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협력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사람입니다"

서준희 2026. 7. 1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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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만드는사람들] 오의석 '공적인사적모임' 활동가가 말하는 지속가능한 생태계와 시민성

활동가 인터뷰 프로젝트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은 공익활동가의 지역·영역·세대를 잇는 사회적 지지와 연대의 플랫폼, 2026 공익활동가주간과 함께합니다. 공익활동, 캠페인의 성과보다 그 일을 한 활동가 개인의 이야기에 시선을 맞추는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을 직접 만나 이들의 일과 삶을 기록합니다. <기자말>

[서준희]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그를 국제개발협력 현장으로 이끌었고, 공적인사적모임을 만들게 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그는 오늘도 사람과 사람, 일상과 공익을 잇는 연결을 만들어가고 있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마음

- 국제개발협력 분야에는 어떻게 들어오게 되셨나요?

"2015년부터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기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ODA나 KOICA에 대해 잘 몰랐어요. 해외에서 필요한 일을 하는 NGO 활동에 관심이 있었고,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죠.

특히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컸어요. 평생 가볼 수 없을 것 같던 곳에서 살아보고 일하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런 호기심과 기대가 자연스럽게 국제개발협력 분야로 이어졌고, 처음에는 NGO 해외봉사단으로 베트남에 파견되어 2년 동안 새마을사업과 주민 소득증대 사업을 지원했습니다. 교육, 홍보, 행정 등 다양한 일을 맡으며 현장을 경험했고, 주민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는 일이 국제개발협력의 시작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죠."

- 현장 경험은 이후의 진로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베트남에서 활동하면서 고민이 생겼습니다. 주민 교육과 행동 변화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환경 NGO에서 에코빌리지 사업을 맡게 되었는데, 지역 안에서 경제가 순환하고, 주민들이 함께 의사결정을 하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공동체를 만드는 방식이 매력적이었어요.

개발협력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개발학을 공부했고, 기후위기, 사회적경제, 지역순환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배우며 시야를 넓혔습니다. 결국 제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특정 분야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지속 가능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었던 것 같아요."
 국제개발협력 청년 커뮤니티 공적인사적모임 오의석 활동가
ⓒ 서준희
- 창업에도 도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환경 NGO에서 일하면서 직접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가 만든 사업을 실행하는 것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라고 느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빗물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사회적 기업 창업에 도전했습니다. 수입도 불안정했고, 해 본 적 없는 일의 연속이었지만 후회는 없죠. 개발협력은 결국 사람들의 생계와 경제활동을 다루는 분야인데, 정작 제가 직접 사업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저는 항상 현장을 상상했죠. '아프리카든 어디든 갔을 때 가장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안정적인 길보다 새로운 경험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죠."

사람이 보이지 않는 국제개발협력

- 공적인사적모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코로나19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창업도 어려움을 겪었고, 퇴사한 동료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러다 우리가 공부하고 고민하는 내용들을 그냥 흘려보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뉴스레터를 만들었고, 그것이 지금의 공적인사적모임으로 이어지게 됐죠. '공적인사적모임'이라는 이름도 그때 생겼어요. 당시 코로나 시기에 '사적 모임 금지'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잖아요.

우리도 사적인 모임이지만,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공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공적인사적모임이라는 이름이 탄생했죠. 그렇게 시작한 활동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행복하게 일하는 성숙한 국제개발협력 생태계로' 발표 현장
ⓒ 오의석 제공
-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가장 크게 느낀 문제는 무엇인가요?

"저는 한때 국제개발협력 분야를 떠나고 싶었던 적이 있었어요. 개발협력 자체가 싫어서가 아니라, 이 분야가 결국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데도 정작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국가 차원의 담론은 계속 이야기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민과 노동은 충분히 조명받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환경 NGO를 퇴사하고 창업에 도전하며 잠시 국제개발협력과 거리를 두기도 했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공적인사적모임을 운영하면서 다시 이 분야를 바라보게 됐어요. 개발협력을 통해 지역사회와 현장의 문제를 만났다면, 공사모를 통해는 개발협력 생태계 자체의 문제를 보게 된 거죠.

국제개발협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라고 생각해요.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5년, 10년 뒤에도 계속 활동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국가 정책과 사업 규모에 따라 일자리가 크게 영향을 받고, 성과와 전문성이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도 있죠.

일반적으로는 일을 오래 하고 성과를 내면 책임과 권한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연봉도 오르고 새로운 기회도 생기잖아요? 그런데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는 성과가 명확하게 평가되고 보상되는 구조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일을 더 잘하기보다 경력을 쌓는 데 집중하게 되고, 자신의 미래를 그리기 어려워지게 죠. 많은 사람들이 급여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저는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 근본적으로는 국제개발협력 노동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인정받고 있는가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국제개발협력 활동가들은 자신이 왜 필요한 일을 하는지 계속 설명해야 하고, 직업적 정체성도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해결의 시작은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신의 경험과 목소리를 바탕으로 어떤 생태계가 필요한지 함께 이야기해야 합니다. '나도 이 분야의 일원이다.' '나도 의견을 낼 권리가 있다.' '나도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 이런 감각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 위에서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국제개발협력이 무엇인지, 국제개발협력 노동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우리는 어떤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야 합니다. 정부가 대신 만들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담론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사모가 뉴스레터를 만들고 공론장을 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죠."
 '기업협력 활성화를 위한 생태계 협력 플랫폼 구축과 이슈', 오른쪽 첫번째가 오의석
ⓒ 오의석 제공
뉴스레터에서 공론장까지, 생태계를 바꾸는 실험

- 공사모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공사모가 가장 꾸준히 하는 활동은 뉴스레터 발행이에요. 처음 시작한 '김치앤칩스' 뉴스레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꾸준히 제기된 빈곤포르노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죠.

