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6m 거대동물의 경고? 수컷 파충류들에게 닥친 비극
단순한 동물 소개를 넘어 현장에서 동물을 마주하는 수의사의 시각으로 멸종의 원인과 생태계의 유기적 관계를 분석합니다. 이미 사라진 동물의 '부재'를 통해 현재 위기종을 향한 '보호 의지'를 되돌아보고 성공적인 종 보전 프로젝트 사례와 일상 속 실천법을 공유합니다. <기자말>
[이하늬 기자]
흔히 악어라 하면 아마존의 밀림이나 아프리카의 강, 혹은 호주의 늪지대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역사 속 중국, 특히 장강(양쯔강) 유역과 남부 지방에는 '용'의 실체로 추정되는 거대 파충류들이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던, 그러나 지금은 화석과 기록으로만 만날 수 있는 주인공, '한유수크스(Hanyusuchus)'를 소개합니다.
한유수크스, 즉 '중국가비알'은 역사시대까지 서식했던 유일한 고대 가비알이자 마지막 고대 가비알입니다. 학명은 당대의 문장가 한유(韓愈)와 연관 지어 명명되었는데, 속명의 뜻 자체가 '한유의 악어'입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약 6m에 육박하는 육중한 몸길이, 성격 사납고 공격적인 기질을 지닌 이들은 거대한 위협인 동시에 신화적 존재였습니다. 고대 중국 문헌에 등장하는 '용'의 외형적 모티브가 이들로부터 기인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은, 인류가 이 거대한 생명체와 얼마나 긴밀하게, 그리고 때로는 격렬하게 충돌하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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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자들에 의해 복원된 한유수크스의 모습 |
| ⓒ 위키미디어 공용 |
안타깝게도 한유수크스의 역사는 인간과의 서식지 경쟁과 남획이라는 비극적인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한유수크스의 기원전 화석에서도 청동기나 석기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발견될 정도로 인간과의 갈등은 유구했습니다. 인구가 늘고 개간이 가속화되면서 인간은 이들을 '해수'로 규정했습니다.
해수구제(해로운 짐승 퇴치)라는 명목하에 수행된 사냥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폭약과 독극물까지 동원된 조직적인 사냥, 댐 건설과 농경지 확보에 따른 서식지 파괴는 한유수크스가 숨 쉴 곳을 지워버렸습니다. 15세기 명나라 무렵, 역사적 기록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곧 이 종의 완전한 멸종을 의미했습니다. 멸종된 지 수백 년이 지나서야 화석으로 발견되고 2022년에야 학명을 얻은 이 비운의 동물은, 인류가 기록조차 남기지 못한 채 얼마나 많은 생명을 지워왔는지를 보여주는 서글픈 증거입니다.
우리가 한유수크스라는 '먼 과거의 생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단순히 고생물학적 호기심 때문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장강의 또 다른 상징인 양쯔강악어가 같은 비극의 문턱 앞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양쯔강악어는 현존하는 유일한 구대륙 앨리게이터입니다. 참고로 구대륙은 역사적으로 인류 문명이 오랜 기간 발달해 온 유럽·아시아·아프리카 대륙을, 신대륙은 15세기 말 이후 유럽인들에게 새롭게 알려진 아메리카 대륙과 오세아니아를 일컫는 지리적 구분을 뜻합니다.
양쯔강악어는 성체라 해도 2m 남짓한, 한유수크스에 비하면 훨씬 작고 온순한 종입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논과 양식장, 댐 건설, 수질 오염, 그리고 밀렵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혀 있습니다. 과거엔 양쯔강의 특산품으로 대우받던 이들이, 현재는 야생에 수백 마리만 남은 위급종(CR)이 되었습니다. 인간의 손으로 멸종시킨 한유수크스의 전철을, 우리는 지금 양쯔강악어를 통해 다시금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물어야 합니다.
짝짓기와 부화 과정도 극히 예민한 편인 양쯔강악어가 서식지가 파괴되고 환경호르몬으로 오염된 강물에서 번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특히 양쯔강에 생긴 대규모 댐은 양쯔강악어의 서식지 단절을 유발합니다. 양쯔강에 세워진 거대한 댐들은 단순한 토목 구조물을 넘어,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양쯔강악어의 생태적 연결 고리를 끊어버린 '생명의 단절선'이나 다름없습니다.
