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팔아 4조1000억 뽑아낸 MBK… 빚 갚는데 바빴다
① 인수 직후부터 자산 현금화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으로 출발해 30년 가까이 대형마트업계 2위 자리를 지켰던 홈플러스가 파산 기로에 놓였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2015년 인수해 경영한 지 약 10년 만이다. 이 기간 MBK가 현금화한 홈플러스 자산은 4조1000억원을 넘는 반면 홈플러스에 재투자한 금액은 8000억원에도 못 미친다. 7조원이 넘는 홈플러스 인수 대금의 60%를 금융권에서 끌어왔던 MBK는 요지에 있던 주요 점포를 팔아 빚 갚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결과 지금 홈플러스에는 알짜 자산이 빠져나간 빈 껍데기와 갚아야 할 빚만 남았다.
13일 국민일보가 2017년부터 2025년까지 홈플러스와 홈플러스홀딩스, 홈플러스스토어즈의 감사보고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적정’을 받은 2016년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 홈플러스에 유입된 현금은 총 4조1216억원이다. 유형자산과 투자부동산, 매각예정자산이 집중적으로 팔려나갔다. 반대로 이 기간 홈플러스에 재투자된 현금은 7606억원뿐이다. 홈플러스 자산 중 3조3611억원어치가 현금으로 인출돼 사라졌다.

자산 현금화는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직후부터 본격화했다. MBK 인수 다음 해인 2016년 홈플러스가 현금화한 자산은 6857억원, 취득한 유·무형자산은 835억원이다. 이듬해에도 6351억원, 660억원으로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이 중 상당 부분은 빚을 갚는 데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8년간 홈플러스가 현금으로 지급한 이자만 2조1452억원에 이른다. 2019년 이후 홈플러스가 낸 리스부채 원금 상환액은 1조4914억원이다. 2019~2024년 지급한 원금과 2016~2024년 낸 이자만 합해도 3조6000억원을 넘는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막대한 빚을 끌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MBK는 인수 당시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 지분 100%를 가져오기 위해 7조2000억원을 베팅했는데, 이 중 2조7000억원을 홈플러스 주식, 부동산을 바탕으로 금융권에서 조달했다. 인수 대상 기업 자산으로 인수 대금을 마련하는 차입매수(LBO)의 전형이다. 홈플러스의 추락을 ‘마트 업황 악화’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MBK 인수 직후 홈플러스가 본업 경쟁력 강화가 아닌 빚 갚기에 열중하면서 영업력도 나빠졌다. MBK는 전국 매출 상위 1위였던 경기 부천상동점을 포함해 점포 23곳의 문을 닫고 14곳을 매각 후 재임차해 4조원가량을 현금화한 뒤 빚을 갚는 데 썼다. 2016년 7조9334억원이었던 홈플러스 매출액이 8년 뒤인 2023년 6조9315억원으로 13% 가까이 쪼그라든 배경이다. 이 기간 홈플러스 영업손익은 3209억원 흑자에서 199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이마트의 매출액은 11조6312억원에서 15조1419억원으로 30% 이상 증가했다. 이마트 영업이익은 6332억원에서 1880억원으로 축소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흑자를 유지했다.

MBK 10년의 결과는 13일 전국 마트 임시 휴업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한때 146개까지 늘었던 홈플러스 점포는 지난달 말 기준 67개만 남았다. 남은 점포 대부분은 메리츠금융그룹 등에 의해 담보권이 설정됐고 현금성 자산은 고갈됐다. 반면 협력사 납품 대금과 임직원 임금 등 해결되지 않은 공익채권은 1조원 넘게 쌓여 있다. 직원 1만2000여명과 간접 고용 인력 1000여명, 협력사와 용역사 4600여곳도 파산의 충격권에 놓인 상황이다. 유통업계는 홈플러스가 서울회생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차입 인수와 자산 매각이 홈플러스의 본업 경쟁력을 훼손했으니 파산의 책임을 업황과 채권자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면서 “추가 출자 책임도, 피해를 최소화할 의무도 MBK에 있다”고 분석했다.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2015년부터 2024년까지 MBK는 연평균 1000억원씩을 꾸준히 재투자해왔고 매출액 감소는 코로나19 확산의 여파가 크다”며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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