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무효화, 호르무즈 통행료도 부과... 계속 악수 두는 트럼프
[정주진 기자]
미국과 이란의 양해각서 합의로 연장됐던 휴전이 사실상 종료됐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인 <더힐>은 13일 오후(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공식적으로 의회에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재개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인 10일 두 장의 서한을 통해 전쟁권한법에 따라 7일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음을 알렸다. 이에 따라 미군은 60일 동안 전쟁을 할 수 있고 필요하면 30일 동안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간을 초과할 때는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로써 지난 8일 튀르키예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내 생각에 휴전은 끝났다"고 얘기했던 것이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의 즉흥적인 답이 아니라 이미 결정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7일부터 계속된 미국의 이란 공격은 휴전 위반이 아니라 사실상 휴전 종식 후 전면전 재개였던 것이다. 이란 또한 7일 이후 미국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중동 국가들의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 그런데 이 또한 이란이 생각했던 것처럼 일시적인 휴전 위반이 아니라 전쟁 재개가 된 셈이다.
전쟁 재개로 휴전 연장과 종전 협상에 대한 합의였던 미국 이란 간 양해각서도 사실상 무효화됐다. 양해각서의 첫 조항인 모든 군사 행동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중단"은 이미 깨졌고 미국이 약속했던 이란 원유 수출 제재 철회 또한 무효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덧붙여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모든 선박의 이란 항구 출입을 막는 역봉쇄도 재개한다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는 13일 사회관계망을 통해 미 동부시간으로 14일 오후 4시(한국시간 15일 오전 5시)부터 해협을 오가는 모든 통행은 미 해군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면서 "미국의 봉쇄 재개는 4월 13일부터 6월 18일까지 있었던 봉쇄를 재실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호르무즈 해협 상황도 양해각서 서명 전으로 완전히 돌아갔다.
이에 덧붙여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사회관계망을 통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guardian)"가 되겠다며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에게 화물 가치의 20%에 해당하는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아주 위험한 지역에서 미국이 안전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대가"라고 주장했다.
얼마나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이런 주장을 하는지, 언제부터 이를 실행할 것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없는 자유 항행을 주장하고 그런 이유로 지난 7일부터 이란 공격을 재개한 미국이 해협 통행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자기모순을 보여준다. 또한 애초 호르무즈 해협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한 전쟁으로 막히게 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고 따라서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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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 ⓒ REUTERS / Carlos Barria |
트럼프 대통령이 둔 첫 번째 악수는 7일 이란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시작한 것이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을 공격함으로써 원인을 제공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겐 대응 수위를 결정할 선택권이 있었다. 이란이 최고지도자의 장례식 중이고 양해각서에 호르무즈 해협 관리에 대한 내용이 모호하게 언급돼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이란과 오만이 협의 중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징적인 경고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7일 이란 전역의 80개가 넘는 목표물을 공격했고 이는 중동 지역 미군 기지에 대한 이란의 공격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둔 또 다른 악수는 먼저 '휴전 종식'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을 공격한 것이 휴전 위반이라며 이란을 공격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종식 선언은 이런 주장이 모순임을 보여주었다. 이는 결국 미국의 공격이 이란의 상선 공격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전쟁 재개를 위한 것이었음을 확인해준 셈이다. 이로써 미국은 이란으로부터, 나아가 국제사회로부터도 휴전을 완전히 깼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게 많은 것을 양보하면서 합의한 휴전을 스스로 깨고 모든 것을 되돌려 놓은 선택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이란 공격 재개를 선언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에 20%의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한 것 또한 악수를 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 재개를 통해 이란을 굴복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이 방법은 이미 실패했음을 스스로 양해각서에 서명함으로써 증명했다. 20%의 통행료 부과는 막대한 전비 지출을 상쇄하려는 시도 중 하나로 보이지만 이 또한 미국 내 정치권의 지지조차 받을 수 없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둔 가장 심각한 악수는 장례식 기간에 이란을 공격하고 먼저 휴전 종식을 선언하고 전쟁을 재개함으로써 이란 강경파의 목소리를 키우는 결과를 낸 것이다. 양해각서 서명에 반대했던 이란의 강경파는 미국의 대대적인 공격, 그것도 4일부터 9일까지 진행됐던 최고지도자 장례식 기간 동안의 공격으로 미국을 전혀 신뢰할 수 없음을 재확인했다. 이는 향후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반면 미국과의 협상에 임하고 양해각서에 서명했던 실용파 정치인들의 입지는 약화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 변화는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언급을 통해 이미 확인됐다. 11일 이란 <파스 통신>을 통해 발표된 성명에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아버지 하메네이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천명했다. 그는 "복수는 우리 국가의 요구이며 반드시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 서약이 "곧 실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성명은 장례식을 통해 미국에 대한 이란 국민의 증오와 복수심이 확인된 상황에 나온 것으로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여론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또한 미국에 대한 복수와 전쟁 지속을 주장하는 강경파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란 강경파 지지 커지는데... 무력 압박 효과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을 통한 압박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악수가 결국 이란 강경파의 목소리를 키워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국이 먼저 휴전을 끝낸 상황에서 이란 또한 전면전을 재개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궁극적인 목표는 빠른 시일에 전쟁을 끝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이란과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향후 협상은 적어도 이전처럼 어렵거나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양해각서 서명으로 조금이나마 회복될 수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이란의 신뢰가 다시 제로 상태가 됐고 협상에 반대하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란의 <파스 통신>은 이미 지난 토요일인 11일 미국이 이란 원유 수출 제재 철회 등을 취소하지 않는 한 이란은 어떤 협상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과의 협상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협상 복귀는 양해각서에서 합의한 사항들을 미국이 다시 실행하는지에 달려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의 공격 재개로 양해각서는 사실상 무효화됐고 향후 미국과 이란의 협상 재개는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주일 동안 이란 전쟁을 다시 처음으로 되돌려 놓았다. 거기에 대해 20% 통행료를 언급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언제나 안정될 수 있을지, 나아가 전쟁이 다시 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달아 둔 악수가 자신은 물론 전 세계를 다시 전쟁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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