제와 연구개발, 인프라, 인재양성 등 막대한 정책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 산업의 호황으로 생긴 초과세수마저 다시 산업과 인프라에만 쓰인다면 국민이 함께 만든 초과성과를 국민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기존 수혜 구조를 반복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필요한 투자는 예산으로 하고, 초과성과는 국민과 나누어야 한다.

'국민배당형 기본소득'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 방식을 '국민배당형 기본소득'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매달 같은 금액을 영구적으로 지급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기본소득의 원칙인 보편성과 무조건성을 국민배당 방식으로 구현하자는 제안이다. 초과세수가 발생한 해에는 국민 모두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되, 지급 규모와 여부는 실제 초과성과에 연동하는 방식이다.

초과세수는 말 그대로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이다. 초과가 발생하지 않은 해에는 지급하지 않거나 규모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배당도 이익이 있을 때 늘고, 이익이 줄면 감소한다. 국민배당도 마찬가지다. 초과성과가 있을 때 나누고, 없을 때는 빚을 내어 지급하지 않는 것이 재정 책임성이다.

이 점에서 국민배당형 기본소득은 이재명 정부의 기본사회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본소득을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안정시키고 경제를 순환시키는 새로운 경제정책으로 설명해 왔다.

현 정부 역시 AI 강국 도약과 함께 국민의 보편적 삶의 질을 높이는 기본사회를 말하고 있다. AI 강국은 산업전략이고, 기본사회는 그 성과를 국민의 삶으로 돌려보내는 사회전략이다. 그렇다면 AI와 반도체 초과세수를 국민배당형 기본소득으로 나누자는 제안은 정부 기조와 충돌하지 않는다.

AI와 반도체가 나라의 미래라면, 그 성과도 모두의 것이어야

그렇다면 왜 기본소득이어야 하는가. 이 성과를 특정 계층만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당도 선별된 일부가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조건 없이 돌아가야 한다. 이것이 기본소득의 원칙과 만나는 지점이다. 물론 더 어려운 사람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복지는 계속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복지는 필요에 따른 지원이고, 국민배당은 공동 성과에 대한 배당이다. 국민배당형 기본소득은 기존 복지를 대체하는 제도가 아니라, 국민의 공동 지분을 확인하는 별도의 장치다.

앞으로 AI와 자동화가 일자리와 소득 구조에 영향을 준다면, 기술의 이익은 기업과 자본에 집중되고 충격은 국민 개개인에게 흩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AI와 반도체가 만든 초과세수의 일부는 국민의 소득 기반을 보완하는 데 쓰여야 한다. 기술이 만든 이익은 기업이 가져가고, 기술이 만든 불안은 국민에게만 떠넘길 수 없다.

국민배당형 기본소득은 현금 살포가 아니다. 이미 국가에 들어온 초과세수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재정의 원칙이다. 초과이윤은 세법의 문제이고, 초과세수는 재정 설계의 문제다. 이 둘을 구분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논의가 시작된다.

필요한 투자는 예산으로, 초과성과는 국민배당으로. AI와 반도체가 대한민국의 미래라면, 그 미래의 성과도 국민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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