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185만원’? 이유 물어보니…“하이퍼스케일러 현금 말랐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 인터뷰
“하이퍼스케일러, ‘과잉 투자’ 인지“
“비용 증가에 IT세트업체 수요 감소”

지난주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투자의견을 ‘보류’, 목표주가를 ‘185만원’으로 제시한 BNK투자증권의 리포트가 화제였다. 당시 SK하이닉스의 주가는 220만원을 웃돌았다. 사실상 ‘매도’ 의견 리포트였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메모리 반도체주 ‘비중 축소’를 권고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피크아웃(수요 정점)’ 우려가 점화됐다. 작성자인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의 분석 근거를 더 들어봤다.
“반도체는 2분기를 피크로 하반기부터 모멘텀이 둔화할 것입니다. 가장 큰 배경은 하이퍼스케일러(빅테크)들의 설비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입니다.”
이 연구원은 1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경쟁적인 인프라 투자가 더는 유효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인공지능(AI) 서버용 설비 투자를 서두르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올랐는데 하반기부터는 수요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먼저 금융시장에서 미국 장단기 금리 차 등 경기 선행지표가 악화됐다. 이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는데 이 지표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캐펙스(설비투자) 증가율을 선행한다”며 “설비투자 비용을 대부분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하는 상황인데 메타·마이크로소프트(MS)의 회사채 인기는 떨어지고 있어 현금이 마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메타의 클라우드 사업 진출 소식도 반도체 시장에서는 악재로 해석된다. 메타는 AI 인프라로 구축한 잉여 컴퓨팅 자원을 외부 고객에게 제공하는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수익성을 따지며 인프라 구축 경쟁이 완화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연구원은 “(메타의 행보는) 그동안 ‘과잉 투자’했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스마트폰 등 완성품을 만드는 IT 업체들의 수요 감소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애플은 “메모리 가격 때문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20% 인상했다. 고가의 스마트폰은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도 있지만 중저가 스마트폰의 경우 가격 인상조차 어렵다는 점이 반도체 수요 감소를 부추길 것이라는 분석의 근거다.
이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에 따른 프리미엄 반영도 크지 않으리라고 봤다. 그는 “ADR로 상장한다고 해서 모두 미국 마이크론처럼 프리미엄이 붙으면 삼성전자도 ADR로 상장한다고 하지 않겠느냐”며 “미국 회사와는 지배구조도 다르고 자본시장도 달라서 시장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투자자들의 주식 접근성은 높일 수 있어도 밸류에이션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장 초반부터 하락해 장중 15%대까지 하락했다. 이 연구원이 목표주가로 제시한 185만원마저 깨진 상황이다.
이 연구원은 지난 5월에도 SK하이닉스에 대한 ‘보류’ 의견 리포트를 내며 개인투자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이번에도 같은 투자 의견을 내며 회사에도 항의가 빗발친다고 했다. 그는 “(애널리스트가) 어떻게 주가를 다 맞출 수 있겠느냐”며 “다만 (투자에) 어떤 위험이 있고 지금 이러한 상황이라는 것을 얘기해주는 게 제 역할이고 판단은 투자자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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