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동갑내기 양효진 방에 들어간 배유나

‘배구 천재’ 배유나가 동갑내기 양효진(37)이 떠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었다. 목표는 통산 다섯 번째 우승 반지다.
배유나는 2025~26시즌을 마친 뒤 원소속팀 도로공사와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곧바로 현대건설 이적이 발표됐다. 현대건설 세터 이수연과 소속팀을 맞바꾸는 사인앤드트레이드였다.
용인 현대건설 연습 체육관에서 만난 배유나는 “도로공사에서 좋은 조건의 사인앤드트레이드 제안이 왔다고 했다. 현대건설이라고 해서 좋았다.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강팀이고, 강성형 감독님과 선수들의 소통도 잘 된다고 들었다. 집(위례신도시)도 가까워서 좋다”고 웃었다.
배유나는 “지난 시즌 팀에서 최대한 시간을 주셔서 천천히 복귀했지만, 약간은 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FA 시즌인데 다쳐서 운이 없다는 생각도 했다”며 “이번엔 새로운 팀에서 새롭게 잘 만들어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했다.
배유나는 V리그 대표 미들블로커다. 2007년 프로 데뷔 이후 19년간 활약하며 통산 득점 7위(4956점), 블로킹 4위(1022개)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엔 어깨 탈구 때문에 24경기 출전 86득점에 그쳤지만, 공격과 블로킹은 물론 2단 연결과 수비 등 다양한 플레이에 능숙하다. 그는 “두 달 동안 재활훈련을 했고, 이제 막 공 운동을 시작했다. 새로 오신 아보 키요시(일본) 코치와 여러 가지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있다”고 했다.

현대건설이 배유나를 영입한 건 역대 최고의 미들블로커이자 간판선수였던 양효진이 은퇴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양효진과 배유나는 프로 동기다. 양효진도 배유나의 입단을 알자 반가워했다. 공교롭게도 양효진이 쓰던 숙소 방을 배유나가 쓰게 됐다. 배유나는 “효진이가 ‘누구 방인지 깨끗하지 않냐’고 하더라. 내가 현대에 들어가서 너무 좋다고 말해줬다”며 “효진이가 해설위원이 됐는데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줄 거라 생각한다”고 웃었다.
양효진은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나는 은퇴하지만, 유나는 (우리 나이)45세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덕담을 했다. 배유나는 “(정)대영 언니가 40대에 뛸 때 ‘왜 저렇게 힘들어하나’라고 했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다. 최고령 기록(만 43세)을 세운 정대영을 넘어서는 게 배유나의 은근한 속내다.
처음 호흡을 맞추지만 친숙한 ‘인도네시아 동생’도 있다. 1년 만에 한국 무대로 돌아온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다. 두 사람은 얼굴도 닮고 체격도 비슷해 메가가 2023년 정관장에 입단할 당시부터 화제가 됐다. 배유나는 “신기하다. 이렇게 같은 팀에서 뛰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웃었다.
국가대표 세터 김다인의 존재도 힘이 나게 한다. 아직까지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고, 대표팀에 차출돼 시간이 부족하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배유나는 “다인이한테 ‘나 손만 들고 있으면 공이 오는 거지?’라고 했다. 최고의 세터가 함께 하니까 든든하다”고 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10년 동안 정든 도로공사와 김천을 떠나기 때문이다. 배유나는 “김천 팬들은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 항상 많이 인사해주시고 사랑해주셨다. 갑작스럽게 옮기게 됐는데, 김천체육관에 가면 싱숭생숭할 거 같다. 그래도 선수로서 배유나를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승부에 있어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배유나는 GS칼텍스에서 두 번, 도로공사에서 두 번 우승했다. 한 번만 더 우승하면 황연주(은퇴), 박정아(도로공사·이상 5회)과 함께 최다 우승 타이 기록을 세운다. 국내 최고 세터 김다인이 잔류했고, 메가와 배유나가 합류한 현대건설은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배유나는 “부상 없이 36경기 전 경기를 출장하는 게 목표다. 그리고 우승이다. 현대건설에서 두 번 더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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