댐 건설은 이들에게 서식지의 파편화, 생태적 고립, 그리고 자연스러운 번식 주기의 붕괴라는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결국 댐 건설로 인해 '진흙 속의 용'이라 불리던 양쯔강악어의 서식지는 뿔뿔이 흩어진 섬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생태계의 연속성이 사라진 곳에서, 이들은 자연적인 유전자 교류를 멈추고 좁은 구역에 갇힌 채 서서히 멸종의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댐이 만들어낸 거대한 콘크리트 벽은 인간에게는 풍부한 전력을 제공할지 모르나, 양쯔강의 수천 년 주인인 양쯔강악어에게는 이동할 길도, 알을 낳을 터전도, 숨 쉴 곳도 남겨주지 않는 '닫힌 감옥'과 다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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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5월 13일 중국 동부 안후이성 쉬안청시에 위치한 안후이 양쯔강악어 국가자연보호구역 샤두 지역에서 사육 중인 양쯔강악어들. |
| ⓒ 신화/연합뉴스 |
바다거북을 예로 들어 지구온난화가 초래하는 '성비 불균형(Sexpocalypse, 성별 대재앙)'을 더욱 자세히 살펴보면, 이 문제가 왜 파충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인지 명확해집니다. 바다거북은 알이 부화하는 모래의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되는 '온도 의존적 성결정(TSD)' 방식을 따릅니다. 따뜻한 모래에서는 암컷이, 시원한 모래에서는 수컷이 태어나는 정교한 생존 전략을 수만 년간 유지해 왔죠.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안가의 모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이 섬세한 균형이 산산조각 나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의 북부 지역에서 태어나는 바다거북의 99% 이상이 암컷으로 확인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단순히 암컷이 많아지는 문제가 아니라, 수컷이 거의 사라져 다음 세대를 생산할 수 없는 '번식 생태계의 완전한 붕괴'가 눈앞에 닥쳤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모래의 온도가 한계치를 넘어설 정도로 뜨거워지면 알 속의 배아 자체가 열 스트레스를 받아 발달 장애를 겪거나 부화하기 전에 사망하는 사례가 급증합니다. 설령 무사히 부화한다 하더라도 뜨거운 모래를 뚫고 나와 바다에 이르기까지 더위로 인한 탈진과 조기 노화 현상을 겪고, 파충류 고유의 생존력이 눈에 띄게 저하됩니다. 여기에 해수면 상승과 기후변화로 인한 해안가 서식지의 사막화는 거북이들이 알을 낳을 최적의 장소마저 지워버리고 있습니다.
과거 한유수크스가 인간과의 직접적인 서식지 경쟁과 남획이라는 가시적인 폭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면, 오늘날의 파충류들은 기후라는 거대한 환경의 변화 속에서 자신의 종족이 서서히 소멸해 가는 '조용한 멸종'을 강요받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뜨거워진 모래 속에서 마지막 수컷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 행성에서 파충류가 겪고 있는 가장 고독하고도 절박한 비극입니다.
한유수크스의 멸종은 우리에게 명확한 경고를 던집니다. 특정 종의 멸종은 우연한 재난이 아니라, 인간이 생태계의 한 고리를 의도적으로 끊어냈을 때 발생하는 필연적 결과라는 사실입니다. '용의 모티브'였던 포식자가 인간의 손에 의해 멸종되고, 뒤이어 그 서식지를 공유하던 다른 악어와 돌고래마저 사라져 가는 모습은,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여전히 '정복과 제거'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줍니다.
생태계의 한 축이 무너지면 그 여파는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옵니다. 강은 썩어가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은 사라지며, 우리는 그저 황폐해진 환경 속에서 자원 고갈을 걱정하는 신세가 될 뿐입니다. 멸종은 되돌릴 수 없는 마침표입니다. 2022년에야 비로소 학명을 얻은 한유수크스는 이제 우리에게 말합니다. '지켜주지 못하면 기록조차 늦어질 것'이라고 말입니다.
사라진 용의 후손 한유수크스는 우리에게 빚을 남겼습니다. 그 빚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양쯔강의 늪지대에서 숨 쉬고 있는 양쯔강악어를 지키고,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파충류들의 삶터에 관심을 두는 일입니다. 생명은 우리가 좋아하는 순서대로 멸종하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멸종하는 것은,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지지 않는 바로 그 존재들 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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