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교실 열고, AI로 약 챙기고…확 바뀐 ‘100세 시대’ 노인 복지

김민욱 2026. 7. 1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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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서대문의 한 쿠킹스튜디오에서 열린 '오늘은 나도 셰프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계란 장조림에 들어갈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사진 서대문구

“계란을 삶을 때는 젓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려주셔야 노른자가 가운데 예쁘게 자리 잡습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N쿠킹스튜디오. 앞치마를 두른 60~70대 남성 16명이 계란 장조림과 고추장 멸치볶음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중·노년 남성의 가사 자립과 건강한 식습관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 ‘오늘은 나도 셰프다’ 참여자들이다. 이 프로그램은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마련됐다. 구민이 직접 제안하고 서대문구가 6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날은 평일반 6회 과정 중 4번째 수업이다. “라면 정도만 끓일 줄 알았다” “주방 근처는 얼씬도 안 해봤다”던 어르신들은 이난우 셰프의 설명에 따라 계란을 삶고 멸치를 볶으며 차근차근 반찬을 만들어갔다. 계란을 삶다가 깨뜨려 ‘수란’을 만들거나 멸치볶음 양념을 태우는 등의 실수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 셰프의 도움을 받아 다시 레시피를 확인하며 제법 먹음직스러운 밑반찬을 완성해낼 수 있었다.

이난우 셰프의 설명에 따라 차근차근 밑반찬을 완성해나가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 서대문구


반찬을 용기에 담는 이들의 표정에는 뿌듯함이 배어났다. 강선행(76)씨는 “아내 생일에 직접 미역국을 끓여주고 싶다”고 말했고, 이 사업을 처음 제안한 배성진(66)씨는 “요리를 배우면서 건강은 물론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계란 장조림 만들기 도전에 나섰던 박운기 서대문구청장은 “앞으로도 주민 중심의 체감형 평생학습 기회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완성된 계란 장조림과 멸치볶음. 사진 서대문구


100세 시대를 맞아 지방자치단체의 노인 복지사업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생존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요리와 복약 관리, 어르신 놀이터 등 일상 속에서 ‘잘 늙는 삶’을 돕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6월 22일 서울 관악구 팜매니저가 경로당을 찾아 약물 관리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사진 관악구


관악구는 복약 관리가 필요한 어르신 등을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와 연계하는 ‘똑똑한 100세 약(藥)손사업’을 시작했다. 팜(Pharm)매니저가 경로당과 복지관 등을 수시로 다니면서 여러 약을 함께 복용 중인 어르신을 찾아내면, 복약 관리와 함께 안부 확인이나 도시락 지원, 의료기관 연계 등 일상 전반을 아우르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복약 관리는 관악S밸리 입주기업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약물 분석 플랫폼이 활용된다. 복용 위험도를 분석한 뒤 고위험군은 약사가 직접 방문 상담하고, 경계군은 방문간호사가 복약을 지도한다.

종로구는 고독·고립 위험이 높은 중장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품위사(Well-Dying)’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그간의 삶과 죽음, 원하는 장례 방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고립감을 덜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 시간도 가졌다. 참가자들은 사전장례의향서도 작성했다. 무연고 사망 등 장례 지원이 필요한 경우 고인의 뜻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6일 서울의 한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어르신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인 복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반려동물 돌봄, 금융 상담, 여가 공간 조성 등으로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다. 서울시는 65세 이상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취약계층 어르신 100가구를 대상으로 반려동물 방문 돌봄과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금융 취약 어르신에게는 사기 피해 상담과 채무조정 등을 제공한다.

운동과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어르신 놀이터’도 올해 25개 전 자치구로 확대될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20곳이 조성됐다. 맞춤형 운동 기구와 무장애 설계를 적용해 이용자 만족도가 95%에 달한다. 현재 5곳이 공사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돕기 위한 정책을 꾸준히 발굴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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