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신혼 다음은?… 생애주기 끊긴 부동산 정책 손질해야
주거 지원 정책 생애 초기 계층 집중
첫 집 마련 이후 정책 사다리 사라져
연령·가구 형태 따라 지원 달리해야

정부가 이번 주 부동산 공개토론회를 열면서 청년·서민 등의 키워드가 다시 정책 전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청년의 첫 ‘내 집 마련’부터 신혼부부의 ‘갈아타기’, 은퇴기까지 이어지는 생애주기별 주거 정책은 공급·금융·세제 전반에서 끊겨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4일 국토교통부를 시작으로 금융위원회(15일), 재정경제부(16일)가 주도하는 공급·금융·세제 토론회를 연다. 전문가들은 이번 토론회가 공급 확대나 세제 개편 같은 개별 제도 개선을 넘어 국민의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정책 체계 구축 논의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현재 정부의 주거 지원은 생애 초기 계층에 집중돼 있다는 평가다. 청년주택과 신혼부부 특별공급, 디딤돌·버팀목 대출, 생애 최초 구입 지원, 신생아 특례대출 등 주요 정책 대부분이 청년 또는 신혼·출산 가구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정책 사다리는 첫 집 마련 이후부터 급격히 희미해진다. 소득이 늘면서 정책대출 대상에서는 빠지고 생애 최초 혜택도 종료된다. 자녀 교육과 직장 이동으로 더 넓은 집이 필요한 시기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금융 규제와 취득·양도세 등 거래비용 부담을 동시에 떠안게 된다.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최고위과정 책임교수는 “지금은 부동산 대책이 제도별로 끊겨 있다”고 진단했다. 한문도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생애주기와 소득분위에 따라 주거 이동을 뒷받침하는 맞춤형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연구원은 연령대와 가구 형태에 따라 필요한 주거 지원을 달리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 30대에는 저렴한 주택 공급과 장기 저리 금융, 정부 매칭펀드 등을 통해 지원하고 40대에는 공공임대 거주자의 분양 전환을 확대해 자산 형성을 돕는 방식이다. 50대는 은퇴와 연금 수급 사이 발생하는 일시적인 주거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브리지’ 성격의 지원을, 60대 이상은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 공급과 주택연금 또는 의료서비스와 연계한 주거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연속성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는다. 최 교수는 “지금은 각종 제도는 많지만 세대마다 분절적”이라며 “청년과 신혼부부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장기 모기지를 활성화하고, 이후 더 큰 집으로 옮겨갈 때도 세제와 금융 지원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급 정책 역시 물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생애주기별 수요에 맞는 입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강남 선호의 배경에는 학군과 일자리, 교통, 생활 인프라가 결합된 ‘직주근접’ 수요가 자리하는 만큼 이런 여건을 여러 지역에 분산시켜야 한다고 본다. 최 교수는 “강남 집값이 쉽게 잡히지 않는 것은 학군과 일자리, 생활 인프라가 한곳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며 “비슷한 생활 여건을 여러 곳에 조성하지 않는 한 ‘강남 불패’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애주기별 정책 사다리의 출발점으로 공공분양 가격을 낮추는 방안에 대한 논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주거 진입 장벽을 완화하는 차원에서다. 한 교수는 “공공분양 가격을 낮추려면 공공택지를 조성원가 기준으로 공급해 개발이익이 분양가에 반영되지 않도록 하는 ‘원래 분양가상한제’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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