저는 빈곤포르노가 국제개발협력을 전문적인 노동이 아니라 선의에 기반한 봉사로만 보이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선은 종사자들의 노동과 전문성을 가리게 죠.

또 다른 중요한 활동은 국제개발협력 일자리 생태계 개선을 위한 공론장 운영입니다. 단순히 문제를 제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약 300명의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세 차례 공론장을 열었어요.

첫 번째는 비교적 경력이 짧은 주니어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진행했어요. 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두 번째는 중견 실무자와 시니어 그룹을 중심으로 진행했어요.

KOICA, 민간 컨설팅, 연구자, 교수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참여해 같은 질문에 대해 각자의 경험을 나누었죠. 그리고 세 번째 공론장에서는 앞선 논의들을 바탕으로 실제 대안을 이야기했어요. 그 과정에서 국제개발협력 일자리 생태계의 문제가 크게 다섯 가지 정도로 정리됐습니다. 고용 안정성, 거버넌스, 보상 체계, 성장 경로, 정체성 등의 문제가 공통적으로 나타났어요.

특히 공사모는 기존의 '경력 사다리' 대신 '그물망'이라는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한 방향으로만 성장하는 구조가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경로가 연결되고, 중간에 이탈하더라도 다시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자는 제안이죠. 이런 논의는 국제개발협력 4차 기본계획에도 일부 반영됐고, 국무조정실과의 간담회로 이어지며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 공사모를 운영하며 가장 고민했던 점은 무엇인가요?

"최근 공사모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했습니다. 수익을 내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공익적인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인데요. 처음 네 명으로 시작한 모임이 수십 명 규모로 성장하면서 더 안정적인 구조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운영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롤모델이 없다는 것이었죠. 공사모는 커뮤니티이자 시민사회단체이고, 협동조합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조직이에요.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워 여러 조직의 장점을 참고하며 우리만의 방식을 만들어 가야 했죠.

때로는 외롭고 막막했지만, 지금은 그것도 공사모만의 길을 닦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아무도 걷지 않은 눈밭이라면 우리가 처음 발자국을 남기는 사람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국제개발협력 청년 커뮤니티 공적인사적모임 오의석 활동가
ⓒ 오의석 제공
"10년 후 공사모가 모두의 커먼즈가 되길"

- 활동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며, 앞으로 공사모는 어떤 모습이길 바라시나요?

"저는 활동가로 살아가는 것이 좋아요. 무엇보다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죠. 활동가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금 먼저 문제를 발견하고 더 나은 방향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함께할 사람들을 모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답이나 모델이 없어도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가 활동가의 역할이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저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인데요. 거창할 필요는 없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사회에 필요한 존재로 살아가고 싶어요. 우리가 지금 누리는 사회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쓸모를 찾아 살아온 사람들 덕분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10년 후 공사모가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커먼즈(Commons)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와서 안전함을 느끼고, 배우고, 함께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죠. 언젠가 제가 떠나더라도 사람들이 계속 모이고 새로운 활동가들이 성장하며 공익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공동의 기반으로 남아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토대가 만들어진다면, 저는 충분히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야기를 듣다 보니 대표님이 지적하신 국제개발협력 생태계의 문제들이 사실은 한국 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와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석님은 이 둘이 연결되어 있다고 보시나요?

"네, 국제개발협력 분야도 결국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안에 있는 작은 사회라고 생각해요. 참여가 배제되고, 소수만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신뢰가 부족하면 대화가 끊어지고, 대화가 끊어지면 문제 해결도 어려워지죠. 국제개발협력 생태계에서 발견한 문제들은 사실 한국 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그렇다면 의석님이 생각하는 지금 한국 사회에 가장 필요한 시민성은 무엇일까요?

"저는 대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해서 대화가 단절되고, 오해가 깊어지고, 혐오가 자리 잡기 쉬운 사회가 됐습니다. 그래서 작은 공동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같은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 경험이 쌓이면 신뢰도 쌓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 개인의 이야기로 넘어가서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요즘 행복하신가요?

"행복하죠. 무엇보다 제가 하는 활동의 의미를 이해하고 응원해 주는 배우자를 만났어요. 때로는 제가 하는 일이 의미가 있는지 의심이 들 때도 있지만, 곁에서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 마지막으로 사회 문제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그 마음 자체가 이미 건강한 씨앗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혼자 고민하기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이야기해 보세요. 생각은 부딪히며 더 깊어지고, 사람은 연결되며 더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작은 관심과 참여가 결국 변화를 만들어내죠. 그리고 그 시작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어요."
 세상의 변화에는 늘 공익활동가가 있습니다. '공익활동가주간'은 공익활동가들에 대한 존중과 지지를 바탕으로 사회적 인정 문화를 만들기 위한 전국 단위의 행사입니다. 2026년에는 6월 29일부터 7월 3일까지 일주일 동안 전국 곳곳에서 공익활동가를 응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대의 장이 열렸습니다.
ⓒ 공익활동가주간추진위원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변화를만드는사람들 홈페이지, 소셜임팩트뉴스에도 실립니다. 글쓴이는 평화를 연구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세상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연결하는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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